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 20일, 미국 루이지애나주 앞바다 멕시코만 석유 시추선 ‘딥워터 호라이즌’ 호.
무리한 작업량으로 인하여 이미 배가 시한폭탄 같은 상태임에도 본사는 일정과 비용을 이유로 안전검사를 무시한다.
‘딥워터 호라이즌’ 호의 총 책임자 ‘지미’(커트 러셀)와 엔지니어 팀장 ‘마이크’(마크 월버그)는 이에 반대하지만,
본사 관리자 ‘돈’(존 말코비치)은 이런 항의를 묵살하고 작업을 강행한다.
본격적인 작업이 시작된 직후, 굴착반 ‘케일럽’(딜런 오브라이언)은 시추관에서 이상 징후를 감지한다.
그리고 그 순간, 배 전체를 뒤흔드는 폭발음과 함께 ‘딥워터 호라이즌’ 호는 거대한 화염에 휩싸이는데…”
참고 : http://movie.naver.com/movie/mzine/read.nhn?office_id=140&article_id=0000032361
피터 버그의 영화들은 ‘프라이데이 나잇 라이트’, ‘킹덤’, ‘론 서바이버’와 같은 영화들이 우선 기억나게 되고, 연출에 있어서 엄청난 재능을 발견하진 못해도 충분히 인상적이고 만족스러운 영화들을 만들어내고 있어서 꾸준히 그의 영화들을 찾게 된다.
최근에는 마크 월버그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들을 많이 만들어내고 있는데, 영화를 만들어내는 과정이 서로 만족스러워하는 것 같고 결과물 또한 괜찮은 것 같다. 피터 버그로서는 마크 월버그의 저돌적이고 강직한 모습을 통해서 강렬하고 역동적인 선이 굵은 영화들을 만들려고 하고, 마크 월버그 또한 그런 영화들을 선호하고 있는 것 같아 서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게 되는 것 같다.
2010년 미국 멕시코만 석유 유출 사고를 소재로 한 ‘딥워터 호라이즌’ 또한 남성미로 가득한 거칠고 격렬함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는 영화였고 충분히 그것을 보여주는 것에 성공하고 있는 영화였다.
멕시코만 석유 유출 사고는 (기억이 정확하다면) 오바마 정부 초기에 벌어진 일이고 이 사고 때문에 꽤 애를 먹었다는 기사를 어딘가에서 읽었던 기억이 나는데, 엄청난 양의 석유가 유출된 사고고 그 때문에 여러 가지 문제(환경 및 기타)가 연달아 벌어져서 오바마 정부가 이 사건을 큰 악재로 인식하고 있었다는 식의 기억이 난다. 기억이 정확하다면...
그래서인지 생각보다 빠르게 그 당시의 사고를 영화로 만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그 사고를 영화로 만들 정도의 소재가 되는 것인가? 라는 생각도 들게 되었는데, 완성된 결과물을 본다면 재난 영화로 만들면서 그 재난 속에서 안전을 무시하는 과정으로 인해 만들어지는 여러 갈등들 그리고 여러 징조들과 이어서 벌어지는 거대한 재난 속에서 보여주는 용기와 헌신 등은 실제로 그 당시 그랬을까? 라는 생각이 당장 들게 되지만 재미나고 볼만하게 만들고 있고 묵직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느슨하게 풀려지지 않고 힘이 넘치는 영화였다.
보여줄 것들을 장황하지 않게 잘 다듬어 보여주고 있다.
실제 사건을 근거로 한 영화지만 어디까지가 사실인지는 쉽게 갈려지지 않는데, 어느 정도 미화할 수 있을 부분들이 있어 보이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괜찮을 영화였다. 그런 것들은 그저 영화일 뿐이라는 생각으로 넘겨버렸다.
용기 있고 헌신적이고 원칙적은 사람들의 모습은 너무 믿지는 말아도 본받을 점들은 본받으면 될 것이고, 악독하고 무책임한 사람들의 모습은 되도록 닮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실제로 그렇게 살아가면 될 것이다.
영화의 진행은 특별한 특색 없이 색다름 없이 진행되지만 괜찮은 흐름과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불필요하게 길게 늘어지지 않고 너무 요란하거나 현란하지도 않으면서 각각의 등장인물들이 갖고 있는 개성과 석유시추선이 갖고 있는 독특한 공간의 모습을 잘 살려내고 있기도 하다.
쓸데없는 감동과 감정을 만들려고 하지 않고 직선적으로 몰아세우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 본다면 너무 단순한 구성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그 상황의 급박함과 긴박함을 최대한 부각시키고 있고 등장인물들의 특징을 평면적일지라도 볼만하게 잘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여러 가지로 괜찮은 부분들을 많이 찾게 된다.
간단하고 짧은 대사들과 그들이 나누는 대화를 통해서 어떤 사람들이고 어떤 성향인지 아주 쉽게 이해시켜주고 있고, 갈등과 벌어진 상황에서 보여주는 행동 또한 예상할 수 있게 만들어서 불필요한 설명을 많이 줄이고 있다는 점이 ‘딥...’의 장점일 것 같다.
꽤 솜씨 좋게 등장인물들을 만들어내고 있고 전형성을 최선을 다해 피하려고 애쓰고 있다.
경제적인 논리에 따라 (돈벌이라는 탐욕에 취해) 안전에 대한 안이함-불감증으로 벌어지지 않을 수 있었던,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사고가 엄청난 재앙-재난이 되는 과정은 이런 영화에서 항상 지켜보게 되는 과정이지만 실제로 있었던 사건이고 어느 정도 실제 사건에서 있었던 갈등과 문제점들이었을 것이기에 영화에서 벌어지는 재앙-재난이 좀 더 안타깝고 한편으로는 분노를 갖게 만든다.
돈이 중요한가?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저런 상황이 벌어지게 될 정도로 중요한가?
모든 것을 무시하고 앞세울 정도로 그것이 그렇게 중요한 것인가?
편집과 촬영은 긴박감과 재난의 거대함을 육중한 파괴력을 잘 살려내고 있고, 살고 싶은 절박감과 불안감 그리고 용기 있는 사명-책임감을 배우들은 잘 보여주고 있다.
여러 불길한 징조들과 수익과 비용을 앞세운 따른 빠른 일정에 대한 강요와 압박
조금은 순식간에 혹은 약간은 둘러보듯 보여주는 시추선의 다양한 모습들
그리고 그곳에서 일상과 업무를 하는 이들의 평범한 모습들
일정을 앞당기기 위한 과정에서의 갈등
안전에 대한 우려로 인해 지시를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모습들
맞는 말일지도 모르지만 혼란스럽게만 만드는 허황된 논리로 주어진 일정에 대한 강요
갑작스러운 재앙-재난과 이후 살아남기 위한 과정
살아남기 위한 애처로운 노력과 함께 석유 유출을 막기 위한 용기와 책임감 있는 모습들
동료들을 살려내기 위한 희생정신과 여러 목숨을 위태롭게 만드는 상황과 조건들
그리고 거대한 폭발들과 살아남은 사람들을 구조하기 위한 노력들
재난 영화가 항상 그렇듯 ‘딥...’ 또한 용기, 희생, 사랑, 슬픔, 감동 등등 여러 감정들을 뒤섞고 있고 여러 돌발적이고 혼란-혼돈으로 가득한 상황들을 만들어내고 있으며 그것들 모두가 나쁘지 않은 조합을 보여주고 있고 좋은 흐름과 속도를 만들어내고 있다.
피터 버그는 거장은 아닐지라도 어떻게 영화를 만들어야 괜찮은 결과물로 만들 수 있는지를,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보여줘야 좋은 완성을 해낼 수 있는지를 잘 알고 있고 그걸 능숙하게 만들고 있다.
전형적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그보다는 충분히 볼만하다는 것을 더 강조하고 싶다.
‘딥...’에서 가장 인상적인 인물은 주인공 마이크가 당연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보다는 시추선의 총 책임자인 지미를 좀 더 주목하게 된다.
지미가 보여주는 고분고분하지 않은 꼬장꼬장한 모습과 원칙과 책임을 잊지 않는 모습
사고 때문에 몸이 많이 다쳤음에도 흐트러짐 없이 혼란스러운 상황을 안정시키기 위한 모습
구조된 이후 즉각 생존자들과 희생된 사람들을 파악하려는 모습
지미라는 인물은 충분히 귀감을 살만한 모습이고 특별히 인상적이었다.
덧붙인다면 영화에서 보여주는 재난-재앙으로 인한 긴박한 상황 보다는 재난-재앙이 일어나기 전 시추선의 내부와 여러 공간들을 보는 재미가, 영화에서 갈등과 다툼을 보여주는 순간보다 별 것 아닌 상황 속에서 각자의 일상을 보여주는 모습이 더 볼만했고 더 보고싶은 장면들이 많았다.
그리고?
좀 더 생각해본다면 결국 세월호 사건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안이함과 느슨함으로 가득했던 구조의 모습과 영화에서 보여주는 신속한 대응의 대비는 어떤 식으로든 그 순간을 다시금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미국의 강함이라는 것은 그런 것 아닐까?
여러 비판적인 모습들도 많겠지만 이런 긴박한 상황에서는 어떤 식으로 행동해야 할 것인지를 체계적으로 아주 신속하고 재빠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최선을 다해서 그 상황에 뛰어드는 모습에서는 본받고 알고 싶은 모습이 많은 것 같다.
한국에서도 그런 모습들을 보고 싶다.
전형적인 상업 영화이고 재난 영화였지만 충실하게 재미를 만들려고 하고 있고 거대한 볼거리와 긴장감 넘치는 순간들을 나쁘지 않게 담아내고 있으면서 박진감과 함께 희생과 용기, 슬픔 그리고 감동 또한 만들고 있기에 괜찮은 영화라고 말하게 된다.
참고 : 영화가 끝마쳐진 다음에 이후의 뒷얘기를 보면서 결국 죽은 사람만 있고 어떤 식으로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 것은 한국이나 미국이나 마찬가지인 것 같다는 생각만 들게 된다. 항상 죽은 사람만이 있다. 이름도 기억하지 한줌의 목숨들만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