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성실하게 목수로 살아가던 다니엘은 지병인 심장병이 악화되어 일을 계속 해나갈 수 없는 상황이 된다.

다니엘은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 찾아간 관공서에서 복잡하고 관료적인 절차 때문에 번번히 좌절한다.

그러던 어느 날 다니엘은 두 아이와 함께 런던에서 이주한 싱글맘 케이티를 만나 도움을 주게되고, 서로를 의지하게 되는데...”

참고 : http://movie.naver.com/movie/magazine/news.nhn?section=main&office_id=140&article_id=0000030426

참고 : http://movie.naver.com/movie/magazine/news.nhn?section=main&office_id=140&article_id=0000031897

참고 : http://movie.naver.com/movie/magazine/news.nhn?section=main&office_id=140&article_id=0000031909

참고 : http://movie.naver.com/movie/magazine/news.nhn?section=main&office_id=140&article_id=0000031307

‘지미스 홀’을 끝으로 켄 로치는 영화계를 은퇴했(었)다.

노동자들을 옹호하고 약자들의 편에서 그들을 위로해주는 영화들은 여전히 만들어지고 있었지만 켄 로치가 만들어낸 결과물 수준의 영향력과 울림을 보여주는 영화들을 쉽게 찾을 수 없었기에 그의 빈자리는 크기만 했었고 그 누구도 켄 로치가 만들어낸 영화만큼의 아름다움을 보여주진 못하고 있었다.

너무 켄 로치를 옹호하고 칭송한다는 말을 듣더라도 이런 생각을 바꾸고 싶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생각지도 않게 (마치 미야자키 하야오처럼) 켄 로치는 복귀를 했고 그동안과 마찬가지처럼 노동자들의 삶을 약자들과 내몰려지는 이들의 삶을 다뤄내면서 이전과 달라지지 않는 올곧음과 흔들리지 않는 신념을 보여주며 자신의 생각과 믿음을 영화로 보여주었고 이전과 같은 그 변치 않음에 감탄하고 감동하게 된다.

물론, ‘나, 다니엘 블레이크’를 이미 접한 사람들이라면 감동만이 아닌 슬픔 또한 느꼈을 것이지만.

은퇴를 번복하고 다시금 자신의 (오직 켄 로치만이 보여줄 수 있는) 영화를 만들어낸 켄 로치의 복귀작(이 이후에도 또 영화를 만들 것인지는 다시금 알 수 없겠지만) ‘나...’는 여전히 암울한 세상에서 희망을 찾고 연대를 찾으며 무언가 가능성을 찾으려고 하는, 혹은 그런 것 없이 어떻게든 삶을 살아보려고 하는 애처로운 노력(들)을 깊숙이 들여다보고 있다.

끊임없이 밀려나고 내쫓기지만 그대로 물러날 수 없다는 꼿꼿함과 어떤 다짐을 확인하게 된다.

극심한 경제 불황과 경기침체

불안정한 고용 환경

축소되고 있는 복지제도

이런 상황은 단지 영국만의 문제는 아니겠지만 영국(더 정확하게는 뉴캐슬)에서 다니엘 블레이크와 그의 주변 사람들이 겪게 되는 온갖 상황들은 과연 이걸 어디서 어떤 식으로 해결해나가야 할 수 있을까? 라는 불안한 걱정과 혼란을 느끼게 되고, 과연 지금의 악순환-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라는 비관과 좌절감 또한 갖게 된다.

이런 패배감 속에서 주인공 다니엘 블레이크(그리고 켄 로치)는 만약에 패배하고 무너질지라도 (다니엘 블레이크 또한 포기하고 좌절하기는 하지만) 쓰러지지 말고 다시금 일어서라고 손을 내밀어 응원하고 용기를 주려고 한다.

위축되거나 좌절하지 말라는 말을 해주고 있다.

내쫓기고

내몰려지고

침체되고 악화된 사회-경제 구조-환경으로 이전과는 다른 처우와 대우를 받게 된, 이런 저런 조건과 구분, 행정적이고 절차적인 교묘함을 통해서 어떤 식으로도 도움의 손길을 줄이려고만 하는 복지체계에 분노하는 다니엘 블레이크의 모습과 그가 겪게 되는 온갖 곤혹스러운 상황들, 우연한 만남과 그 만남으로 계속해서 도움을 주면서 보게 되고 겪게 되는 궁핍하고 어려움으로 가득한 삶, 그렇기 때문에 범법을 찾게 되고 혹은 좀 더 쉽게 돈벌이를 하고 싶어 하는 여러 기회-유혹(들), 온갖 어려움과 당황스러울 뿐인 상황에서도 울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웃게 되고 쓴웃음을 짓게 되는 여러 상황들, 복잡하기만 하고 해결의 가능성은 찾을 수 없을 뿐인 상황들에 대한 풍자적이고 역설적-아이러니로 가득한 영화 속의 이야기들은 지금 현재의 세상의 모습을 한 단면을 잘 보여주면서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켄 로치는 전혀 변하지 않았고 어떤 점도 부족해지지 않았다.

켄 로치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영화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켄 로치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이 영화를 당연히 옹호할 것이다.

어떻게 본다면 어울리지 않는 만남이고 이상하고 조금은 특이한 연대와 위로일지도 모르지만 그들이 그렇게 서로가 서로에게 각별해질 수 있는 것은 어쩌면 그것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고 사람이 살아가는 자연스러운 모습인지도 모른다.

아마도 서로에 대한 아픔과 힘겨움을 충분히 알고 이해하기 때문이진 않을까?

누군가를 불신의 시선으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닌 포용하고 이해하려고 할 때, 좀 더 관심을 갖고 도움을 줄 수 있을 때, 그럴 때 우리는 좀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켄 로치의 믿음을 믿고 싶어지고 그 믿음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알려주고 싶어진다.

켄 로치는 여전하고 그가 만들어내는 아름다움 또한 여전하다.

켄 로치의 영화는 항상 이런 식이고 이런 이야기이기 때문에 영화에 대해서 얘기를 하게 될 때 켄 로치를 좋아한다는 말은 무척 개성 있는 뜻이 되는 것 같다. 단순히 그가 만들어낸 영화를 좋아한다는 뜻이 아니라 그가 바라보는 세상을 그리고 불의와 싸우려고 하는 그 정신을 공감한다는 뜻이고 켄 로치처럼 세상과 싸우지는 못할지라도 그를 응원하고 지지하고 싶다는 뜻이기 때문에 켄 로치의 영화를 좋아한다는 것은 어떤 세계관을 갖고 있다는 뜻이기도 한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진정으로 변하게 되지 않는 한 켄 로치를 좋아하는 사람은 어떤 식으로도 앞으로도 켄 로치를 좋아한다고 말할 것이고, 켄 로치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도 절대 켄 로치를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켄 로치의 영화를 좋아한다는 것은 분명하게 어떤 입장과 세계관을 갖고 있다는 뜻이고, 그런 입장에 대해서 좋아하든 동의하지 않든 어떻든지 간에 무언가를 분명하게 말한다는 점에서는 특별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름다움에 관한 영화도

재미로 가득한 영화도

세상에는 다양한 영화들로 가득하지만

켄 로치의 영화는 그 어떤 영화들에 비교해서도 찾기 어려운 특별함과 삶과 세상에 대한 뚜렷함을 볼 수 있기 때문에 항상 켄 로치의 영화를 통해서 세상과 삶을 다시 바라보게 되고 생각해보게 된다.

다시금 영화를 만들어주어서 진심으로 감사하다.

참고 : 영화 내용 중에서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행정적-절차적인 복잡함에 대해서 한편으로는 분노하지만 반대로 다른 한편으로는 그런 절차적인 복잡함과 사무적인 입장 속에서만 누군가를 대하려고 하는 모습은 나 또한 분명히 갖고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분노하기 보다는) 오히려 반성하게 되기도 했다.

그렇지만 단순히 반성하는 것이 아니라 더 깊숙한 문제는 실제로 업무를 하게 될 때면 그런 식으로 일을 하는 것이 더 (업무적으로는) 간편하고 효율적이라는 점이진 않을까? 무엇이 먼저이고 중요한 것인지 우선순위를 생각하고 항상 고민해야 하는 것이 올바르겠지만 사람이란 좀 더 쉽고 편한 것을 더 좋아하기 마련이고 그렇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행동하게 되어버리기 때문에 이런 부분들을 과연 단순하게 생각하고 이해해야 할 부분인지에 대해서 조금은 고민스럽게 생각하게 된다.

이런 문제에 대해서 해결될 수 있는 제대로 된 원인분석이 필요할 것 같은데, 점점 우리는 우리들이 만들어낸 세계로 인해서 압박을 받고 괴로움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