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는 못 참겠어요
다 내 잘못이에요
전부 내 잘못이에요
불쌍한 여자에게나 일어날 모든 일이
지금껏 나한테 일어났어요
클라우디아 카르디날레
이 영화를 접하고 알아보기 전까지 그녀에 대해 알고 있는 건 없었다. 보자마자 매혹적인 자태에 누구지? 라는 생각을 하게 됐지만. “1950 ~ 1960년대 아니타 에크베르와 브리짓 바르도와 함께 유럽 섹스 심벌 중 하나로 꼽히는 배우로 이탈리아 영화를 중심으로 활동”했다니 좀 더 눈여겨보게 된다. 예쁘기도 하고 육감적이라 남자라면 누구나 관심이 갈 미녀고 그래서인지 이 영화가 조금은 색다르게 느껴지게 된다. 계속 그녀에게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어 영화의 내용에는 크게 관심 갖지 않게 된다. 그게 이 영화의 단점이라면 단점이라 할 수 있겠다. 그것 말고도 좀 더 있지만.
가방을 든 여인
볼만한 영화를 고르던 중 괜히 눈에 들어오게 된 이 영화는 순전히 제목 때문에 보게 됐고, 제목과 어울리는 내용인지는 대답하기 애매해도 어느 정도 볼만한 영화였다. 재미나 완성도를 떠나 클라우디아 카르디날레를 보기 위해서라도 끝까지 보게 된다.
전형적인 성장담이고 실연담이다. 다른 첫사랑에 관한 영화와의 차이점은 (글자 그대로) 처음 사랑을 느낀 소년의 입장으로 내용이 채워지기보다는 이미 여러 사랑을 나눈 다음 진정으로 설레는 사랑을 느낀 여성의 입장을 좀 더 자세하게 다룬다는 점에서 (클라우디아 카르디날레가 연기했으니 당연히-부득이 그렇게 만들 수밖에 없었겠지만) 특색을 보인다 할 수 있다. 뭐, 그렇다고 복잡한 내면을 깊이 있기 다루거나 하는 수준까진 아니다. 그냥 볼만하게 꾸미고 있다.
매력 넘치지만 그동안 많은 남성에게 수없이 속았던-배신당한 과거가 있는 여성과 부유한 집안에서 사람들과 별다른 왕래 없이 지내던 소년이 어쩌다가 만나게 되고, 소년의 순수한 다가섬과 거기에 끌리지만 소년의 마음처럼 진지하지 않던 여성이 어떻게 서로를 알게 되고 마음을 주고받지만 결국 헤어지게 되는지 지루하지 않게 다루고 있다.
무난한 내용과 연출보다 이제 막 패전의 상흔을 지워가고 있던 이탈리아의 모습이 더 눈길을 끌게 된다. 그리고 그걸 보다가도 클라우디아 카르디날레가 등장하면 곧장 그녀에게 집중하게 된다. 무슨 수로 그녀의 모습을 모르는 척 할 수 있겠나?
지금이라면 뭔가를 조금이라도 첨가하려고 하겠지만 1960년대 영화니 담백하게 사랑을 느끼고 헤어짐을 안타깝게 받아들이며 끝내고 있다. 요즘이었다면 더 복잡하고 요란하게 만들었을 것 같다.
어수룩하고 허전하긴 하지만 이런 식이 더 맞는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