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가 실화라는 것은 알았지만 2009년에 벌어진 일인지는 몰랐다. 이 영화는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감독한 작품인지도 몰랐다. 그만큼 담백하게 영화를 만들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만든 영화는 대부분 상당히 냉정한 거리를 유지한다. 일정 간격 이상을 더 들어가지도 않고 벌어지지도 않는다. 딱 관찰할 정도의 간격으로 작품을 보여준다. 아마도 <허드슨 강의 기적>은 그렇기에 더 좋았다. 미국 최고라든가, 영웅 만들기로 했다면 거부감이 들었을 가능성도 있다.

분명히 대단한 사람이지만 이를 애써 추켜세우지 않는다. 오히려 영화를 보는 사람이 이 실화를 모르는 상태에서 본다면 혼란을 겪게도 한다. 처음에 기장인 설리가 대단한 일을 해냈다고 보지만 시간이 지나며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다는 대안이 제시되며 흔들린다. 이건 설리도 마찬가지다.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오히려 요란법석을 떨어 비행기를 망가뜨리고 승객들을 위험에 빠뜨렸던 것은 아닌가라는 의구심이 생긴다.

영화는 시작하자마자 흔한 전개를 보여주지 않는다. 설리가 비행기에 탑승해서 갑자기 새가 양 날개 프로펠러로 들어가 못 쓰게 되며 추락 위험에 빠지는 순간을 시간순서대로 보여주지 않는다. 이미 안전하게 상륙해서 모든 승객과 승무원이 단 한 명도 죽지않고 생존한 것도 시작한다. 이미 실화기에 누구나 그걸 안다. 그렇다면 그런 전개는 너무 뻔해서 관객의 집중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차라리 이미 알고 있는 것을 보여주고 의심이 들게 만든다.

설리는 오히려 꿈을 꾼다. 자신이 잘못해서 비행기가 도시 중심에 떨어지는. 자신은 최선을 다했고 판단내린 결론이지만 다른 선택은 없었을까는 당연히 들 수밖에 없다. 이건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똑같은 상황을 다시는 경험할 수 없다. 중간에 그런 대화가 오고간다. 수많은 시뮬레이션 결과를 했고 엄청난 비행기록을 갖고 있는 설리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이 비행 전까지의 기록으로 이번 건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맞다. 아무리 뛰어난 사람이라도 딱 한 번 실패하면 그걸로 끝이다. 이미 어제는 끝났다. 오늘 비행은 새로운 비행일 뿐이고 안전하게 고객을 원하는 장소로 모시면 된다. 그런 대사는 더더욱 설리 기장이 실수할 수 있다는 의구심을 갖게 만든다. 반면 똑같다. 이번 사건을 밝히려는 측에서도 수없이 많은 시뮬레이션을 했다고 강조한다. 기장이 잘못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굳이 왜 허드슨 강으로 갔느냐. 공항으로 다시 귀항하면 되었다.

무사히 귀항해서 착륙했으면 아무 일도 없었을텐데 쓸데없는 판단으로 분란을 일으켰다. 많은 엔지니어들이 수많은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를 볼 때 무리한 선택을 했다고 한다. 설리는 자신은 최선을 다했다고 믿는다. 그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믿지만 하는 이야기를 들으면 자신이 잘못했을 수도 있다는 의심도 들고 다른 의견을 전달하니 흔들린다. 여기서 우리같으면 아마도 그저 무사히 다 살았으면 된 것이 아니냐고 끝냈을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도 처절히 그 사실과 진실을 밝히려고 하는 점이 대단하다고 봤다. 비록 영화에서 그들은 주인공을 괴롭히는 역할이지만 충분히 의심하고 다시는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할 일이다. 분명히 설리는 영웅이다. 온 미국이 그를 추앙한다고 할 정도로 난리다. 당시는 미국에서 여러가지로 힘들때였다. 금융위기가 터지고 다들 난리가 날 때였으니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영웅이 나왔으니 더욱 난리법석이 아니었을까.

이런 상황에도 영화는 절대로 냉정함을 잃지 않는다. 영웅이 아니다. 할 일을 했다는 느낌이 들게 만든다. 기장으로 자신이 해야 할 일은 승객을 안전하게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설리의 과거로 돌아가 그가 했던 예를 보여준다. 가끔 설리에게 반갑게 다가와 포웅하는 사람도 있지만 영화에서 크게 다루지도 조명하지도 않는다. 오로지 설리가 한 행동이 올바른 판단에 따른 것인지를 집요하게 추적한다. 영화가 진행될수록 설리가 현재 처한 상황이 좋지 못함도 보여준다. 그저 아주 평범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마지막에 가서 조정사 시뮬레이션을 보여줄 때와 실제로 현장에서 벌어진 사건에 대한 블랙박스로 음성을 들려준다. 영화 중간에 분명히 이륙부터 착륙까지의 내용을 보여준다. 먼저 기장과 부기장이 함께 그 상황을 어떻게 대처하고 이야기했는지 보여준다. 두번째로 당시 승객들이 어떤 상황이었는지도 보여준다. 비상착륙(이라 표현하지 않던데)할 때 승객들이 꽤 질서정연하게 움직이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서로 나가겠다고 하지 않는다. 다들 우와좌왕하고 난리법석이긴 했지만.

그 과정에서 각자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했을 뿐이라고 한다. 이는 마지막 장면에서 설리가 하는 대사에도 나온다. 자기뿐만 아니라 모든 승무원과 고객을 비롯한 모든 사람이 할 일을 했다는 식이다. 심지어 마지막 자막 올라갈 때 실제 인물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눌 때 진짜 설리 기장이 한 마디를 하는데 길지 않고 간단하게 딱 할 말만 하는데 더 울림이 있고 대단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영화를 보며 뭉클 뭉클한 장면이 많았다. 역시나 실화를 이길 소설은 없다.

핑크팬더의 결정적 장면 : 설리 기장이 다시 물이 들어오는 비행기 내부로 들어가는 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