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흑인 아이가 소년이 되고 청년으로 성장해 가는 과정에서 푸르도록 치명적인 사랑과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

참고 : http://www.djuna.kr/xe/review/13192322

참고 : http://movie.naver.com/movie/mzine/read.nhn?office_id=140&article_id=0000032580

참고 : http://movie.naver.com/movie/mzine/read.nhn?office_id=140&article_id=0000032533

때가 되면 스스로 뭐가 될지 정해야 해 그 결정을 다른 사람이 할 순 없어

가끔씩 많이 울지 내가 눈물방울이 된 것처럼

내 몸에 손댄 사람은 너밖에 없어

너 뿐이었어

그 때 이후로 관계를 가진 적 없어

이번 2017년 아카데미 시상식의 주인공이 된 ‘문라이트’는 이미 많은 이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주목을 받고 있었지만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으로 인해서 (그 어처구니없는 상황 속에서 받아낸 쾌거이기 때문에) 더욱 많은 사람들이 언급하게 되는 것 같다.

뛰어난 완성도를 보여주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얘기를 꺼낼만한 영화지만 우선은 그 촌극을 말한 다음에 얘기가 나오니... 안타깝다면 안타까운 상황인 것 같다.

기본적으로는 성장영화라고 말할 수 있는 ‘문라이트’는 미국(그리고 마이애미)이라는 공간에서

흑인들의 삶을

동성애를 비롯한 성소수자에 대해서

궁핍한 흑인 사회-삶에 대해서

마약을 비롯한 온갖 범죄에 심각하게 노출된 환경에 대해서

경호원까지 따로 배치해야만 하는 고등학교 내의 폭력문제에 대해서 등등

여러 가지를 이야기하고 있고 다뤄내고 있으면서도 소년의 성장이라는 중심 흐름을 흐트러지지 않게 다뤄내고 있다는 점에서 무척 인상적인 영화였다.

다양한 것들을 다뤄내면서도 큰 흐름을 잘 지켜내고 있다.

‘문라이트’는 성장영화이기는 하지만 생각처럼 그리 아름다운 세계-순간을 만들어내진 않고 있다. 그런 상황-순간은 아예 없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였는데, 너무 가혹하다고 말하게 될 정도로 ‘문라이트’는 소년에게 어떤 안식과 휴식도 만들어주지 못하면서 혹독하게 몰아세우고 있고 끌려가듯 내쫓기듯 소년은 영화가 만들고 있는 참담한 상황을 계속해서 경험하면서 스스로를 강인하게 만들지만 그 강인함이 지워졌을 때, 감춰두었던 소년의 유약함과 섬세함 그리고 예민함을 다시금 보여주면서 이야기는 익숙한 듯 그렇지 않은 듯 마무리를 짓고 있다.

리틀

샤이론

블랙

소년에게는 3개의 이름-낙인이 있고, 그 3가지의 정체성 속에서 소년은 고통 속에서 성장을 거듭하게 된다.

엄마는 마약중독자

유일하게 의지를 하게 되는 사람은 마약판매상

소년은 의지할 사람 없이 항상 홀로 남겨지게 되고, 그 누구의 도움도 찾지 못하게 된다.

가혹하기만 한 현실

범죄에 노출된 거리와 동네

고독과 우울함으로 가득한 주인공

지독한 현실을 무덤덤하게 보여주면서 ‘문라이트’는 소년이 어떻게 어른이 되어 가는지를, 스스로를 더 단단하게 만들려고 하지만 결국에는 변함없이 나약함과 섬세함으로 채워져 있음을 조심스럽게 살펴보고 있다.

‘문라이트’는 처음부터 끝까지 소년의 방황과 고독 그리고 여러 혼란(성적인 정체성은 소년의 혼란 중 일부에 불과할 것이다)을 다뤄내고 있다. 

소년의 삶은 그 누구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는 어려운 삶이다. 피폐한 삶이라고 말할 수 있는 그런 삶을 보여주고 있다. 그 누구도 곁에 없고 오직 홀로 있을 뿐인 삶. 나약하고 위축된 유약함으로 가득했던 리틀-샤이론-블랙. 

그런 소년에게 우연히 다가온 남성(들).

한명은 어른이었고 의지였으며 다른 한명은 소년이었고 사랑이었다.

무언가 의지-사랑할 대상이 생겨났지만 ‘문라이트’는 행복을 느끼도록 잠시라도 허락하지 않고 더욱 고통과 불안감 속으로 향하도록 재촉할 뿐이다. 

특히 2번째 이야기에서 소년에게 향하는 괴로움은 잔인할 정도였는데, 주변사람들에게 계속되는 따돌림과 감당하기 어려운 괴롭힘을 당하면서 점점 더 기죽고 내면으로 침잠는 모습과 함께 유일하게 친구라고 말할 수 있는, 그리고 생각지도 않은 (첫 성적인)경험까지 하게 만드는 친구-연인이 되는 존재(케빈)와 마주하게 되는 비극적인 상황은 과연 이 영화가 어디까지 몰아세우려고 하는 것인지를 걱정스럽게 생각하게 되고, 소년의 고통을 끝까지 지켜보도록 만들고 있다.

철저하게 짓밟힌 소년은 분노로 폭발하게 되고, 그 폭발 이후 소년은 전혀 다른 궤도로 자신의 삶을 향하게 된다.

마지막 3번째 이야기는 그런 소년이 어떤 식으로 다른 방향과 상황으로 삶이 놓이게 되었으며 그렇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변화 속에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부분도 있는지를 조금은 느슨하고 머뭇거리듯 보여주면서 이야기는 마무리하고 있다.

‘문라이트’는 기본적으로 뛰어나고 훌륭한 영화다.

모든 것은 잘 차려져 있고 깔끔하고 흐트러짐이 없다.

하지만 보면서 조금은 이상한 의문이 들게 될 때가 있다.

소년은 계속해서 외부에서 주어지는 상황 속에서 자신의 선택들이 만들어지고만 있을 뿐이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소년의 성적인 정체성까지도 (어린 시절부터) 계속되는 놀림 속에서 스스로에 대한 정확한 깨달음 없이 그런 존재라고 생각하도록 만들고 있으며 소년의 첫 번째 성적인 경험 또한 친구 케빈의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부추김 속에서 이뤄지는 상황이었다.

결국에는 스스로 고백하게 되기는 하지만 그 고백 또한 정확한 것인지는 조금은 의문스럽게 느껴진다. 그게 그렇게 중요한 것인지는 다른 판단이 필요하겠지만.

또한 소년의 성장 속에서 결국 알게 모르게 소년에게 있어서는 아버지와 같으며 절대적인 존재라고 말할 수 있는 후안의 삶을 뒤따르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겪게 되는 상황들 또한 스스로의 선택이 아닌 주어진 상황에 휘둘리고만 있을 뿐이라 소년에게 있어서 스스로 결정을 한 선택이 과연 있는 것인가? 라는 의문을 갖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마지막 고백은 더욱 큰 의미를 지니게 되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물론, 삶에서 스스로의 결정과 선택이라는 것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라는 물음도 분명 꺼내질 수 있겠지만 ‘문라이트’는 유독 지독하다는 말을 할 정도로 소년에게는 어떤 선택도 결정도 어렵기만 한 상황 속에 내몰고 있기 때문에 여러 방식으로 생각해보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그 끝은 무엇일까?

소년은 결국 자신을 고백한다. 두려움 속에서 그리고 불안감 속에서. 다행히 그 고백은 어느 정도 성공한 것 같고 받아들여진 것 같지만 ‘문라이트’는 어떤 행복한 약속도 없이 그걸 담담하게 되도록 감정을 절제하며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문라이트’는 어떤 결말 없이 과정 속에서 마무리를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소년은 과연 자신의 삶을 어떻게 헤쳐갈 수 있을까? 그저 지금까지보다는 조금은 나은 삶을 살아가길 바라게 된다. 조금 더 웃고 조금 더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길 바란다. 소년이 좀 더 솔직하게 자신에 대해서 말할 수 있게 되길 바라게 된다.

‘문라이트’는 여러 가지로 흥미로운 영화라고 말할 수 있지만 소년이 겪는 고통의 크기를 생각한다면 그리 좋다고만 말할 수 없는 영화이기도 한 것 같다. 그리고 보는 사람들에 따라서는 좀 더 여러 방식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생각해볼 수 있기도 한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이 영화를 말할 수 있게 되길 바라게 된다.

참고 : 감독 배리 젠킨스는 이제 막 경력을 쌓기 시작했다. 충분히 기대해도 좋을 감독일 것 같다. 이게 그의 최고작이 아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