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아 칼럼(대중문화) - 여성포털이지데이

이 영화가 이번 가을 기대작이라는 기사인가를 봤다. 그렇다고 내가 특별히 기대하진 않았다. 내 기대를 충족시키는 종류가 아니었다. 좀비가 나오는 영화를 좋아하진 않는다. 여러 영화를 봤지만 그 영화들이 좀비영화라 본 적은 없다. 그저 뭔지 모르지만 끌려 봤을 뿐이다. 이 영화는 끌려서 봤기 보다는 딱히 다른 영화가 끌리는 것은 없어 본 측면이 좀 더 강하다. 어느 정도 예고편을 봐서 좀비가 나오는 영화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좀비가 나오지만 늘 어떻게 그걸 보여주느냐가 핵심이다. 거기에 조선시대에 좀비가 나온다는 설정은 아주 참신했다. 쓰고 보니 조선시대라고 하기에도 좀 애매하긴 하다. 특정 시기라고 하기는 애매하지만 조선이라는 것은 거의 틀림없어 보인다. 영화를 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예전에는 절대 왕에 대한 이야기가 참 많이 나왔다. 그 왕이 비록 이상하거나 폭군일지라도 말이다. 그만큼 왕이 조선시대를 지배한다는 이미지가 강했다.

최근 들어 나오는 조선시대 배경 영화나 드라마는 왕보다는 신하를 좀 더 중요하게 여긴다. 왕은 오히려 꼭두가시처럼 보일 때가 많다. 강력한 신하가 왕을 좌지우지한다. 이런 것은 한편으로 볼 때 시대상과 맞닿아 있는 것이 아닐까한다. 실제로 조선시대는 왕이 다스렸다고 할 수 없다. 이런 것을 최근 들어 사람들의 인식이 변화한 측면도 있다. 그보다는 역사는 사실이 아닌 후대에서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가 더 중요해 보인다.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고 사람들에게 알리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같은 사실을 갖고 다르게 보여줄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최근 사극은 거의 대부분 왕보다는 절대 권력이 신하에게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 영화에서 마찬가지다. 왕이 절대 권력을 갖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모든 것을 좌지우지 하는 것은 김자준(장동건)이다. 그는 단순히 신하가 아닌 개벽 할 의지를 갖고 있는 인물이다. 영화가 시작 된 후에 이방인이 역병을 퍼뜨린다.

역병이라 사람들은 소문이 났지만 실질적으로는 야귀가 판을 친다. 사람을 물고 낮에는 활동하지 못한다. 민심은 흉흉하다. 여기에 임금인 이조는 자신의 자리를 빼앗길까봐 노심초사한다. 그 점을 이용해서 김자준은 자신의 반대파를 숙청하는데 이용한다. 청에 있던 이청(현빈)은 이를 계기로 다시 돌아온다. 그가 온 재물포에는 야귀가 판을 치고 있다. 이는 김자준이 거대한 음모를 꾸미기 위한 큰 판을 설계한 일이었다.

<창궐>은 전체적으로 새롭다. 이야기 전개도 예상한대로 흘러가진 않는다. 내용을 밝히긴 힘들지만 이 영화가 픽션이라는 걸 느끼게 할 수 있도록 전개된다. 영화는 장동건을 상당히 영악하게 활용한다는 느낌을 가졌다. 장동건은 주로 무게감을 갖고 장면에 등장하는 씬이 많다. 특별히 대단한 감정을 표현하지 않는다. 그저 무표정하게만 있어도 그가 갖고 있는 설정 때문에 분명히 어떤 의도를 갖고 음모를 꾸민다는 걸 느끼게 한다.

설정을 볼 때 중반까지는 괜찮았다. 중반이후는 다소 이상하다는 느낌을 가졌는데 그것도 감독의 의도이긴 했다. 야귀가 출몰하는데 김자준이 너무 여유있게 대처가 허술하다고 생각되었다. 무방비로 야귀에 노출되는 것도 그렇고 말이다. 이 부분은 영화 후반부를 위한 빅피처였으니 이해는 되었다. 한편으론 현빈의 놀라운 무술이다. 초반에 이청이 나왔을 때 무술도 잘한다는 언급을 하긴 했지만 거의 1대 100명은 최소한 싸우는 듯했다. 그것도 야귀를 상대로.

무한 체력인 야귀보단 인간인 이청의 체력이 더 대단하고 지치지도 않는다. 영화에서 내가 주목한 배우는 박진우다. 워낙 여러 드라마와 영화 등에 출연해서 얼굴은 익숙하다. 그런 반면에 느낌이 재연배우같았다. 그럼에도 여러 극에서 다양한 역할을 했다. 생긴 것 때문에 다소 우락부락하거나 좀 당하는 스타일로 출연했다. 이번 영화에서는 나름 한 장면을 장악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지금까지 모든 연출가가 그를 그렇게 쓰지 않았는데 처음으로 보인다. 이런 배우가 잘 되면 괜히 기분이 좋다.

약간 아쉬운 것은 야귀가 전면에 내세우는 영화다보니 개인과 개인이 맞서거나 불꽃 튀기는 장면은 없다. 그저 이청쪽 진영인 박종사관(조우진), 대길(조달환), 덕희(이선빈)가 열심히 야귀를 물리치는 장면이 시종일관 나온다. 좀비 영화답게 야귀가 사람들에게 달려드는 장면과 좁은 공간에서 무한 질주하며 다가오는 모습은 충분히 볼 만 하다. 워낙 이런 류를 봐서 그런지 이제는 그다지 무섭다는 느낌이 없다는 게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영화 마지막 야귀를 모두 물리치고 이청과 김자준의 대결은 조금 아쉬웠다. 좀 더 정밀하게 고민해서 만들었으면 더 좋은 작품이 될 수 있었을 것이라는 느낌이었다. 현대와 달리 사람이 적다보니 어느 정도 대처가 가능할 수도 있다는 영화를 보니 들기도 했다. 현대 도시에서 무한정으로 늘어나는 것과는 한계가 있다고 할까. 끝으로 영화 보기 직전까지 2018 월드 시리즈를 보는데 18회까지 갔다. 영화 상영 직전에 시합이 끝나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었다.

핑크팬더의 결정적 한 장면 : 청나라 사신의 접대 무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