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이 새면 만병이 생긴다! '새는장증후군'
“새는장증후군이요? 그게 무슨 병인가요?”
장이 좋지 않아 병원을 찾은 환자들 중에는 ‘새는장증후군’을 앓는 분들이 많다. 새는장증후군이라는 개념은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정식으로 실험을 통해 연구된 것은 약 50년 전부터로, 기전이 밝혀진지 얼마 되지 않으므로 낯설게 느껴지는 것은 당연하다.
하루에도 여러 차례 우리의 장에는 음식물과 함께 다양한 독소가 들어온다. 질병을 일으키는 세균이나 바이러스, 각종 발암물질, 인체에 유해한 식품첨가물 등이 끊임없이 유입되지만 바로 병이 나지는 않는다. 어느 정도까지는 장이 독소를 철저하게 막아주기 때문이다. 장 점막은 일차적으로 융모로 방어벽을 치고, 2차적으로는 장 점막 세포끼리 단단하게 결합돼 이중으로 방어벽을 쳐놓았다. 덕분에 하루에도 수많은 세균과 독소가 장으로 가도 당장 탈이 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제아무리 튼튼한 방어벽이라도 계속 공격을 당하면 버티기가 어렵다. 방어벽을 공격하는 적군은 한둘이 아니다, 세균, 바이러스, 곰팡이 등은 물론이고, 채소에 남아있는 농약 성분도 위험한 적군이다. 필요 이상으로 많이 섭취한 음식물이나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음식도 영양이 아닌 독으로 장 점막을 공격할 수 있다. 아플 때 먹는 진통제나 항생제도 장 점막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어떤 이유에서든 장이 스스로 만들어놓은 방어벽이 무너져 독소가 장을 빠져나가는 것이 ‘새는장증후군’이다. 독소가 느슨해진 장벽을 뚫고 나가 혈액과 함께 혈관을 타고 돌면 그때부터 우리 몸에는 적색경보가 켜진다. 여러 종류의 독소 중에도 내독소는 특히 위험하다. 내독소는 세균의 세포벽에 숨어있는 독소이다. 주로 대장균, 살모넬라균, 녹농균, 페스트균 등과 같은 그람 음성균의 세포벽에 있다. 이 내독소가 장 점막을 뚫고 혈액 속에 유입되면 장관내독소혈증이 생긴다.
혈액 속에 내독소를 비롯한 각종 독소가 유입되면 독소를 잡아먹는 대식세포가 출격한다. 대식세포가 독소와 한판 전쟁을 벌이는 동안 적군뿐만 아니라 아군 쪽에서도 수많은 전사자가 생기는데, 이 전사자가 각종 염증 반응을 일으키고, 면역체계를 교란시킨다. 그 결과 과민성 대장증후군, 염증성 장 질환, 알레르기, 아토피, 천식, 각종 대사증후군과 같은 질병이 생길 수 있다. 심지어 우울증, 불안증, 자폐증과 같은 정신적 질환도 새는장증후군과 무관하지 않다.
새는장증후군의 증상은 대체로 모호하다. 보통 복통, 복부불쾌감, 소화불량, 방귀, 변비, 설사와 같이 장이 좋지 않을 때 보이는 증상이 많이 나타나고, 만성피로나 무기력함, 식은땀과 같은 증상도 자주 나타나는 편이다. 감기에 자주 걸리거나 방광염, 질염과 같은 염증질환이 잘 생기고, 관절통과 근육통과 같은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도 많다. 기침, 호흡곤란과 천식 증상 혹은 정신적으로 불안과 초조함, 우울함을 호소하기도 하는데, 이 모든 증상은 반건강일 때 주로 나타나는 증상들과 대부분 일치한다.
이처럼 새는장증후군은 장은 말할 것도 없고, 면역질환, 만성염증과 통증성 질환, 정신질환 등 수많은 질병을 불러오기 때문에 예사로 보아서는 안 된다. 장 점막은 건강할 때 지키는 것이 최선이다. 장 방어벽을 공격하는 적군의 수는 일상생활에서 조금만 노력하면 얼마든지 줄일 수 있다. 예방이 최선이지만 만약 어떤 이유에서든 장이 새기 시작했다면 가능한 한 빨리 방어벽을 복구하는 것이 좋다.
[여기서 잠깐! 증상으로 알아보는 장 자가진단법]
- 밥을 먹으면 배에 가스가 차 빵빵해진다.
- 소화가 잘 안 된다.
- 매일 변을 충분하게 보지 못한다.
- 설사나 변비가 잦다.
- 방귀 냄새가 독하다.
- 변에서 시큼한 냄새가 난다.
- 감기에 잘 걸린다.
- 어깨가 잘 뭉친다.
- 등이 두꺼워진다.
- 성인인데도 여드름이 나고, 뾰루지가 잘 올라온다.
- 얼굴색이 칙칙하다.
- 알레르기(알레르기성 비염, 천식, 아토피)가 있다.
- 쉽게 우울해지고, 무기력하다.
- 몸이 잘 붓는 편이다.
- 목이 잘 아프고, 쉰 목소리가 난다.
이 중 해당하는 항목이 5개 이상이면 장이 건강하다고 볼 수 없다. 하루라도 빨리 장을 살피고 관리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 해당하는 항목이 10개 이상이라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이미 장이 많이 약해진 상태이므로 장을 해독하고, 장에 좋은 환경을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