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20대 초중반에 시작해서 40세가 될때까지 장애인들과 함께했다.
내가 처음 이일을 시작했을때 장애인에 대한 세상의 시선은 지금과 비교한다면 상상을 초월할것이다.
난 개인적으로 장애인들이 공동체 생활을 하고, 시설에서 생활하는것을 지지한다.
(지체장애인 말고 정신지체를 동반한 장애인들을 말하는것임)
주인공 혜정의 경우는 발달장애를 가지고 있다.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혜정이 이 사회 속에서
생활해나가려면 항상 누군가가 옆에 있어야 하고 그냥 있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어린 아이를 돌보듯
돌봄이 필요하다. 앞서 시설생활을 지지 한다고는 했지만 가장 베스트는 장혜영감독의 선택과
같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희생과 수고가 따라야 하기에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다. 감독이 고백한것처럼 힘든 순간들이 찾아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은 늘 누군가가 필요하다.
혜정처럼 손길이 많이 필요한 사람이 있는 것이고...
감독은 말한다. 왜 누군가를 돌본다는 것이 다른 누군가가 자신의 삶을 포기해야 한다는 뜻이
되어야 할까. 다른 사람을 돌보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 자기 자신도 살아가기 힘든 사회가 된 것이 아닐까. 함께 살면 살아진다라고.... 바로 이해가 되는 말은 아니지만 영화를 보고나면
어렴풋이 수긍이 된다.

동생 혜정은 13세때 가족들과 떨어져 외딴 산꼭대기의 건물에서
한번도 본적이 없는 사람들과 살아왔다.
내 삶에서 일어날 거라고는 상상조차 해보지 않았던 일이
동생의 삶에 아무렇지 않게 일어났다는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18년만에 한살 어린 동생을 다시 만나 함께 살기로 했다.
함께 살기로 마음먹었다고 모든것이 갑자기 내 결심에 맞게 변하지는 않는다.
혜정이와 함께 살아가려면 내 인생을 완전히 새롭게 시작해야 했다.
잘 지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함께 살기 시작하니 힘든 순간들이 찾아온다.

우린 결국 떨어져 살아야 할 운명일까?
우린 무사히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

혜정은 뭔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없을때면 '어른이 되면 할 수 있어?"라고 혜영에게 물었다고 한다.
긴 세월 동안 수없이 들었을 그말... 그녀도  너무나 많은 것을 '나중에~'라고 했다고 한다.
대체 '그 나중'은 언제쯤인지 생각해본게 최근의 일이라고....

18년만에 동생을 다시 만나 함께 살기위해 서울살이를 시작하게 됐다.
그동안에 부모님은 이혼을 하셨고, 언니는 결혼을 했다.
서울에 살기 시작하면서 당연히 복지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지원도 받을수있을것이라 생각했는데
서울에 최소6개월은 거주해야 지원받을수 있다는 조건이 있어서 6개월은 그렇게 버텨야했고
감독은 이 이야기들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공유해서 장애인과 우리나라의 시스템에 대해
나누고 싶었다고 한다. 그것이 영화[어른이 되면]의 시작이다.

혜정....혜영의 한살어린 동생으로 음악이 있는 곳이면 어디서든 몸을 흔들고 아이스커피를 한입에
털어넣고 나면 흥이 오르는 타고난 자유로운 영혼이다. 어린 시절 발달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장애인
수용시설에 보내져 무려 18년을 그곳에서 지냈다. 서른살이 되던 해 시설 밖 세상으로 나와 언니와 함께
좌충우돌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하고 싶은 것을 못하게 할때마다 '어른이 되면 할 수 있어'를
중얼거렸지만 언젠가부터 분명하게 의사를 표현하기 시작했다. 가끔은 막무가내로 떼를 쓰기도 하지만 조금씩 이 사회를 적응하기 위해 한 걸음씩 내딛는 중이다.

"무사히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 "연약하다는 것은 약하다는 것이 아냐" "인어공주는 물거품이 아니야"
OST 가 참 좋다... 흥얼거리며 따라 부르고 싶어지게 한다.

OST속 가사처럼 두사람은 나중에 무사히 할머니가 될수있을까?
그렇게 사회가 뒷받침 해준다면 과연 두사람만 행복할까?

아주 작은 예를 든다면 보도블럭을 걷다보면 3~4cm의 잘 느껴지지도 않은 턱이 있다.
하지만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에게 이것은 아주 높은 턱이 된다. 이턱은 휠체어 장애인에게만 불편할까?
아니다... 아기를 태우고 가는 유모차가 불편하고 이길을 걷는 어르신이 불편한것이다.

이번에 알게된것인데 스웨덴은 1997년 시설 폐쇄법이 재정되었고, 1999년 12월 31일을 기점으로
모든 시설이 폐쇄되었다고 한다. 이것이 가능했던것은 적극적인 정책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리라..
우리사회에서는 아직 먼길이 되겠지만 이 영화로 천리길에서 한걸음 뗄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