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습관이 되었다. 우연히 월요일 밤 11시에 시청하게 된 tvN 드라마다. 막상 그 드라마는 생각보단 아쉬웠지만 그 이후 어김없이 시청하게 되었다. 이번 혼술남녀는 자주 소재로 쓰이던 1인가구에 대한 이야기다. 추가로 노량진에서 공부하는 청춘들이 플러스되었다.  첨엔 단순히 로맨스가 주인 드라마로 생각했는데 고시생의 현실도 보여준다.

나도 한 때 노량진에 있었는데 고시를 위한 건 아니라서 잘 모른다. 이 드라마도 고시생들과 학원 강사들 이야기라 함께 버므려 나올 뿐이다.1타 강사라는 건 처음 알게되었다. 워낙 수강생이 많아 상당히 많은 수강생이 듣는 강의라 버는 수입도 장난 아니다. 그에 따라 프라이드도 장난이 아닌걸로 드라마에선 묘사된다. 강사들도 그렇게 되는것이 꿈이다.

분명히 로코드라마인데 고시생들의 현실도 보여주고 있어 몰랐던 사실을 알게된 면도 있었다. 고시생들이 드라마에서는 대체로 좋은 상황이 아니다. 몰랐는데 공무원 고시 준비를 2~3년 정도 한다. 그 정도 노력해서 합격하지 않으면 포기하고 다른 방향으로 노력한다고 하니 다소 신기했다. 몰랐던 세계를 알았다. 이 드라마가 아니었다면 그런 사실에 별로 알아 볼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노량진이 어떤 메카니즘으로 돌아가는지도 살짝 볼 수 있었다.

로코 드라마인데 다소 쓸데없는 쪽 이야기를 많이했다. 이 드라마는 사실 노량진 이야기보다는 진정석(하석진)과 박하나(박하선)가 벌이는 밀고 당기는 연예와 같은 학원에 있는 황진이(황우슬혜), 민진웅(민진웅), 김원해(김원해)이야기였다. 이 선생들을 포함해서 노량진 고시생인 공명(공명), 기범(김기범), 동영(김동영), 채연(정채연)이 함께 다양한 에피소드를 보여주는 드라마다. 꽤 재미있었다. 로코답게 드라마가 이어지기도 했고.

무엇보다 로코다운 드라마였다. 대부분 로코드라마가 초반에 로코를 보여주다가 중간 이후부터 로코보다는 다소 애절한 드라마로 변질된다. 로코로 시작했으면 계속 유쾌한 드라마가 이어지면 좋겠는데 그런 점이 아쉬웠다. 반면 이 작품은 그런 모습이 끝까지 유지되었다. 마지막 회에서 박하선이 실연의 상처를 노래 부르며 표현하는 장면은 이번 드라마에서 가장 크게 웃으며 본 장면이다. 박하선은 로코드라마에 계속 출연했는데 이번 <혼술남녀>에서 가장 웃겼다. 마지막회는 압권이었다.

하석진은 지금까지 출연한 역할로 다소 임팩트가 없었다. 그러다 예능으로 이름을 알리더니 내 관점에서 볼 때 이번 작품으로 확실한 캐릭터를 잡았다고 할까. 까칠하지만 도도하고 은근히 츤데레처럼 정감어린 인물이다. 드라마에서 1타 강사로 나오며 거의 모든 걸 갖고 있는 인물이다. 박하선은 동네 강사에서 노량진으로 입성했기에 인지도와 실력이 다소 떨어지지만 무시하던 하석진덕분에 잘 된다. 그 과정에서 서로 티격태격 - 거의 일방적인 종속관계였지만 - 하며 정이 들어 사귀게 된다.

이 드라마에서 전체 줄거리와 달리 황우슬혜와 민진웅이 펼치는 개그 코드가 무척 재미있었다. 황우슬혜는 내가 보는 드라마에서는 오랫만에 출연해서 자신의 예쁨을 포기한다. 연기를 위해 얼굴 표정까지 변하며 재미를 준다. 민진웅은 이번 작품에서 처음보는데 개그맨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성대모사도 잘하고 연기도 잘했다. 매회마다 다른 캐릭터를 선보이는데 그거 보는 재미도 있었다. 드라마는 전체적으로 서로 캐미가 잘 맞아떨어져 보는 즐거움을 선사했다.

워낙 인기가 좋아 현재 시리즈물로 제작한다는 소문도 있다. 충분히 그렇게 되어도 좋을 듯하다. 사실 드라마 마지막까지 끝난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그저 헤어졌다고 다시 마주치며 헤어졌기 때문에. 뿐만 아니라 각자 캐릭터들의 에피소드가 다 정리되거나 보여주지도 못한 상황에서 끝났다. 이미 이정도로도 충분하다고 할 수 있지만 여전히 보여줄 것이 많다. 난 <혼술남녀> 시즌 2를 전적으로 찬성하고 기다린다. 단 이번에 나온 출연진들이 전부 나온다는 전제하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