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의 사고로 절망에 빠진 천재 외과의사 ‘닥터 스트레인지(베네딕트 컴버배치)’.

마지막 희망을 걸고 찾아 간 곳에서 ‘에인션트 원(틸다 스윈튼)’을 만나 세상을 구원할 강력한 능력을 얻게 되면서,

모든 것을 초월한 최강의 히어로로 거듭나는데...”

참고 : http://movie.naver.com/movie/magazine/news.nhn?section=main&office_id=140&article_id=0000031611

내면의 악을 없애진 못해

억누르는 법을 배울 뿐

처음부터 마블 시리즈를 즐기게 된 것은 아니었지만 (항상 말하게 되지만) 마블의 영화들은 기본 이상의 재미와 여러 볼거리들을 만들고 있기 때문에, 어떤 절묘한 균형감각을 잘 지켜내고 있기 때문에 결국 찾게 되는 것 같고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게 되는 것 같다.

한때의 유행이 될지도 모르고 언젠가는 흥미로운 이야기와 볼거리가 (지금보다는) 줄어들지도 모르지만 그런 (쓸데없는) 걱정을 하기 보다는 지금 마블이 어떤 재미를 만들고 그들이 재미를 만들면서도 무슨 진지함을 찾으려고 하는지를 확인하려고 하고 그 조화와 조합을 즐기려고 한다.

마블의 새로운 시리즈인 닥터 스트레인지 시리즈는 이미 공개 전부터 많은 기대를 받고 있었고, 그 기대를 충분히 채웠다고 생각하는데, 사람들에 따라서는 기대에 비해서는 아쉬움을 느꼈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너무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면 2시간동안 여러 볼거리와 재미를 즐기기에 충분하다는 생각을 한다.

괜찮은 재미를 만들고 있고

충분한 볼거리를 만들어주었다.

너무 시각적인 현란함 때문에 어지러움이 크기는 했지만.

뜬금없는 말이지만 ‘인셉션’을 많이 참고했으리라 생각되는 ‘닥터...’는 시리즈의 첫 번째 이야기이기 때문에 등장인물들의 개성과 특징들을 잘 이해시키고 설명해주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고 특히 (당연히) 영화의 중심인 주인공 닥터 스트레인지의 좌절과 회복 그리고 여러 (내면적, 외부적) 갈등들을 이해시키는 것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고 집중을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등장인물들은 단순하게 다뤄지고 있다는 느낌도 드는데, 어차피 마블 영화에서 그런 것 하나하나 세심함을 기대를 하는 것이 무리한 요구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단순하게 마블이 보여주려고 하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고 그렇지 않은 것에는 완성도를 망치지 않는 수준으로만 다뤄낸 것 같다는 평가를 하게 된다.

충분히 주인공을 매력적으로 만들어내고 있고, 보여줄 것 실컷 보여주면서 볼거리도 만들고 있으니 나쁘지 않은 결과물이라고 말할 수 있진 않을까?

‘인셉션’을 떠올린 이유는 ‘인셉션’에서 공간을 다루는 방식을 ‘닥터...’는 그대로 가져와 좀 더 현란하고 요란하면서 거대하게 부풀렸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응용이라면 응용이고 참고라면 참고일 것 같지만 ‘인셉션’을 보여준 방식에서 현란함과 거대함만이 있을 뿐 좀 더 색다른 방식이나 개성은 부족해서 ‘인셉션’의 영향성 이상의 독창성과 개성을 느끼진 못하게 되는 것 같다.

‘인셉션’이 보여준 것을 넘어서는 공간에 대한 흥미로운 이해를 보여주고 못했지만 그걸 극대화시키는 볼거리를 보여주었다는 점에서는 충분히 눈길이 머물게 되고 보다보면 어지러움을 느끼게 될 정도로 현란함을 보여준다.

이런 영화를 보게 될 때면 과연 컴퓨터 그래픽 없이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마찬가지의 뜻이지만) 컴퓨터 그래픽 없이 영화를 만들 수 있기나 한 것인가? 라는 회의도 들게 되는데, 거대하고 거창한 볼거리를 목표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러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도구이고 그걸 통해서 꿈꾸고 생각으로만 가득했던 장면을 실제로 만들어낼 수 있고 보여줄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이제 영화는 과거의 영화들과 분명하게 다른 단계에 있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까지 하게 만든다.

하지만 ‘닥터...’는 단순히 온갖 현란하고 소란스러운 특수효과만으로 가득한 영화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컴퓨터 그래픽으로 모든 것을 채우더라도 배우의 중요함은 빠질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하듯이 그 누구도 대신할 사람이 생각나지 않도록 주인공 스트레인지를 연기하고 있고 그의 연기가 그의 경력 속에서 아주 특별함을 차지하진 않을지라도 충분히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자신감으로 가득했던 삶

지나친 자신감으로 인해서 거만함도 느끼게 되는 모습

갑작스러운 사고

망가진 신체

부셔진 삶

구원과 회복을 위한 극단의 최후의 선택

그리고 생각지도 못한 경험과 모험

만화 같은 이야기라고 말한다면 바로 그런 이야기 때문에 사람들이 좋아한다고 말해야 할 것 같고, 거창하고 뭔가 거대함을 만들려고 하는 것 같지만 (이런 말이 이상한 말일지도 몰라도) 이미 너무 많은 마블 영화들을 봤기 때문인지 그런 특별함을 느끼기는 어려웠다.

단순하고 전형적인 이야기 구성을 보여주고 있을 뿐이지만 다행인 것은 어쨌든 재미나다는 점이다. 

틸다 스윈튼과 매즈 미켈슨 같은 좋은 배우가 조금은 소모품처럼 다뤄지고 특색 없게 등장하고 (사리지고) 있어서 아쉬움이 느껴지기는 하지만 이런 저런 재미들도 있고 볼거리도 충분해서 부담 없이 지루하지 않게 즐길 수 있었다.

재미나기는 하지만 특징 없고 무덤덤하게 즐기게 되기도 하는 영화였는데, 그렇다고 모든 것이 지루한 느낌이 들게 되는 것은 아니었다.

마블의 영화들이 항상 그렇듯 간간히 흥미로운 순간들이 주의를 끌었는데, 영화에서 흔하게 다뤄지는 감춰진 진실을 알게 되었을 때 분노하거나 실망하거나 돌변하거나 등등 사람의 성격과 성향에 따라 반응이 너무 다른 여러 모습들을 볼 수 있었고, 그들이 어째서 그런 반응을 보이게 되었는지를 지켜보며 인간의 유약함과 유연함을 혹은 강인함을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거나, 해묵은 구분이기도 한 정신과 육체의 구분 그리고 정신을 통해서 신체-육체를 지배하는 경우에 대해서도 항상 그런 단순한 구분에 대해서 거리를 두려고 하면서도 쉽게 공감하게 되기도 해서 (자연스럽게 그렇게 생각하게 되기도 해서) 과연 어떤 식으로 생각하는 것이 더 옳은 것인지 생각하게 되기도 한다.

한두가지 더 덧붙인다면 상투적으로 다뤄지는 경우가 많은 영원-초월과 유한함에 대한 논쟁 또한 ‘닥터...’에서 다뤄지고 있는데, 흔한 결론을 특별한 노력 없이 찾고 있기 때문에 식상함이 크기는 했지만 그런 결론 이상의 무언가를 찾을 수 없진 않을까? 라는 생각도 과연 어떤 식으로 다른 말할만한 것을 혹은 덧붙일만한 것을 찾아볼 수 있을까? 라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마지막으로 (많은 사람들이 언급하는 것 같은데) 영원-초월과 유한을 대립시키면서 반복이라는 것을 더했다는 점에서는 무척 흥미로운 순간인 것 같고 그 순간을 되새겨보고 싶어지게 된다.

누군가를 이기는 것이 아닌 반복해서 패배하지만 그 패배가 결국 협상과 타협 그리고 완전한 패배-붕괴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점에서 그 순간을 그리고 그 방식과 과정을 천천히 (반복해서) 생각해보게 되기도 한다.

‘닥터...’ 특별하고 대단한 영화는 아닐지라도 이 영화에서 우리의 삶에 대한 고민하고 질문에 대해서 어떤 어렴풋한 실마리와 대답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별 것 아닌 대중영화 상업영화일지도 모르지만 별 것 아닌 영화에서도 관심을 끌게 되고 어떤 깨달음을 만나게 될 때가 있다.

마블은 이번에도 영리했고 잘 해냈다.

앞으로도 또 잘 해내겠지.

참고 : 이제는 배우 경력 중에서 마블 영화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을 찾기가 더 어려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