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생적으로 걸어다닐 수 밖에 없는 운명이었던 '만복이'
선천적 멀미증후군을 갖고 있었지만 그래도 긍정소녀였는데 !
아마 태생적으로 그녀는 걸어다녀야 했던 운명인가 봅니다. '만복이'(만보기아님)라는 이름의 이 소녀는 자동차는 물론 경운기, 심지어 소를 타도 멀미를 하는 지독한 멀미 증후군을 갖고 있었는데 그래서 어렸을때부터 매일 매일 걸어서만 다녀야했기 때문에 그녀의 세상은 좁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걸어서도 어디든 갈 수는 있지만 물리적인 한계가 존재했고, 특히 언제나 정해진 길을 따라서 학교에 등하교 하는 일외에는 특별한 것이 없었던 만복이의 일상이었던지라 그녀는 그런 자신의 상황에 안주하고 있었던 것도 같았으니까요. 때문에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뭔지 잘하는 것이 뭔지도 몰랐던 만복이. 그런 그녀가 담임 선생님의 추천으로 '경보'라는 운동을 접하게 됩니다. 그 이름조차 처음 들어본 낯선 운동을 말이죠.
▣ 내가 원하는 속도로 천천히, 가끔은 하늘을 보는 여유와
뒤도 돌아볼 수 있는 마음가짐으로 내가 원하는 진짜 나의 꿈을 찾아가는 과정
때문에 <걷기왕>은 '경보'라는 운동을 계기로 자신의 꿈을 향해 달려가는(걸어가는 이라고 해야 될려나요) 성장기 소녀의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 영화는 그런 전형적인 이야기 구조를 따라가지는 않습니다. 때문에 경보가 소재이긴 하지만 스포츠 영화라고는 할 수 없었던 작품이기도 했고요. 그보다 오히려 남들이 내 앞을 치고 나가면 뛰고 싶어지지만 그런 마음을 절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경보'라는 운동과 조금씩 변해가는 만복이를 통해 그저 막무가내로 빨리 달리는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속도로 천천히, 가끔은 하늘을 보는 여유와 뒤도 돌아볼 수 있는 마음가짐으로 내가 원하는 진짜 나의 꿈을 찾아가는 과정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 기성세대의 시선과 잣대로 기준을 만들어놓고 이것이 꿈이다라고 강요하기도..
하지만 정해진 길이 아닌 자신만의 길로 천천히 걸어가는 만복이
그렇게 그녀는 좁은 세상을 벗어나 더 넓은 세상을 향해 나아 갑니다.
특히 뭐든지 '빨리 빨리'가 일상이 되어 있는 우리나라이기에 이런 영화의 이야기는 더 의미하는 바가 크게 느껴집니다. 특히 어린 학생들의 경우에 그들은 아직 어디로 가야할지, 뭘 해야할지도 모르고 준비도 안되어 있지만 정작 무엇이 중요한지는 모르는 기성세대는 그들만의 시선과 잣대로 '기준'을 만들어놓고 이런 것이 '진짜 꿈'이라고 주입시키며 정해진 길로만 갈 것을 강요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꿈이란 그런 강요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고 한 가지 길로만 가야하는 것이 아니기도 하죠. 때문에 이제는 좁은 세상에서 벗어나 더 넓은 세상을 향해, 자신만의 걸음으로 천천히 걸어가는 만복이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는 <걷기왕>은 이른바 '꼰대'들의 시선의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는 '아프니까 청춘이다'와 같은 개소리를 반박하고 있는 작품으로 느껴지기도 하더군요.
▣ 담아내려고 하는 이야기의 의도만큼은 분명 의미있는 작품
하지만 그 의도대로 이야기가 명확하게 와닿지는 않았던 <걷기왕>
다만 이렇게 담아내고자 하는 이야기의 의도만큼은 분명 의미가 있는 것이었지만 이런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는 연출에서는 다소 아쉬움이 느껴지고, 그로 인해 다소 불명확한 영화로 보이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특히 영화가 강조하고 있는 '기성세대'와 만복이, 즉 성장기 학생들 사이의 관계 성립이 명확하게 만들어지지 못하기도 했다보니 그를 통해 전하는 '꿈'에 대한 이야기는 다소 힘이 부족한 느낌이기도 하고요. 또한 만복이만큼이나, 아니 어쩌면 더 치열하게 자신의 꿈을 위해 노력하고 있었던 '수지'(박주희) 캐릭터의 경우 온전히 만복이 이야기를 위해 희생되고 제대로 활용되지 못한 느낌도 들었던 부분도 아쉬웠습니다. 그리고 인디 밴드의 음악을 활용하고 있는 작품 <걷기왕>이었는데 그 음악에서 제법 호불호가 많이 갈릴 것도 같더군요. 개인적으로 전 '불호'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