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pik
유럽의 중세인들은 혁명을 쟁취하기 위해서도 자신의 모습을 바꿨다. 머리 모양을 통해 저항을 보여주는 한편, 단결된 세를 과시했다.
“국왕과 귀족을 타도하는 것. 이는 곧 신의 뜻이오.”
“이제 당신이 군대의 지휘를 맡아야 하오!”
퓨리턴들은 누군가를 향해 일제히 한 목소리로 외쳤다. 바로 올리버 크롬웰(1599~1658)이었다. 크롬웰은 일순 자신이 신의 도구로서 살아야 한다는 소명이 되살아났다. 크롬웰이라는 이름이 잉글랜드 정치사에 전면으로 등장하는 순간이었다. 혁명이 다가왔다. 17세기 잉글랜드는 마치 잠들어 있던 거대한 화산의 분화구가 폭발하는 전무후무한 시기였다.
찰스 1세(1625~1649)가 국왕으로 오른 뒤부터 의회와 시종일관 마찰이 있었다. 1628년 급기야 잉글랜드 의회는 국왕의 왕권을 제한하는 권리청원을 제출했다. 이때부터 잉글랜드는 찰스 1세와 의회, 이들 양쪽 세력 사이에서 펼쳐지는 대결과 음모의 연속이었다. 서로 태생적으로 판이하게 달랐기에 첨예한 갈등은 예견되었다. 결국 내전이 발발하였다. 그것은 피를 부르는 전쟁이었다. 찰스 1세와 의회, 이들은 어떻게 달랐을까?
《찰스 1세 초상화》, 안톤 반 다이크, 1630년 경/ <세계 헤어웨어 이야기> 제공
찰스 1세를 중심으로 모인 세력이 왕당파인데, 잉글랜드에서 가장 출신이 높은 귀족과 대지주들이며 대부분 고교회파(high-church) 국교회의 신도들이었다. 무엇보다 의회 내에서 국왕인 찰스 1세를 옹호하는 세력이어서, 기사의회에 속했다. 속칭 기사당으로 부르기도 했다.
이들과 대척점에 선 세력이 의회파였다. 이들은 평민층인 젠트리(gentry)에 속했는데 소지주, 상인, 상공업자, 부농, 법률가, 작위가 없는 귀족의 자제까지 망라되었다. 젠트리는 대부분 종교적으로 퓨리턴(Puritans), 즉 청교도였고 그중에서 주류는 장로교파였다. 퓨리턴은 도덕적, 윤리적으로 대단히 엄격한 가치를 추구했다. 이들 퓨리턴이자 의회파를 원두당(Roundheads)이라는 이름으로 불렀다.
기사당과 원두당. 여기에는 머리 모양에 얽힌 17세기 잉글랜드인들의 의식이 숨어 있다. 기사당은 길게 내려오는 고수머리 형태의 가발을 유지했다. 실은 그들의 원래 머리카락은 어깨 아래까지 길게 내려오도록 길렀는데 한 가지 독특한 면이 있었다. 한쪽 귀 아래 머리카락을 비대칭으로 잘라내서 일종의 러브 락(love-lock)의 의미를 전달하는 용도였다. 안톤 반 다이크의 작품 《찰스 1세 초상화》를 보면, 왼쪽 머리카락이 오른쪽보다 긴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형태를 자물쇠에 비유해 러브 락이라 하며 남성이 여성에게 보내는 사랑의 표시나 기억의 의미로 표현했다. 귀족들에게 머리 모양은 그들만의 세계에서 향유하는 자연스런 유행이나 관습에 지나지 않았다.
《단발파》, 존 페티에, 1870년/ <세계 헤어웨어 이야기> 제공
@Undplash
짧은 머리를 한 원두당과 고수머리 가발을 한 기사당 사이에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 마침내 기사당이 패하면서 1646년 찰스 1세가 항복을 선언했다. 이때만 해도 원두당의 군대를 이끌었던 올리버 크롬웰은 국왕을 정중하게 대우했다. 그러나 찰스 1세가 복위를 계획하다가 발각이 되어 퓨리턴들의 신뢰를 잃어버렸다. 이 소식을 접한 올리버 크롬웰은 드디어 신의 뜻을 실행해야 했다.
1649년 1월 30일 런던의 화이트 홀에 단두대가 설치되었다. 이날, 단두대에서 교수형에 처해진 죄인은 잉글랜드의 국왕 찰스 1세였다. 잉글랜드에서 군주제가 폐지되고 공화국이 건설되는 순간이었다. 혁명의 승리와 짧은 머리의 관계는 역사의 우연일 수 있지만, 마지막에 혁명의 승리를 맛본 이들이 똑같은 모양의 짧은 머리를 한 것만은 사실이다.
(다음 편에서 계속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