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아 칼럼(대중문화) - 여성포털이지데이

내가 인정하기 싫어도 현재 벌어지는 현상은 인정해야 한다. 나와 다르다고 배척할 필요는 없다. 정 싫으면 내가 원하는대로 살아가면 될 뿐이다. 외국에 비해 한국의 주거형태는 아파트가 대세다. 이런 상황은 앞으로도 딱히 달라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설문조사에서 향후 거주하고 싶은 주거형태는 아파트와 단독주택이 비슷하게 나온다. 그만큼 단독주택에 대한 로망은 여전히 남아있고, 사람들에게 땅에 살고 싶은 욕망은 사라지지 않는다.

현대 한국에서 오래된 주택은 밀고 아파트를 짓는 것이 대다수다. 재개발을 한 후에 다시 멋있고 아름답고 분위기 있는 주택단지를 만드는 경우는 없다. 무조건 아파트다. 그건 거의 전적으로 사업성이라는 문제도 있다. 꼭 그래야 할 필요가 있는가 부분은 논외다. 아파트만이 살아갈 공간이 아닌데 편리함, 신축, 공간의 효율성, 커뮤니티 형성. 기타등등으로 갈수록 아파트를 선호한다. 늘 아파트를 이야기하지만 난 살아본 적이 없어 뭐라 말하긴 곤란하다.

건축에서 행복하다는 의미는 무조건 헌것을 없애고 새것을 짓는 것은 아니다. 헌것을 잘 꾸미고 리폼해서 살리는 것도 포함된다. 헌 것 이미지는 어떨지 몰라도 거기에는 추억이 있고 기억이 머물러있다. 내가 살아가던 각종 삶의 향기와 풍취가 머물러 있다. 이런 것을 배제하고 새아파트가 들어섰다고 좋아한다? 특히나 그 장소에서 오랫동안 거주했던 분들에게 새아파트는 자신의 터전에서 벗어나야한다는 의미다. 장소는 그대로고 건물만 변경된다는 의미가 아니고.

덩그라니 건물만 잔뜩있는 공간보다는 오밀조밀하게 골목이 있어 자유롭게 사람들이 다닐 수 있는 환경이 더 좋지 않을까. 무엇이 더 좋은지 여부는 개인판단에 따라 다르지만. 다큐는 3부에 걸쳐 주거의 의미와 건축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 홍콩, 미국 등 다른 국가까지 돌아다니며 각 국가에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당신이 거주하는 공간이 무엇인지 묻는다.

어차피 정답은 없다. 우리와 그들은 살아가는 방법이 다르고 살아가는 가치도 다르고 주거환경도 다르다. 이럴 때 뭐가 좋다보다는 이런 것도 있다는 걸로 받아들여야 한다. 일본에서 쉐어하우스가 유행이다. 대지진 이후 1인 가구가 혼자 살아가는 데 불안감을 느꼈다. 혼자 살지만 뜻하지 않은 문제가 생겼을 때를 고민하게 된다. 이들을 위해 쉐어하우스는 좋은 대안이 된다. 각자 생활공간이 있으면서 함께 거주 공간을 공유하기도 한다. 한국도 조금씩 관심을 얻고 있는 중이다.

일본에 사와다 맨션이 있다. 이 맨션은 사와다가 직접 스스로 시공을 했다. 누구의 도움이 아닌 본인 스스로 건축한 건물로 일본 건축가들도 탐방하며 살펴본다. 이 주택은 어느 층에 살아도 1층 같은 느낌이 들도록 사와다가 평생을 걸쳐 건축가도 아닌 일반 개인이 3번에 걸쳐 건축했다. 주변과 조화를 이루며 건축된 사와다맨션처럼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은 함께 더불어 지낸다. 골목은 단지내 길과 달리 살아있다. 쓰레기 마저도 살아있는 뜻이라고 할까.(심했나..)

사람이 살아가고 오고 싶은 곳이 되야한다. 잠시 머물고 가는 곳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주거공간. 급격한 산업화를 이룩한 국가일수록 과거의 공간은 사라지고 있다. 일본만 하더라도 과거와 현재를 공존하도록 많은 노력끝에 신구조화가 이룩되었다. 대부분 유럽 국가가 이런 상태다. 새 집에서 살 수 없다는 불편함도 있지만 이를 받아들이고 자신의 집을 가꾸고 더이상 훼손되지 않도록 노력한다.

반면 한국을 비롯한 중국처럼 급격히 산업화된 국가는 무조건 헌 것을 없애고 새것으로 변경하려 한다. 특히 아파트나 이런 거주공간을 전부 대체하면서 골목이 사라지고 있다.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공간도 사라진다. 단순히 주택뿐만 아니라 건축물은 사람을 끌어들이는 역할을 한다. 꼭 새것만 그런 것이 아니라 오래된 것들도 어떤 스토리를 부여하고 재발견하느냐에 따라 새롭게 탄생한다.

최근 각광받는 북촌과 서촌은 그 지역을 부시고 새롭게 복합건물로 탄생하지 않았다. 예전부터 지금까지 그저 제 자리에서 자신의 모습을 지키고 있었다. 그곳에 사람들이 가고 싶어하는 스토리가 생기며 그곳은 사람들이 가고 싶은 장소로 변했다. 이런 경우가 아니더라도 무조건 건물을 부시고 새롭게 마천루처럼 올린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실제로 동대문에 여러 건물에 사람이 오지 않아 힘들어한다. 이런 곳은 건축물이 단순한 것은 아니라는 걸 보여준다.

한국도 갈수록 아파트가 대중화되며 절대다수를 차지하겠지만 너무 획일적인 아파트에 질려 버릴 수 있다. 보다 더 다채로운 건축물이 건축되어 지역의 랜드마크가 되고 보다 사람들에게 행복을 안겨주는 곳이 되었으면 한다. 다큐는 제목처럼 따뜻하게 시청할 수 있다. 누구도 아닌 내가 살아가는 주거 장소인 건축. 내가 머물고 활동하고 무엇인가 하는 건축. 이런 건축이 우리에게 행복을 안겨준다면 더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