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놈은 우주에서 온다
시작부터 엉뚱하지만 최근에 OCN 드라마인 손 the guest를 애청하고 있어요. '동쪽 바다 깊은 곳에서 온다'던 큰 귀신 박일도는 작은 귀신들을 사람들에게 빙의시키며 세상에 기이한 범죄를 일으키는데요. 영화 베놈을 보는 순간 박일도가 오버랩되더라고요. 손 the guest의 손처럼 똑같이 다른 세계에서 와서 사람의 몸에서 공생하는 악의 기운인 베놈, 숙주가 정의와 진실을 쫓는 열혈 기자 에디 브록이기 때문일까요? 드라마 손 the guest와는 달리 베놈은 악당과 영웅의 경계에 있는데요. 히어로는 히어로인데 뭔가 께릭칙한 히어로인 베놈을 만납니다.
거대 기업인 라이프 파운데이션의 숨겨진 진실을 파헤치려다 직장도 잃고 여자친구도 잃고 집도 잃게 된 에디 브룩,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철한 기자 정신만은 포기하지 못했는데요. 미처 시도조차 못했던 라이프 파운데이션의 사무실에 잠입한 에디 브룩은 실험실에 있던 심비오트의 공격을 받게 됩니다. 그리고 시작된 외계 생물체와의 좌충우돌 공생 라이프가 시작된 가운데 라이프 파운데이션의 대표인 칼튼 드레이크 박사가 이 둘(?)을 향한 포위망을 좁혀오는데요. 그 와중에 난폭한 베놈의 기운을 달래야 하는 이중고가 계속됩니다.
알고 보면 에디 브룩의 베놈 육아기
하물며 사람의 아이를 키우는 데도 많은 시행착오를 겪게 되는데 힘 세고 악당 기질 다분한 베놈을 키우는(?) 일은 더더욱 만만치 않겠죠. 키우는 정으로 양육자와 피양육자가 심적으로 돈독해지기도 하고요. 관객들도 베놈의 육아기에 동참하게 된 결과 영화가 끝날 즈음에는 이 징그럽게 생긴 외계 생물체가 귀여워 보이는 착시 현상을 겪게 됩니다. 선과 악이라는 극과 극의 나타내는 캐릭터들이 이끌어내는 영화의 결말은 매우 훈훈하고 교훈적이기까지 하고요. 킬링 타임용 영화의 조건을 고루 갖춘 영화였네요. 한편 개인적으로 10대 시절부터 꾸준히 애정했던 배우인 히스 레저 사후에도 꾸준한 연기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 미셸 윌리엄스의 등장도 더 없이 반가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