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직되고 편협한 사회를 바라보는 라울 월쉬 특유의 시각이 자기중심적이고 반사회적인 주인공을 통해 잘 드러난 작품. 범죄자인 주인공보다 그를 쫓는 경찰이 더 위선적이고 악랄하게 그려진다. 영화의 배경이 된 휘트니 산의 웅장한 풍광조차 말없이 죽음을 향해 질주하는 주인공들의 운명을 관조할 뿐이다. 라울 월쉬 최고의 미학적 완성작으로 손꼽히는 영화.”
참고 :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2074127&cid=42621&categoryId=44442
죽음을 향해서 가는 남자라고 했나?
‘하이 시에라’가 어떤 영화인지 말해보라면 전해지지 않는 진심에 대한 영화였다고 설명할 것 같다. 그리고 엇갈리는 인연(짝사랑)에 관한 영화라는 생각도 든다. 지독할 정도로 고독하고 외로운 죽음이기도 했다.
주인공 로이 얼은 진심을 담아 고백하지만 거절당하고, 반대로 그에게 향하는 사랑에 그는 머뭇거린다. 그 사랑을 뒤늦게 받아들이고 마지막으로 자신의 마음을 글로 적지만(전하려 하지만) 갑작스러운 죽음은 그것조차 불가능하게 만든다. 죽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반가워하는 강아지만이 (그리고 슬퍼하는 여성만이) 곁에 남겨질 뿐이다.
라울 월쉬의 영화에 그리 큰 관심이 가지 않아서인지 이 영화도 좋은 점 많겠지만 그리 호감이 가는 영화는 아니었다. 마음 같아서는 더 야박한 평가를 하고 싶은 기분도 드는 덜컹거리는 점 있지만 비극을 넘어 비참이라는 말이 꺼내지는 죽음이라 그렇게까지 말하고 싶진 않다.
험프리 보가트는 그에게 딱 들어맞고 아마도 그만이 해낼 수 있는 배역을 훌륭하게 보여주고 있으며 라울 월쉬는 이런 저런 아쉬운 점 느껴지지만 그래도 만족스럽게 영화를 완성해내고 있다.
악명 높은 범죄자 로이 얼
여러 회유 끝에 얻어낸 특별 사면
감옥을 나오자마자 새로운 범죄를 모의하고
그러던 중 우연하게 첫눈에 반하게 되는 여성을 만나
진심을 전하지만 거절당하고
반대로 그에게 향해오는 애정에는 냉담하다.
그리고... 예감했던 비극으로 서서히 향해 간다.
엇갈리는 사랑과 비극에 대한 예감 그리고 기구한 운명을 보여주고 있는 이 영화는 웅대하다는 말이 곧장 나오게 되는, 계속해서 눈에 담고 싶은 자연이 한 남성의 죽음을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변함없이 그곳에 있으면서 인간이 만들어내는 비극을 내려다보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나씩 차근차근 차곡차곡 비극으로 향하기 위한 준비가 어떤 식으로 이뤄지고 어떻게 완성되는지를 무덤덤하게 바라보는 것 같게 느껴진다.
험프리 보가트는 뭔가 엉성한 영화에서 중심을 잡고 있고 자신의 존재감을 마음껏 뽐내고 있다. 그가 없었으면 좀 더 허술한 영화가 됐을지도 모르지만 그의 연기 덕분에 이 영화는 흡족하진 않지만 적당하게 볼만한 영화가 된다. 험프리 보가트의 최고작은 아닐지라도 그의 매력을 잘 보여주고 있는 영화였다.
거절당하고 거절하는 영화였다. 그리고 죽는다. 홀로 남겨진다. 딱한 사람(들). 생각하면 할수록 슬픈 이야기.
좋아할 영화도 아니고
좋아하게 된 영화도 아니지만
그가 그녀가 그리고 그들이 겪은 비극과 엇갈린 감정이 꽤 오래 기억될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