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증이 없단 말이오?
징병카드도, 사회보장번호도?
제대증, 보험증, 운전면허증도?
아무것도?
이봐요, 증명 없인 못 돌아다녀요
법 위반이오
당신이 누군지 어떻게 알겠소?
내가 누군지 알려고 카드가 왜 필요해요?
존 번즈요
잭이라고 하지요
다른 사람이라고 증명은 못 할거요
집이니 살림살이니 원하지 않았지
당신만 원했어
신이 보살피사 당신을 못 얻었지
뼛속까지 난 외톨이거든
외톨이가 뭔지 알아? 타고난 불구야
같이 살 수 있는 사람이 오직 자신뿐이거든
그렇게 살 팔자인 거지
그런 남자는 당신 같은 여자에겐 죽음이지
당신을 제대로 사랑해 줄 수 없으니까
해가 아직 뜨고 있군
키스를 제대로 할 수 있겠는걸
커크 더글라스가 혼자 다 끌고 가는(말만 끌고 다니는 게 아니다) ‘로니 브레이브’는 소박한 의미에서 혹은 달톤 트럼보 식으로 만든 (클린트 이스트우드 연출의) ‘퍼펙트 월드’와 같은 영화는 아닐까? 라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 내용도 다르고 여러 가지로 비슷한 점 적겠지만 반항기 가득하나 밉지 않은 주인공의 도주극의 끝이 좋지 않은 결말이라는 점에서는 얼추 맞을 것 같다.
번듯한 것 하나 없는 떠돌이고 수많은 차량이 오가는 도로에서 말을 끌고 다니는 반골 기질에 시대착오로 가득한 주인공이 우정 때문에 감옥까지 향한 다음 의견이 달라 홀로 그곳에서 도망치고 모든 도주가 끝날 무렵 비극적인 최후를 겪는 이 영화가 그리 대단치 않은 완성이지만 어쩐지 계속해서 보게 만드는 힘을 갖고 있다. 달톤 트럼보의 각본 때문일 것이고 멋진 웃음을 짓는 커크 더글라스의 매력 때문일 것이다.
어떻게 본다면 한심하다 할 수 있는 주인공이지만 어떤 점은 공감하게 되고 몇몇 부분은 동조하기도 하면서 그의 탈주가 성공하길 바라게 된다. 그 괜한 응원이 안타까움으로 끝나기는 하지만. 주인공에 집중하고 있을 뿐인 영화고 그게 전부라 도주의 과정 말고는 딱히 다뤄지는 내용이 없지만 너무 단순하게 만들면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영리한 점 또한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비좁은 감옥에 빼곡하게 죄수들로 가득한 모습
폭력과 비인간적인 대우 그리고 열악한 시설
이민자들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
이런 몇몇 부분들 때문에 덜 단순하게 보이도록 하고, 거기에 여유만만이면서 도주의 경로를 잘 집어내는 보안관 덕분에 긴장감이 잃지 않게 된다. 물론, 주인공의 애마가 한몫하기도 하지만.
아주 대단하다 할 수 있는 영화는 아니지만 보기 시작하면 (끝을 알면서도) 빠져들게 되는 영화이기도 하다.
어쩐지 트럼보도 커크 더글라스도 만족스럽게 느꼈을 것 같다.
참고 : 너무 커크 더글라스만 말하면 월터 매튜가 서운하겠지만 그의 넉넉함으로 가득한 연기가 이 영화에서 쉼표 이상의 의미를 갖긴 어렵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