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을 일단 들여 놓으면

다들 놔주지 않아

누군가가 늘 등 뒤에 있어

한 번 형기를 살면 절대 정상인이 될 수 없어

절대 자유롭지 못해

언제나 줄을 잡아당기지

모르는 사이에 옛날로 돌아가게 돼

미쳤군

너네 모두 미쳤어

너네만 맞고 세상이 틀렸단 거지?

정직하고 바보처럼 일해서 먹고 사는 사람이 가득하니까

근데 왜 똑똑이들은 감방에 있고 바보들은 밖에 있지?

난 그런 부류가 아니야

말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완성

‘크라임 웨이브’를 간단하게 설명하라면 (복잡하게 설명해도) 범죄 영화라 말할 것이고, 아주 잘 만들어진 영화지만 널리 알려지진 않아 이런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찾아보라는 말을 하게 되는 영화였다.

같은 시기에 본 ‘이중 노출’과 비슷한 점 있어 좀 더 흥미를 느끼기도 했는데, 두 영화 모두 이제는 마음을 고쳐 잡고 살지만 한때 범죄자였던 과거 때문에 안정된 삶이 위협 받는다는 등장인물(과 이야기)이 있어 눈길을 끈다.

물론, 풀어내는 방식은 전혀 다르다. ‘이중 노출’은 누군가에게 의지하기 보다는 직접 나서는 방식이고 이 영화는 순순히 협박과 요구를 따르면서 영리하게 도움을 구해 수렁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그동안 알고 있지 못했던 안드레 드 토스 감독은 불필요한 장면 없이 안정감 있게 영화를 만들어내고 있고 스테링 하이든은 거칠고 껄렁하면서 집요한 심스 형사라는 자신에게 너무나 잘 어울리고 딱 들어맞는 배역을 훌륭하게 연기해주고 있다.

이 영화는 범죄와 그 과정에서 언제라도 있을 수 있어 아무렇지 않게 느껴지는, 너무나 가깝게 있다고 생각되고 바로 곁에서 떨어지려 하지 않는 죽음을 보여주며 시작하고 있다. 비정하면서도 건조한 시작 이후 이 영화는 곧장 빠른 속도로 이야기를 진행시키고 있고 범인을 잡으려는 경찰과 그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는 이들의 숨바꼭질을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다.

이제는 발을 빼고 살지만 한때 범죄자였던

조용하게 살아가던 이에게 찾아온 어두운 (여전한) 과거(들)

한번 들여놓았기 때문에 벗어나기 어려운 수렁

언제나 큰 건을 말하고 그 건을 성공해 화려한 삶을 꿈꾸는 (범죄)자

그들을 묵묵히 그리고 집요하게 지켜보고 뒤쫓는 경찰

사소하고 약간의 서투름과 실수 그리고 조그마한 단서가 만들어내는 빈틈

익숙한 이야기고 진행이지만 언제나 매력적이고 관심 가게 되는 내용이라 쉽게 몰입하고 흠뻑 빠져 즐기게 된다. 허술한 부분을 찾아내라면 찾을 수도 있겠지만 그런 식으로 보기 보다는 이 영화가 만들려고 하는 재미를 있는 그대로 즐기고 싶어진다.

범죄

죽음

또 다른 범죄 계획

후회스러운 과거로 인해 겪게 되는 곤혹스러운 상황

협박

인질

실패와 성공

간신히 되찾은 안정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을 지켜본 이의 고단한 표정

너무 복잡하지 않고 그렇다고 지나치게 단순한 구성도 아닌 적당하고 알맞은 구성과 내용의 범죄 영화고 여러 가지로 흥미롭고 볼만한 부분 많은 영화였다. 이야기와 진행 모두 흐트러짐 없다.

이런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고 아주 잘 만든 영화라 기분 좋게 즐길 수 있었다.

그리고 눈에 들어오는 것 한 가지

스테링 하이든이 연기한 형사 심스의 매일 매일은 범죄로 가득하고 일반 사람들에게는 특별한 경우지만 그에게는 처리해야 할 산더미 같은 업무일 뿐이다. 누군가가 죽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때때로 어이없는 경우도 있지만 결국 그에는 일에 불과할 뿐이다.

그가 한편으로는 악질로 보일 수도 있고 과격하고 편견으로 가득한 경찰로도 보일 수 있겠지만 때로는 자신의 생각이 틀렸음을 말없이 (순순히) 인정하고 생각지도 못한 배려도 해주는 등 양면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끝맺기 때문에 좀 더 흥미롭게 바라보게 된다.

이 영화가 다른 영화와 조금은 달리 느껴지는 부분은 바로 그런 점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고 잔뜩 피곤하고 귀찮은 얼굴로 모든 것에 넌덜머리난 표정을 보여주며 끝내기 때문에 특별한 인상을 갖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