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이기 이전에 가족을 사랑하고 딸을 잃은 슬픔을 삼켰던 아버지였던 퍼스트 맨, 인류 최초 달 착륙 미션의 주인공인 닐 암스트롱을 만납니다. 일전에 우주를 소재로 한 인터스텔라가 공전의 히트를 친 이후 나온 우주 영화인 데다 라라랜드의 감독인 데이미언 셔젤의 최신작이라는 기대감과는 다른 감정을 불러일으킨 영화였는데요. 굳이 영화 인터스텔라와 비교하자면 두 작품을 관통하는 딸을 향한 아버지의 사랑이 다른 색깔로 표현된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이 영화를 국뽕으로 정의한 후기를 접한 터라 약간의 기대를 접고 들어가서인지, 오히려 여유를 가지고 영화의 면면을 살펴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습니다.
인류에게도 닐에게도 새로운 시작, 아플로 11호
영화는 딸의 죽음을 맞은 한 아버지의 이야기에서 시작합니다. 처음부터 완성된 우주 비행사가 아니라 너무나 평범해서 마음 한 켠에는 잊히지 않는 슬픔을 간직한 채 과거의 아픔을 잊기 위해 불가능한 임무에 몰두하며 인류 최초 달 착륙 미션을 완수해 나가는 어느 아버지의 시선이 보입니다. 우주 비행사에 도전한 것도 사실은 딸을 잃은 슬픔에서 벗어나기 위해서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지만 새로운 시작이 줄곧 희망적이지는 않습니다. 새 집으로 이사를 하고 새 아이를 낳고 새 직장을 얻었어도 차마 딸과의 추억을 입에 올리기는 어렵기만 합니다. 기실 달 착륙 미션 자체가 비행사의 생명을 담보하고 있는 만큼 시행착오를 거듭하는 가운데 목숨을 잃는 동료들을 보며 또 마음의 짐을 얹어갈 뿐입니다. 심지어는 자기 자신마저 가족들에게 비보를 전하게 될지 모를 일이죠. 사는 것이 고통이니 죽음이 두렵지는 않지만 자신의 죽음으로 인해 분명 남은 가족들은 자신이 겪었던 고통을 겪게 될 것입니다. 그것도 두 번째로.
과거와 미래가 만나는 순간, 현재를 만나다
우리는 이미 이 영화의 결말을 알고 있습니다. 때문에 구태여 미션의 성공 여부를 밝힐 필요는 없겠죠. 그래도 굳이 닐이 달에서 지구로 귀환하기 전에 했던 행동을 돌이켜본다면, 마치 닐이 저 세상에 있는 딸을 향해 '달을 볼 때가 네 생각이 날 거야'라고 말하는 듯합니다. 많이 늦었지만 이제야 딸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가족들에게 돌아가야 할 이유를 떠올리지 않았을까요. 유리 칸막이를 사이에 두고 펑펑 울던 부부심정을 알 듯해서 그들에게 마음으로 괜찮다고 위로를 보내고 싶어집니다.
그 사실을 깨닫기까지 2시간 반에 가까운 시간이 누군가에는 지루하게 누군가에게는 안타깝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미지의 세계인 우주에는 사랑이 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