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10개, 관심지역은 모아서 임장을 나가라
직장인에게 휴일과 연차는 부동산 경매를 하기에 더없이 소중한 시간이다. 머릿속에 그리던 지역의 경매 물건을 직접 찾아 나서고, 꿈에 그리던 낙찰을 맛보러 두근두근 떨리는 마음으로 입찰장에 들어갈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점찍어 둔 경매 물건이 있는 곳으로 떠난 휴일, 알아두어야 할 것들을 정리해보자.
경매 물건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발품을 팔아야 한다. 부동산 경매는 머리로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직접 현장조사를 나가서 해당 물건을 살펴보고, 여러 가지 정보를 얻어야 한다. 이것을 일컬어 흔히 ‘임장’이라고 한다. 어떤 물건인지 임장을 나가서 실제로 파악해보는 것이다.
임장을 나가기 전에 반드시 마쳐야 할 일은 관심 경매 물건과 관련된 서류 검토이다. 부동산등기부등본, 현황조사서, 감정평가서, 매각물건명세서, 건축물대장, 토지이용계획확인서를 봐야 한다. 이 서류를 검토한 다음 경매 관련 사이트에서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모으고, 나만의 경매 물건 보고서를 만든다.
임장을 나가기 앞서 해야 할 것이 또 하나 있다. 경매 물건이 있는 지역의 부동산중개업소 몇 곳에 전화를 해서 시세를 가늠하는 것이다. 인터넷 사이트에서 얻은 시세 정보와 전화로 문의한 시세 정보는 엑셀로 정리해 놓는다. 이런 과정을 통해 현장에서 직접 활인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미리 파악하고, 내가 봐야 할 물건 리스트를 정리한다. 그리고 관심 있는 지역을 모아 하루에 10개 정도 물건을 볼 수 있도록 미리 동선을 짠다. 이렇게 임장을 나가는 것이 시간을 황금같이 쓰는 요령이다.
현지 부동산중개업소에 들러 매매 시세를 확인할 때는 항상 매도 가격과 매수 가격을 물어봐야 한다. 세 곳 정도 들러 집을 사려는 매수자 입장, 집을 팔려는 매도자 입장, 임차인 입장에서 부동산 시세를 문의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부동산 중개인의 정보를 전적으로 의존해서는 안 된다. 그들의 정보는 취사선택해야 한다.
부동산중개업소 측과 정면 승부를 할 수도 있다. 경매가 목적임을 솔직히 밝히고 그 지역의 어느 집이 경매 물건으로 나와서 실거래가를 알고 싶다고 말한다. 낙찰 받으면 임대를 놓으려고 하니 서로 상부상조하는 게 어떠냐고 제안해보자. 임대 가격은 전세와 월세로 나누어 물어본다. 단, 이 경우에는 중개업소를 최소 두 곳 이상 들러서 정보가 일치하는지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임장은 혼자보다 둘이 함께 하는 것이 좋다. 사람마다 눈여겨보는 요소가 다르기 때문이다. 누구는 내부 구조나 인테리어에 관심 있고, 또 누구는 교육환경, 교통편, 편의시설 등 주변 환경에 더 관심이 있을 테니 여럿이 가면 좀 더 입체적으로 살필 수 있다. 임장에 나가서 확인해야 할 것들은 다음과 같다.
1. 법원경매정보 사이트에서 받은 현장조사서, 감정평가서, 매각물건명세서, 그리고 임장 보고서를 챙겨 가서 자료의 내용이 실제와 맞는지 하나하나 확인해야 한다. 서류에 나타나지 않거나 다른 내용이 임장에서 확인되기도 한다.
2. 임장을 나갈 때는 되도록 대중교통을 이용하자. 그래야 실제 거주자 입장에서 주변 교통시설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고, 버스정류장이나 역에서 목적지까지 가는 동안 찬찬히 주변을 살필 수 있다. 주변 환경을 살피다 보면 자료에는 없는 좀 더 생생한 정보를 알 수 있다. 해당 물건을 주변을 전체적으로 살펴보자. 주변에 대형마트와 대형병원 등 편의시설이 있는지, 혐오시설, 기피시설, 유흥업소, 숙박업소 등이 얼마나 있는지도 확인한다.
3. 목적한 곳에 도착했다면 먼저 그 집 우편함에 있는 우편물을 살짝 확인한다. 우편물에 있는 이름이 매각물건명세서에 나온 사람인지 살펴보는 것이다. 이름이 다르면 기록해 둔다. 우편물이 많이 쌓여 있다면 현재 거주하는 사람이 없거나 집에 신경을 쓰지 않는 사람일 수도 있다.
4. 목적물이 다세대주택이라면 노후 정도를 살핀다. 다세대주택은 지은 지 10년 정도 지나면 보일러를 교체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또 물이 새거나 수도관이 터지거나 녹물이 나오지 않는지 등 수도시설을 잘 살펴야 한다. 같은 가격이면 건축 연도를 확인해서 지은 지 오래되지 않은 물건을 살펴보는 것이 좋다. 비교적 신경을 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5. 관리비 연체를 확인한다. 관리사무소에서 명세서를 달라고 하면 된다. 연체된 공용 부분 관리비는 낙찰자가 내야 하므로 입찰 관련 비용을 산정할 때 고려해야 한다. 연체된 관리비는 소멸시효가 3년이니 3년 전부터 현재까지 연체도니 관리비만 내면 된다. 관리사무소에서 협조하지 않는 경우도 있으니 거절당했다고 해서 움츠러들지는 말자.
(책에는 ‘임장에서 확인할 체크리스트 10’이 실려 있습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책에서 확인하세요.)
내가 잘 아는 지역이고 어느 정도 시세를 알고 있다고 해도 임장은 필수이다. 그냥 아는 것과 실제로 돈이 오고 가는 과정에서 아는 것은 천양지차이다. 그러니 휴일에는 무조건 임장을 나가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지자.
내가 투자할 곳이 어떤 환경에 놓여 있는지 파악하고 살펴보는 것은 투자자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현장에 가보지도 않고 시세를 판단하고 입찰을 결정하는 것은 무모한 짓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