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리우드는 춤과 관련된 영화가 제법 나왔지만 한국은 드물다. 몇 편이 있기는 하지만 그다지 영화를 보고 춤추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 하지 않는다. 춤 영화에 춤이 중심이 되는 것은 맞지만 내용이 충실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춤 영화는 사실 뮤지컬의 성격을 띄게 마련이다. 별 거 아닌 것 같아도 뮤지컬은 종합예술이다. 이걸 영화로 구현하는 것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헐리우드에서도 뮤지컬 영화가 적은 걸 보면 알 수 있다.
그만큼 한국에서도 제대로 제작할 여건이나 능력이 부족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스윙키즈>는 아마도 한국에서 제대로 보여주는 첫 춤영화이자 뮤지컬 영화라 불러도 무방하다. 비록 춤만 나오고 노래 부르는 장면이 없지만 그 정도면 영화의 성격상 상관은 없을 듯하다. 거기에 영화 소재도 무척이나 색다르다. 춤 영화에 전쟁이라니 말이다. 헐리우드에서도 그렇게 둘을 소재로 한 것이 있기는 해도 친숙하다고 할 수는 없다.
영화의 배경은 더구나 6.25전쟁이다. 거기서도 거제도 포로수용소에 잡힌 포로들이다. 북한군이 있고 한 편에는 한국군도 북한군도 아닌 반공 포로들이 있다. 이들을 미군이 수용하고 있다. 여기에 로기수는 북한군 영웅 동생이다. 포로수용소에서도 그 하나때문에 영웅으로 대접받고 있다. 그는 춤 꾼이었던 듯하다. 여기에 수용소 소장이 포로들을 대상으로 댄스팀을 만들려한다. 잭슨(자레드 그라임스)은 브로드웨이에서 유명한 배우였다.
아쉽게도 흑인이라는 이유로 별로 빛을 보지 못하고 이곳에 군인으로 참전했다. 잭슨에게 팀을 만들라고 한다. 이에 강병삼(오정세)와 샤오팡(김민호)와 함께 민간인 양판래(박혜수)로 팀을 짠다. 이들은 다들 초보자라 에이스 역할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때 바로 로기수(도경수)가 관심을 보인다. 그는 미제 춤을 추려 하지 않고 폄하한다. 다만 춤꾼으로 갖고 있는 호기심과 새로운 춤에 대한 흥미까지 마음대로 조절하지는 못한다.
이런 설정에서 영화는 진행된다. 어떻게 보면 살짝 판타지스럽기도 하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영화 초반에 당시의 시대 배경에 대한 뉴스를 보여준다. 이들이 춤을 추는데 있어 중요한 것은 역시 탭댄스라는 걸 얼마나 잘 살려주느냐다. 탭댄스는 화려한 안무도 중요하지만 징에서 나는 소리를 어떻게 들려 줄 것인가가 핵심이다. 아마도 후시녹음이나 새롭게 다시 했을텐데 이 점이 결코 쉽지 않다. 발목을 이용해 춤을 추는 탭댄스는 짧은 시간에 여러 소리를 낸다.
영화에서도 다양한 동작이 나오는데 그런 동작 뿐만 아니라 리듬도 무척이나 중요하다. 영화 중간에 드럼과 배틀 비슷하게 탭댄스를 추는 장면처럼 말이다. 아무 음악도 없이 스스로 박자를 내며 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리듬도 무척이나 중요하다. 아무리 화려한 소리가 나더라도 리듬이 일정하지 않으면 보고 듣는 사람들에게는 소음으로 들릴 수 있다. 일정 리듬안에서 안무를 보여주면서 화려한 소리를 들려줘야만 탭댄스의 진짜 맛을 알 수 있다.
사실 탭댄스를 한 적이 있다. 그렇기에 더 관심있고 즐겁게 관람했다. 어느덧 20년이 된 시간이 지난지라 몸은 전혀 따라주지 못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간단한 소리를 낼 수 있다. 탭댄스는 다른 춤과 달리 누구나 편하게 할 수 있는 춤이다. 영화 상에서 잭슨 역할을 한 배우가 진짜로 유명한 탭댄서라고 한다. 확실히 그가 들려주는 소리는 달랐다. 다른 배우들의 탭댄스 소리는 솔직히 다르긴 했다. 이 점은 현장에서 듣는 소리가 아니라 뭐라하긴 힘들지만.
그래도 도경수가 보여주는 안무는 확실히 좋았다. 아이돌답게 춤은 누가 뭐래도 제대로 보여준 듯하다. 영화는 춤은 물론이고 내러티브도 놓치지 않으려 노력했다. 단순히 댄스팀의 여정을 보여주는 듯하더니 갑자기 포로수용소 내부의 권력이 진행된다. 긴장감을 주고 영화를 보는 재미를 더 던져준다. 마지막 화려하게 춤을 추는 장면은 지금까지 모든 걸 응축해 보여주는 부분이다. 공을 많이 들인 장면답게 흥겹고 즐겁고 재미있다.
마지막 장면은 다소 의아하긴 했다. 감독의 전작에서도 그런 기미가 보이긴 했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좀 그랬다. 더구나 온 가족이 함께 보는 영화를 만들고 이렇게 마무리를 할 줄이야. 사실 그 이후 한국과 미국과 북한의 상황을 볼 때 깔끔히 끝내기는 좀 애매했겠지만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이게 최선입니까!!' 영화를 보는 내내 무엇인가 1% 부족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는데 마지막 장면 때문에 2% 부족한 걸로 좀 올렸다.
그래도 이번 겨울에 온 가족이 다함께 볼만한 영화로 이보다 더 좋을 건 없을 듯하다. 더구나 영화를 보면서 자주 웃게 만들어주니 그보다 더 좋을 수 없다. 한국 영화에서도 이제는 볼만한 춤영화까지 제작했고 볼 만 했으니 수준은 거의 올 때까지 온 듯하다. 아주 조금만 더 춤과 관련되어 디테일한 모습을 보여줬다면 나는 훨씬 더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다. 내가 바라는 수준이 좀 높았을테니 그걸 제외하면 충분히 즐기면서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였다. 끝나고 간만에 다리를 털고(?)싶은 충동에 사로잡혔다.
핑크팬더의 결정적 한 장면 : 마지막 탭댄스 군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