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소설가 톰 개럿은 신문사 편집장의 딸인 수전과 약혼을 앞두고 있다. 톰은 새로운 소설을 집필하려고 결혼을 연기한다. 수전의 아버지인 오스틴 스펜서는 평소 파행적으로 법을 집행하고 용의자를 유죄 처리하던 검사를 미워한다. 어느 날 한 여인이 의문의 변사체로 발견되고, 스펜서는 톰에게 위험한 제안을 한다. 그 제안은 톰이 범인으로 가장하여 재판을 받은 후 진실을 폭로하여 세상을 발칵 뒤집어놓자는 것. 톰은 잠시 주저하지만 이내 범인의 인상착의를 토대로 톰은 범인으로 위장하기 위해서 새로운 차를 구입하고 옷을 입는다, 그가 탔다던 자동차와 비슷한 차를 구입하여 밤거리를 돌아다닌다. 그리고 한 여인을 차에 태우고 범행을 가장한다. 경찰은 곧바로 그를 구속 수사하고 검찰은 그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한다. 그와 함께 사건을 꾸미던 신문사 편집장은 이 모든 것을 사진으로 남긴다. 후일 진실을 폭로하기 위한 증거인 것이다. 재미난 것은 이 사진은 필름이 아니라 폴라로이드라는 사실이다. 즉 원본이 없는 세상에서 하나뿐인 증거물인 것인데...

이 영화는 시드니 루멧의 <12명의 성난 사람들>의 정 반대편에 위치한 영화다. <12명의 성난 사람들>은 1%의 의심을 바탕으로 의혹을 전개하여 유력한 용의자였던 소년이 무죄임을 밝혀낸다. 반면 <이유 없는 의심>에는 '의심'이 존재하지 않는다. 영화 제목처럼 '이유 없는 의심'만 있을 뿐이다. 의심 없는 사회는 슬프기 그지없다. 세상은 법의 권위와 힘을 맹종하고 미디어가 보도하는 사실만 믿는다. 이렇게 세상을 통제하는 힘들이 약간의 조작과 권위적인 압력을 가한다면 진실은 가려지고, 사건은 은폐되며 위장된다. <이유 없는 의심>은 사법권의 허와 실을 꼬집는 영화다. 필름을 프린트해서 사건을 밝히는 이야기 구조를 갖는 안토니오니의 <욕망>과 루이 말의 <사형대의 엘리베이터>와는 다르다.

프리츠 랑은 폴라로이드가 안고 있는 일회성을 적절히 이용한다. 그 현재성은 폐기되기에 너무나 쉽다. 또한 폴라로이드는 복제물을 만들 수 없기에, 후에 증거 인멸하기에는 더없이 수월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동시에 증거물이 되는 사진의 존재가치를 더욱 부각시키는 역할을 한다. 프리츠 랑의 아메리카 시네마 작품들 중에는 미디어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영화들이 상당수 있다. <이유 없는 의심>에서는 신문사 편집장인 스펜서의 존재가 가장 독보적이다. 그는 검사와 파워 게임을 벌이고 있으며, 세상을 손쉽게 속이고 조롱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다. 동시에 그는 세상에 권력을 행사할 도구인 신문사를 소유하고 있다. 톰이 재판을 받던 중 그가 사망함으로써 미디어의 위력은 사라지는 듯하다. 하지만 그의 딸인 수전이 후임자로 나선다. 증거가 사라져서 궁지에 몰린 톰. 수전은 톰의 사형집행을 유보하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신문을 이용한다. 자신의 권한으로 톰에 관한 호의적이고도 동정을 요하는 기사와 칼럼을 싣도록 편집위원들에게 지시하고, 편집위원들은 그녀에게 제대로 항의조차 하지 못한다. 신문사는 수직체계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는 사법권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프리츠 랑이 그리는 영화에서 수평적인 위계서열은 보기 힘들다. 반면 수직적인 위계서열이 등장하며, 그 안에서 권력다툼과 의견대립이 형성된다. 검사의 부하직원 격으로 나오는 밥은 톰의 사건을 재수사하고, 톰이 무죄임을 주장하면서 검사의 권위를 흔들어놓는다.

<이유 없는 의심>의 진실게임은 흥미롭다. 영화는 화려한 언변에 휘둘리는 무기력한 배심원들을 통해서 대중의 무지를 그리고 있으며, 절대적인 진실이 없다는 가정  에 모든 심판에는 의심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유 없는 의심>은 결말에서 다소 힘이 빠지지만, 프리츠 랑의 또 다른 작품인 <한 번뿐인 삶>처럼 생명 존중과 법의 허와 실을 이야기하고 있다.“

참고 :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5940080

두 분이 패티 그레이 양과 탈의실을 함께 썼죠?

어떤 사람이었습니까?

재수 없는 기지배였어요

밥 맛 없는 년

사기꾼에다가 창녀였어요

아무도 자세히 아는 사람은 없어요

인기도 그닥 없었고요

이런 거죠 그녀를 조금이나마 알게 된다면

바로 호감 안가는 부류의 사람이에요

속속들이 알게 되면 경멸하게 돼요

‘이유 없는 의심’은 프리츠 랑이 미국에서 만든 마지막 영화라는 점이 우선 눈에 들어온다. 그것 말고는? 그의 여러 걸작들과 주목할 영화들을 떠올린다면 조금은 부족하게 느껴지는 영화였다. 물론, 그럼에도 프리츠 랑이 만들어낸 영화인지라 여러 가지에서 흥미와 관심을 끌게 만드는 구석 꽤 많았다.

이 영화는 프리츠 랑이 미국 사회에 대해 일종의 실망을 느끼게 되는 부분을 말하려는 것 같았고 특히 언론의 문제점과 배심원 제도에 대한 의문스러움을 강조하려는 것 같았다. 그것에 대해 무척이나 마음에 들지 않고 뭔가 잘못된 점을 지적하려고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점에서는 일종의 고발 영화라고도 볼 수 있진 않을까?

기본적으로 이 영화를 간단하게 설명한다면 괜히 머리 쓰다가 되려 궁지에 몰리게 되는 헛똑똑이에 관한 영화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걸 보여주는 과정에서 사형제도와 언론에 대한 문제점 그리고 정황증거만으로 명백한 증거가 없음에도 최고형인 사형 판결이 가능할 수 있는 (미국 특유의) 배심원 제도가 갖고 있는 허점을 꼬집고 있다.

프리츠 랑의 영화가 항상 그렇듯 이야기의 짜임새는 훌륭하고 지루할 틈 없이 속도감 있고 흥미진진하게 영화를 진행시키고 있다. 다만, 이제는 프리츠 랑의 영화가 어느 정도 익숙하게 느껴지는지 변칙적이고 뒤틀어진 진행과 상황 그리고 반전이 예상되고 그 예상에서 벗어나지 않게 진행된다는 점에서는 아쉬움을 느끼게 만든다.

하지만 이리저리 정교하게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려고 하는 노력들을 보여주는 과정과 이후에 어떤 식으로 그게 문제가 될 것인지 예감할 수 있어 그 과정들을 보면서 느껴지는 긴장과 불안함은 역시나 프리츠 랑! 이라는 생각을 하게 해준다. 그리고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에 대한 호기심 또한 잃게 만들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아직 잃지 않은 재능을 확인하게 해준다.

진실과 거짓

은폐시키고 숨겨버린 과거

사형제도의 문제점을 알리기 위한 위험한 선택

그리고 그 선택에 감춰둔 의도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했을 때 벌어지는 반전

이전의 걸작들을 생각한다면 다소 아쉬운 점 있겠지만 그냥 이 영화만을 생각한다면 딱히 흠잡을 것 없는 훌륭한 결과물이라는 평가에 어렵지 않게 동의하게 될 것이다. 여러 가지로 흥미로운 부분 많고 생각해볼 점 많았던 영화였다.

인간의 알다가도 모를 모습과

언론과 사법제도의 이중성에 대해서 

그리고 때때로 느닷없이 찾아오는 불행과 배신감에 대해서 

이런 저런 생각들을 해보게 되는 영화였다.

참고 : 프리츠 랑은 영리하게 사형제도와 사법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도 한 악인의 숨겨진 모습을 폭로한다는 두 개의 이야기를 성공적으로 하나로 겹쳐놓았다. 쉽게 해낼 수 있으리라 생각하겠지만 그건 생각처럼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