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츠 랑이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던 시절 중 끝자락에 완성한 ‘문프릿’은 프리츠 랑의 대표작으로 꼽히진 않을 것 같고 그렇다고 문제작이나 실패작도 아니지만 어쩐지 그의 경력에서 이게 왜 있지?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영화였다. 아마 선택권이 없어서 별 수 없이 만들게 된 것 아닐까? 그게 아니면 가족들과 함께 볼만한 영화를 만들고 싶어졌거나.
꽤 알려진 모험 소설이라 하고(국내에도 번역 출판이 되어 있다) 고전으로 불린다지만(‘보물섬’에 비견된다고 한다) 이런 영화(와 소설)를 이제는 관심 없(어졌)기 때문에 건성으로 보게 됐다. 하지만 달리 본다면 흥미로운 구석이 많다고도 할 수 있겠다. 프리츠 랑이 만든 모험/활극은 어떤 분위기와 연출인지 눈여겨본다면 여러 가지로 볼만한 구석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1757년 영국 조그마한 항구를 배경으로 모험과 활극(그리고 우정)이 있지만 1955년에 발표한 영화라 조금은 촌스럽다는 생각도 들게 한다. 그래도 프리츠 랑의 영화라 빛과 어둠을 잘 다루고 있고 밝은 낮의 장면들보다 어둠 속에서 이뤄지는 장면들이 많은 볼거리를 만들고 있다.
어렸을 때 봤다면 좀 더 재미나게 보진 않았을까? 마치 ‘구니스’를 보는 기분으로 두근거리면서 빠져들었을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는 너무 늦게 이 영화를 보게 된 것 같다. 몸도 마음도 따뜻함을 잃고 늙고 추해진 지금에야 이걸 보니 어떤 재미도 느끼질 못하는 것 같다.
모험담이고 우정에 관한 이야기면서 자기만의 방식으로 삶을 살아가는 (애석하게도 이른 죽음을 맞이하게 되지만) 사람을 보게 되는 영화였다.
밀수
범죄
반영웅
암호
보물찾기
흥미를 느끼고 재미를 찾게 될 것 많지만 이런 쪽 이야기에 관심이 시들해져서인지 “무엇에도 얽매이기 싫어하”며 “아이를 싫어하고 도덕과 규범을 무시하는 괴팍한 제레미 폭스”에 주목하고 “교회 지하 납골당에서 밀수단의 비밀 아지트”에서 졸음을 쫓게 되고 “숨겨둔 보물의 위치를 가리키는 암호문”에서 본격적으로 집중하다가도 이 짜임새 훌륭하고 이런 저런 볼만한 영화에 이상할 정도로 관심이 가지 않는다. 영화가 잘못된 것은 아닐 것이고 아마 나란 사람이 잘못된 것 때문은 아닐까?
“자신만의 스타일로 소년의 성장기를 음산한 고딕 동화처럼 기괴하고 독특한 톤으로 완성”한 영화를 만족스럽게 즐길 수 없어 아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