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간 폭행 죄로 6년간 수감됐던 맥스 케이디(Max Cady: 로버트 미첨 분)는

석방되자 마자 샘 보든(Sam Bowden: 그레고리 펙 분)을 찾는다.

샘은 케이디의 유죄 판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검사였다.

케이디는 샘에게 자신이 수감됐던 것에 대한 복수를 하겠다고 통고한다.

위험을 인지한 샘은 사립 탐정을 고용하기도 하고 경찰의 비호를 받으려고도 하지만

케이디는 불사조처럼 빠져나가며 점점 더 샘을 초조하게 압박할 따름이다.

케이디가 자신의 아내인 페기 보든(Peggy Bowden: 폴리 버겐 분)과

딸, 낸시 보든(Nancy Bowden: 로리 마틴 분)을 강간함으로써 복수를 하려는 것을 알아챈 샘은

케이디를 다시 교도소로 보내고자 하지만 그렇게 할 근거가 없어 무효화되고,

경찰 서장인 마크 더튼(Police Chief Mark Dutton: 마틴 발삼 분) 또한 케이디를

그 지역에서 추방함으로써 샘을 돕고자 하지만 별다른 효과를 발휘하지 못 한다.

절박해진 샘은 결국 케이디를 유인해 잡기 위해 아내와 딸을 케이프 피어 강의 요트로 보낸다.

케이디가 소리 없이 나타나 샘의 아내와 딸을 유린하려는 위기 일발의 순간 샘이 나타나 그들을 구하고자 한다.”

범죄를 방지하는 법이 있다면 자네가 말해보게

경찰은 사건 후에나 움직이는 거야

호프만 살인사건 기억하나?

그녀가 살해되기 전 매주 우릴 찾아왔었지

남편이 자길 죽일 거라는...

그 말을 난 믿었어

하지만 그런 계획을 가졌다고 체포는 하지 못해

그건 독재야

자네도 한 시민으로서 그런 걸 원하지는 않잖아

요즘 사람들에게 ‘케이프 피어’를 말한다면 그런 영화도 있느냐는 반문이나 듣진 않을까? 영화에 조금은 관심 있는 사람이나 마틴 스콜세지의 영화를 말할 것 같고. 1962년 영화를 말하는 사람은 아마도 나이 지긋한 사람이 대부분일 것 같다.

알고는 있었지만 볼 기회가 없어 나중을 기대하다가 이제야 보게 된 ‘케이프 피어’는 원작에 대한 어떤 두근거림 보다는 그레고리 펙과 로버트 미첨의 연기가 보고 싶었고 그들의 조합으로 만드는 긴장감은 어떨지 무척 궁금했었다. 다행히 호기심과 기대를 충족시켜주는 영화였다.

다만, 나중에 만든 영화나 이거나 그레고리 펙(과 닉 놀테)보다는 로버트 미첨(과 로버트 드니로)에 더 기울어져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강렬한 악역에 비해 상대역이 너무 평범하다고 해야 할까? 어쩔 수는 없었겠지만 개성이 너무 약해 좀 더 뭔가를 더할 순 없었을지 고민해보게 된다. 어쨌든 팽팽한 긴장감과 연기 대결이 볼만했다.

마틴 스콜세지와 J. 리 톰슨의 연출을 비교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뭐, 굳이 비교를 한다면 좀 더 성적인 부분을 나중 작품이 더 은밀하게 건드리고-강조하고 있다는 점 정도나 언급하면 될 것 같다. 기본적으로 둘 다 뛰어난 영화다. 스콜세지의 영화를 본적이 오래돼 이젠 기억나지가 않지만.

영화의 주된 정서는 복수에 대한 다짐과 간절함 그리고 스멀스멀 뻗쳐오는 광기일 것이다. 법망의 틈을 교묘하게 이용하며 다가오는 위협을 피하기도 하고 맞대응하기도 하지만 속수무책으로 당하며 좌절하고 광기에 비명을 지르게 된다. 다행히 끝은 행복한 결론이긴 하지만. 그 마무리가 어쩐지 믿겨지지 않기도 하다. 못내 지워지지 않은 비극이 남겨져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사악함과 공포심을 극대화한 로버트 드니로의 연기가 일품이긴 하지만 “특유의 무심한 듯 하면서도 불길한 느낌이 깃든” 뻔뻔함 가득한 로버트 미첨의 연기 또한 흠잡을 것 없기 때문에 무척 볼만 했다(반면에 그레고리 펙은 언제나 그렇듯 그레고리 펙이었다. 그레고리 펙이 이상한 모습 보인 적 있었나?).

연기나 연출, 내용에 있어서 부족함 없는 영화고 나중에 만들어진 영화 덕분에 다시금 유명세를 얻기도 해서 여러 가지로 재미나게 즐길 수 있었다.

좀 더 집요하고 정교하게 이것저것 뒤틀고 비틀어대면서 뭔가 불길함과 나중에 있을 파국을 더 강조하는 방식보다 이것처럼 적당하면서 담백함을 잃지 않는 것도 나쁘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고전 영화들을 찾는 것이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