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구르미 그린 달빛>을 보려고 했다. 타이밍 상 먼저 시작했고 우연히 1,2회를 봤기에 마저 보려고 했는데 아뿔싸 이 드라마 <달의 연인 - 보보경심 려>에는 엑소 멤버인 백현이 나왔다. 첫째가 이 드라마를 보겠다고 하니 나로써는 선택이 없었다. 볼 수 밖에 없었다. 처음 이 드라마 예고편을 봤을 때 이준기와 강하늘에 아이유가 나오고 화면이 예뻤다. 괜찮을 것이라 생각만 들었다. 어떤 드라마인지 전혀 알지 못했다.

드라마 시작과 함께 이 드라마는 고려 이야기고 태조 왕건부터 4대까지 이야기를 다룬다고 해서 알았다. 드라마가 시작하자마자 현대에 살고 있는 해수(아이유)가 나온다. 그가 작은 호수에 빠진다. 그 후에 고려 시대로 타임머신을 탄 것인지 도착한다. 그곳에는 엄청난 꽃남들이 득실된다. 출연한 남배우들이 전부 몸매도 좋고 얼굴도 잘 생겼다. 시선 사로잡는 것은 완벽하게 성공한다. 누구 하나 빠지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아무리 그래도 이준기가 원탑이다. 나머지는 비중이 있는 조연과 적은 조연으로 나눠질 뿐이다. 드라마가 아쉬운 것은 도대체 무엇때문에 해수가 현대에서 과거로 갔는지 전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현대에서 과거로 간만큼 색다른 걸 보여줘야 하는데 그저 고려에 살고 있는 한 여인이 경험하는 것과 차이는 전혀 없다. 마지막 회차에서 다시 현대로 돌아오긴 하지만 이마저도 수미쌍관으로 보기보다는 사족처럼 느껴졌다.

퓨전 사극같은데 정통 사극으로 내용은 진행된다. 드라마 자체가 살짝 어정쩡했다. 로맨스와 액션과 사극이 잘 조합을 이뤘어야 하는데 정확하게는 로맨스에 가까웠다. 그것도 애절한 로맨스쪽으로. 거기에 서로 왕이 되려는 음모와 권력암투는 조미료에 가까운 내용이었다. 여기에 왕자들끼리 서로 싸우는 장면도 많이 나오고 단순히 1명이 1대 1로 싸우는 것이 아닌 집단대 집단의 싸움인데 이 부분은 삭제되었다. 사극에서 볼 수 있는 전투씬이 실제로 없는 것과 같았다.

될 수 있는 여러 황자들에게 비중을 조금씩 선사하다보니 극이 조금 산만한 느낌도 있었다. 각 캐릭터가 그래야 하는 이유에 대한 개연성이 살짝 부족하게 느껴졌다. 굳이 이야기하자면 모든 황자들이 해수에게 마음이 빼앗겨 벌인 일처럼 느껴질 정도다. 각자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그 중심에는 해수가 있다. 아이유를 좋아하지만 이 작품에서 해수가 모든 황자들이 서로 좋아할 정도의 매력은 잘 모르겠다. 연기를 못한 것은 분명히 아니지만 말이다.

차라리 극을 이끌어 가는 왕소 역할의 이준기가 고군분투하는 느낌이었다. 워낙 잘 알려지지 않는 고려시대 이야기라 더 그럴지도 모르겠는데 왕이 나오는 장면에서도 너무 주변 신하와 종들이 없는 느낌이라 좀 휑했다. 황후가 그토록 왕소를 싫어하는 이유도 잘 이해가 안 되고. 이런 걸 제외하면 드라마는 애절한 이야기가 계속 나온다. 서로가 서로를 그리워하지만 이어지지 않는다. 해수는 여러 황자와 만남을 유지하지만.

어떻게 보면 왕이 되고 싶어 한 사람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오로지 해수의 관심을 받고 사랑하기 위해 최고의 방법이 왕이 되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왕소가 왕이 된 이유도 그렇다. 왕이 된 이후에는 자기 의지만으로는 할 수 없었지만. 중반 이후부터는 간만에 보는 정통 로맨스긴 하다. 최근에는 대부분 로코인데 <달의 연인 - 보보경심 려>는 웃음기를 싹 뺀 로맨스 드라마다. 달달한 장면도 거의 없다. 이런 면에서 좋았다.

드라마가 강력하게 땡기는 무엇인가 없어도 잔잔하게 계속 후벼파는 느낌을 주는 드라마였다. 생각해보니 단 한 명도 해피엔딩이 없는 드라마다. 행복한 감정을 드러낸 인물이 단 한 명도 없다. 중간에 잠시 행복한 때가 있었을 뿐이다. 모든 캐릭터가 전부 가슴에 한을 묻고 살아간다. 한 때 추억도 아닌 현재형으로 말이다. 드라마가 중간에 여러 사정으로 연속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피해아니었을까. 그래도 뒷힘을 발휘해서 시청률이 상승하며 끝났다. 

한국보다 중국에서 더 큰 사랑을 받은 걸로 안다. 원저도 중국 소설이고. 그런 면에서 드라마는 성공했다고 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