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4년에 나온 리차드 매드슨의 소설 <나는 전설이다>를 영화화한 작품으로 좀비영화 뿐 아니라 세계의 종말을 다룬 수많은 장르 영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지구에 살아남은 단 한 명의 사람인 로버트 모건 박사는 낮에는 식량을 찾기 위해 거리를 헤매고 밤에는 무덤에서 살아난 시체들의 공격을 피해 집안에 숨어 지낸다. 아무도 없는 텅 빈 도시의 풍경과 주인공의 지친 표정은 쉽게 잊히지 않는 강한 인상을 남긴다.”

힘겹게 오늘을 맞이한다

아직 난 살아 있구나

1965년 12월

나 혼자 세상에 남겨진 채

흘러간 시간들이다

불과 3년이란 세월이

수백만 년처럼 길게 느껴진다

텅 비고 고요한 죽음의 도시

그 세상의 주인은 나다

당신은 더 몰라요

생존자들은 감염되었지만 여전히 살아 있어요

우리는 사회를 재건설해야 돼요

산목숨도 아니고 죽은 시체도 아닌

비참한 생존자들과 함께요

새롭게 도시를 만들어야 해요

당신은 안돼요

위협적인 인물이에요

당신을 봤을 때 내가 왜 도망쳤을까요?

당신을 염탐하라는 명령을 받았지만요

당신에 대해 무시무시한 얘기를 들었거든요

당신은 이 도시의 전설이고 낮에 돌아다닌다고요

당신의 존재를 남기기 위해

피 없는 시체에 말뚝을 박죠

당신이 죽인 시체 중 아직 생존자가 있어요

그들은 무고하고 다정한 사람들이에요

이 괴물들

당신들은 괴물들이야

당신들 다 변종들이야

당신들은 혐오스런 괴물들이야

나는 인간이야

지상 최후의 인간

리차드 매드슨의 ‘나는 전설이다’는 (읽어보진 않았지만) 그 뛰어남 때문에 (혹은 그 제목 때문에) 세월이 많이 흘렀어도 자주 언급되고 있고 여러 영역에 영향을 줬다고 알려졌다.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몇 번 만들어지긴 했지만 만들어진 영화들 모두 (원작의 명성에 비해서) 신통찮은 평가를 받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나마 (영화로는) 처음으로 만들어진 ‘지상 최후의 사나이’가 꽤 높은 평가를 받고 있고 그 이후에 만들어진 비슷한 영화들에 큰 영감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트 아포칼립스 Post-Apocalypse

디스토피아 Dystopia

종말의 세계

묵시록적 분위기

모든 것이 망가져버리고 파국에 빠지고 파멸된 세상에 대한 흥미는 항상 있어왔고 ‘나는 전설이다’는 그걸 아주 탁월하게 만들어냈다고 알려졌지만 영화로 만들어질 때마다 뭔가 부족함이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이 영화를 보니 그게 어떤 뜻으로 말했는지를 알 수 있었다. 같은 제목의 영화 ‘나는 전설이다’ 또한 그럭저럭 괜찮았지만 아쉬운 점 있었고 뭔가가 빠져있다는 생각 들었었다.

‘지상...’은 얼핏 보면 좀비와 흡혈귀를 적당하게 섞어놓고 있고 거기에 종말의 세계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 여러 가지로 흥미로운 구석 많지만 여러 가지로 조잡함과 유치함 그리고 허술함 많아 얼치기 같다는 생각도 갖게 한다.

다만 빈센트 프라이스의 굳은 표정과 그가 만들어내는 특유의 기묘함 때문에, 그리고 이 영화가 풍겨내고 있는 묘하고 독특한 분위기 때문에 어째서 많은 사람들이 이 뭔가 부족한 영화에 여전히 열광하는지 알 것 같기도 했다.

아마도? 제작비가 충분하지 못해 긴장감을 만들지 못하고 우스꽝스러운 기분만 들게 해주는 죽었지만 살아있는 사람들의 모습과 공허와 침묵으로 가득한 도시의 모습이 인상적이었고, 그 텅 빈 세상을 유령처럼 서성거리는 빈센트 프라이스의 모습이 (그 이후에 만들어진 영화들을 생각한다면) 다소 초라하기는 하지만 어떤 풍경을 보여주려고 했는지 애써 노력하며 보게 해준다.

빈센트 프라이스의 독백과 몸짓을 통해서 홀로 남겨진 사람의 고독과 상실감을 설득력 있게 전달해준다. 문제는? 그것 말고는 도통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해서 엉성함만 가득하다.

초반은 인상적이고 강렬하지만 과거에 대한 회상과 그 이후의 이야기 진행에서 매끄러움과 정교함이 부족해 완성도에 있어서는 아쉬움 가득하지만 빈센트 프라이스의 독특한 표정만으로도 이 영화가 느끼게 해주려는 당혹감과 고독 그리고 홀로 남겨진 괴로움을 어느 정도 느낄 수 있게 해줘 아주 실망스럽진 않은 영화였다.

당연히 좀 더 잘 만들어줬다면... 이라는 아쉬움은 어쩔 수 없겠지만 나름대로 잘 만들었고 이런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그 부족함과 어설픔에 오히려 더 열광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이런 영화를 특별히 좋아하진 않지만 그래도 가끔씩 찾아보고 있어서인지 아주 싫지 않은 영화였다.

묘한 분위기가 좋았고 옛날 영화 티가 너무 팍팍 나고 있다는 것이 오히려 더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엉성함 가득하다고 말할 수 있을 영화지만 이 영화가 다뤄낸 여러 가지가 어떤 식으로 영향을 주고 이어받게 되는지를 생각한다면 고전이 왜 고전으로 불리고 그 시작이 어떠했는지를 왜 알려고 하는지를 더 잘 이해하며 즐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