이번 파트에서는 내가 직접 책을 쓰는 과정에서 깨달은 것들, 그중에서도 뜻밖에 얻은 좋은 것들 몇 가지를 함께 나누고자 한다. 나는 책을 쓰면서, 즉 글로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표현해보며 깨닫게 된 것이 있다.
첫째, 모호한 것들이 명확하게 정리된다.
아마 글쓰기를 직업으로 갖고 있는 사람이나 글쓰기를 진지하게 해본 사람이라면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것이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들이 머릿속에 있을 때와 글로 적어보았을 때, 그 사이에 얼마나 큰 차이가 나는지를 말이다. 아무리 오랫동안 머릿속으로 고민해 왔던 것일지라도 막상 글로 써보면 생각했던 것처럼 표현되지 않는다. 스스로 명확하게 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실제로는 개념조차 제대로 정의되지 못한 채 그 느낌만으로 존재했다는 것을 마주하게 되는 순간이다. 따라서 책 쓰기, 글쓰기는 반드시 내용을 쓰고 정리하고 다시 쓰고 정리하는 과정이 되풀이되어야 한다. 그야말로 투박한 돌덩어리를 작품으로 만들어내는 석공처럼, 하나도 알아볼 수 없는 내 머릿속의 내용을 명확하게 깎아내고 남기며 조각해나가는 것과 같다.
나의 경우를 예로 들자면, 이 책 앞부분에서 설명한 ‘이중생활과 재테크’가 특히 그러했다. 나의 경험이 바탕 된 내용일 뿐만 아니라 머릿속으로도 굉장히 오래 생각해온 내용이었지만 막상 글로 써보려니 어떻게 전개해 나가야 할지조차 감이 잡히질 않았다. 나는 그때에서야 깨달은 것이다. ‘내가 재테크 전문가가 아닌데 어떻게 재테크를 설명하겠다는 거지?’ ‘괜히 잘못 적었다가 수많은 재테크 전문가들로부터 도전을 받게 되는 건 아닐까?’ 등 현실적인 고민부터 쓸데없는 잡생각까지 머릿속을 휘저으며 그나마도 정리가 되지 않는 나의 글쓰기를 더욱 방해했다. 그러나 나는 이미 글쓰기를 시작한데다 오래전부터 해당 내용 역시 넣고자 했었기에 용기를 내어 내 머릿속 생각들을 하나하나 적어보기 시작했다. 정리를 해나가다 보면 답이 나올 것이라 믿고 일단 쓰기를 시작한 것이다.
만약 당신이 글쓰기를 하고자 하는데 머릿속에만 맴돌며 정리가 되지 않는 무언가가 있다면 ‘일단 한번 적어보기’를 시작하길 권한다. 느낌적으로만 알고 있던 그 내용들이 글이라는 형태로 나타나면, 그 형태를 통해 명확하게 찾아내야 할 부분과 깎아내야 할 부분, 그리고 부각시켜 도드라지게 만들어야 할 부분 등이 보이게 되기 때문이다.
둘째,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된다.
나는 책 쓰기를 하면서 전과 달리 나에 대해 많이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막상 내 생각을 글로 써보니 나 스스로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사람으로 살아왔는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정말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렇다. 나는 그동안 나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너무나도 부족한 삶을 살아온 사람이었다! 하지만 글을 쓴다는 것은 끊임없이 나를 들여다보아야만 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글쓰기를 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최고의 자기계발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글쓴이가 스스로에 대해 잘 알지 못하면서 나오는 글로 쓰인 책은 가짜다. 소설이 아니라면 말이다. 소설이 아닌 ‘내 이야기’를 쓰는 것이라면 나 자신을 그만큼 제대로 알아야 한다. 그래야 정말 진솔하게, 숨김없이 자신의 철학과 삶을 담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를 깨닫게 되면서 정말 많은 시간을 고민하며 나 자신을 들여다보았다. 몰랐던 나의 모습을 알아가고, 알고 있었지만 명확하게 그려지지 않던 모습들을 보다 확실하게 그려내며 나 자신을 마주했다. 그렇게 때로는 기쁘고 때로는 슬프며, 또 때로는 대견스럽고 자랑스럽지만 한편으로는 안쓰럽기도 한 감정들을 마주하며 나와 충분히 교제하는 시간을 갖게 된 것이다.
셋째, 성취감과 자존감을 높여주었다.
책 쓰기는 쉽지 않은 길이지만, 그것에 도전하고 조금씩 이루어나가는 과정에서 얻어지는 것이 너무나도 많다. 무엇보다 내가 놀란 것 중 하나는 아이들이 아빠가 글을 쓴다는 것에 대해 프라이드가 생겼다는 것이다. 나는 아이들이 나의 글쓰기 시간을 존중해준다는 것을 느꼈다. 글쓰기 작업을 하다가 종종 “얘들아, 아빠 책 쓰는 중이야. 조용히 해줄래?” 하고 말하면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시끄럽게 떠들던 아이들이 거짓말처럼 소곤소곤 말하며 볼륨을 줄인다. 반면에 내가 TV를 보면서 조용히 해달라고 이야기하면 듣는 둥 마는 둥하며 본인들 마음대로 떠든다. 얼마 전에는 막내아들의 친구 녀석이 “아저씨, 책 써요? 작가예요?” 하고 내게 묻는 게 아닌가? 알고 보니 막내아들이 아빠가 책 쓰는 것을 친구들에게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다고 한다.
나는 이런 상황들을 기분 좋게 즐기는 중이다. 책 쓰기가 아니었다면 결코 경험하지 못했을 시간과 따뜻한 응원들 덕분에 나는 어려운 과정임에도 불구하고 한 걸음 한 걸음 성취해나가며 말로 다 못할 즐거움과 성취감을 느껴오고 있다. 글쓰기를 통해 얻게 되는 성취감은 회사 일을 잘 해냄으로써 얻게 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의미의 성취감이다. 그야말로 진짜 내가 하고 싶은 엄청난 도전의 성과를 맛본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의 자신감을 백만 배는 더 상승시켜주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한 시간이자 길을 나는 온전히 느끼고 맛보며 걸어가는 중이다.
(감사합니다)
시리즈 보러가기 (▼클릭!)
1. [서 부장의 슬기로운 이중생활] 1편. 일과 삶의 균형, 이중생활을 시작하라! (feat. 버킷리스트)
2. [서 부장의 슬기로운 이중생활] 2편. 취미, 내가 즐겁게 할 수 있는 일 찾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