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불명의 괴수 ‘고질라’의 출현으로 초토화된 일본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대재앙을 상대로
불가능한 희망을 찾는 사람들의 최후 반격을 담은 블록버스터”
참고 : http://movie.naver.com/movie/mzine/read.nhn?office_id=140&article_id=0000032654
참고 : http://movie.naver.com/movie/mzine/read.nhn?office_id=140&article_id=0000031840
고질라
고질라에 대해서 특별한 관심이나 애정을 갖고 있진 않다. 할리우드에서 만들어진 고질라와 관련된 영화들도 무관심했고 일본에서 만들어진 (일종의 원조 고질라) 영화들에 대해서도 보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괴수물에 대해서 별다른 관심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인지 이런 영화에 대해서 전혀 알고 있지 않던 것은 알고 싶지 않은 것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안노 히데아키
안노 히데아키를 알고 있기 때문에 그리고 그가 참여하는 영화들에 대해서 큰 관심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신 고질라’를 보게 된 것이고 많은 호평을 받고 상업적인 성공이 있었을지라도 안노 히데아키의 연출이 아니었다면 ‘신...’을 보려고 하진 않았을 것이다.
에반게리온
안노 히데아키를 말한다면 당연히 ‘신세기 에반게리온’에 대해서 말해야 할 것 같다. 개인적으로도 큰 애정을 갖고 있는 작품이고 가장 감수성이 넘치던 시절을 함께했던 작품인지라 어떤 식으로든 한번 말을 꺼낸다면 너무 장황하고 길게 말하게 되는 작품인데, 새로운 극장판을 내놓으면서 야심찬 모습을 보여주었고 뛰어난 완성도와 긴장감 가득한 재미로 뭔가 기대를 하게 만들었던 안노 히데아키였지만 역시나 예상대로 중반 이후부터는 (정확하게 말해서는 ‘에반게리온 Q’ 부터는) 완성도에 있어서나 재미에 있어서나 그리고 이야기 전개에서도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횡설수설하는 형편없는 짜임새를 보여주게 되었다.
TV 시리즈에서도 마찬가지의 (갑작스럽게 이야기가 어수선해졌던) 완성도를 떠올린다면 결국 어떤 부족함도 느낄 수 없는 전반부와 중반부까지와는 전혀 다른 후반부의 경우는 어떻게 어떤 식으로 정리를 해야 할 것인지 여전히 스스로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되고 그런 식으로 새로운 극장판도 엉성한 완결을 보여줄 것 같다는 불길함만 느끼게 되었다.
안노 히데야키의 행보는 Q 이후로 (말로는) 에반게리온의 끝을 위해서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성우를 해보거나(미야자키 하야오의 ‘바람이 분다’) 특수촬영물에 깊은 애정을 갖고 있던 사람에게 도저히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인 ‘신...’를 만드는 등 에반게리온과는 일정한 거리를 계속해서 만들어내고 있을 뿐이다.
말로는 완성하겠다지만 (가혹하게 말해서는) 어떻게 끝내야 할 것인지 전혀 생각해내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결론을 먼저 말한다면 ‘신...’은 생각보다 괜찮은 영화였고 재미와 긴장감과 함께 안노 히데아키 특유의 재빠른 편집들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는 수작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에반게리온에 대한 약간의 기대를 다시 갖게 되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너무 큰 기대를 하고 싶지는 않다.
재앙이 닥치기 직전의 의문스러운 사고-상황들
정부-지도자-행정부-관료들의 무능력한 모습들
절대적인 공포와 파괴를 보여주는 고질라
핵-원전-후쿠시마에 대한 충격에 대한 은유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여러 장면들
거대한 볼거리를 만들고 있고, 짜임새 있고 속도감 있는 편집을 통해서 영화는 좀 더 사실감을 갖도록 만들고 이야기에 빠져들도록 해주고 있다. 그런 점에서는 안노 히데아키의 재능과 비범함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는 장면들이 많이 있었고, 그런 장면들에 이어지는 (고질라의 폭주를 막기 위한) 이야기의 진행은 아주 특별할 것 없고 진부하다고 말할 수 있는 전형적인 과정을 밟기는 하지만 분명 간결하면서도 충분한 재미를 안겨준다.
안노 히데아키는 (그리고 함께 작업한 히구치 신지는) 사실감을 만들기 위해서 여러 설정들을 정교하게 꾸미고 있고 짜임새를 만들고 있으면서 (그러다가도) 에반게리온 시리즈를 떠올리게 만드는 몇몇 순간들도 함께해서 조금은 어리둥절하게 되기도 하고 반가움을 느끼게 해주기도 한다.
해결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서 별도의 특별조직을 꾸리고 그들이 보여주는 모습은 하나의 재미를 만들기도 하고 괴짜들의 모임처럼 보여주어 (안노 히데아키를 언급할 때 반드시 언급하게 되는) 오타쿠-괴짜들에 대한 옹호 혹은 긍정성을 확인하기도 한다.
그게 아니라면 최소한 평등하게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내세우면서 무언가 새로운 모색이 가능할 것이라는 집단지성에 대한 옹호정도는 될 것 같다.
고질라가 만들어내는 엄청난 파괴와 공포는 유치하고 한숨이 나오게 되는 특수효과 때문에 (의도적인 유치함일지도 모르지만) 조금은 싱겁게 느껴지지만 마치 핵폭발처럼 혹은 원전폭발처럼 폭주하는 고질라를 보여주는 장면들에서는 한심한 특수효과에도 불구하고 무척 긴장감을 느끼고 공포를 만들어낸다.
게다가 마구잡이로 파괴가 일어나는 곳이 도쿄라는 공간이기 때문에 여러모로 그 거대한 곳이 어떤 식으로 부셔지는지를 보는 시각적 쾌감과 재미도 꽤 컸다.
재앙으로 끝날 것 같은 절체절명의 상황
간신히-다행히 해결의 가능성을 찾게 된 특별조직
목숨을 걸고 고질라의 폭주를 멈추려고 하는 용기 있고 희생적인 모습
마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가 생각나는 (혹은 에반게리온이 떠올려지는) 폭주를 멈춘 경직된 고질라의 모습
위기를 벗어나는 과정은 그다지 특별하지도 않고 새롭지도 않지만 촘촘한 구성과 빠른 진행 때문에 나무라고 싶지 않을 정도로 영화는 재미를 만들어내고 있고 충분한 긴장과 볼거리를 만들면서 이야기를 마무리하고 있다.
뛰어나다고 말할 정도는 아니지만 알맞은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고 무엇보다 안노 히데아키가 여전히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주고 있다는 점에 좀 더 강조를 하게 된다.
그것 말고는?
항상 그렇지만 영화를 통해서 조금은 다른 생각들을 해본다.
고질라의 등장 그리고 핵-원전에 대한 공포는 지금 한국의 상황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고 과연 우리들은 이 위기를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는지 고민해보게 된다. 어쩌면 실제로 문제가 일어난다면 일본에서 일어난 상황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 일어나진 않을까? 벌써부터 두려움이 앞선다.
또한 일본과 같은 지독할 정도로 소수가 모든 것을 지배하고 지도하는 엘리트-관료제 사회에서 부적응한 사람들이 모여서 가장 큰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해답을 찾아낸다는 구성은 철저한 비주류인 (안노 히데아키를 포함한) 이들에 대한 애정으로 가득한 시선을 확인하게 되기도 한다. 그런 이들을 매몰차게 대했던 안노 히데아키의 예전을 생각한다면 (당장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을 생각하면 그 잔인함이 많이 줄었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조금은 그의 시각이 달라진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도 조심스럽게 해본다.
마지막으로 최근의 영화들에서 자주 확인하게 되는, 갑작스럽고 당혹스러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정부-지도자-관리자들이 상황을 충분히 통제하지 못할 것이라는 불신과 그로 인해서 크나큰 문제가 발생될 것이라는 불길한 두려움을 ‘신...’을 통해서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난 몇 년 동안의 여러 경제적 위기가 사회체제와 사회구조에 대해서 심각한 수준으로 신뢰를 잃은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떤 것에 대해서도 불신하는 것은 아닐까? 정부를 지도자를 지도층을 지배자들을 믿지 않게 되는 것 같다.
위기는 점점 더 커져만 가고 있고 그 위기를 벗어날 수 없다는 생각은 점점 더 굳어져가고 있는 것 같다. 정치-사회적으로 어떤 식으로도 위기를 제대로 해결할 수 없다는 생각도 더욱 커져가는 것 같고 기존의 방식과 조직-체제-구조가 무력한 것 아닐까? 라는 생각 또한 짙어지고만 있는 것 같다.
좀 더 심각하게 말한다면 일종의 시대정신이 된 것 같다. 어쩌면 우리들은 어떤 전환의 순간에 놓여있는 것은 아닐까?
대단하다면 대단할 수 있고 별 것 아니라면 그렇게도 볼 수 있는 특수촬영 괴수물에서 시대에 대한 이해와 시대정신을 찾아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참고 : 1. 특수효과는 정말.... 형편없다.
2. 일본 정부는 최소한 무능력할지라도 무책임하진 않았다. 영화 속에서는 그렇다는 말이다. 누구에게 향하는 말이기도 하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