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겉모습만 가족인 한 가족이 있다. 대기업 대표인 아빠 서용훈,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는 엄마 서미옥, 집안을 이어갈 모든 면에서 뛰어난 첫째딸 서혜윤, 도통 가족과 어울리지 못하고 겉도는 둘째딸 서혜란. 부족한 것 하나 없어 보이는 이 집안, 알고보면 '뭐 이런 집안이 다 있어?'라며 경악할만큼 부족한 것 투성이다. 가장 큰 문제점은 가족간의 대화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무조건 아침은 함께 먹는 것이 규칙이지만, 식사자리에서 이루어지는 대화라는 것이 아빠와 언니 혜윤이 사회와 경제 등에 대한 의견 교환 등이 대부분일 뿐이다. 오죽 대화가 없으면 서로 무엇을 하는지, 어떻게 지내는지, 어떤 일이 있는지를 다른 누군가에게 묻거나 전해들어야 알 수 있을 정도다. 대화가 없으니 싸움도 없다. 소음이 없는 집안. 이 집안의 심각한 문제점이다.
그러던 어느날, 아침식사 자리에서 혜윤이 폭탄 발언을 한다. 섹스 동영상을 찍혀 협박을 당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발언이었다. 그런데 이 가족. 반응이 예사롭지 않다. 다른 가족이었다면 그 즉시 죽이네 살리네 하면서 마구 큰 소리가 오고갔을텐데, 이 가족은 여전히 그놈의 '품위'를 지키며 말을 조심한다. 속으론 태풍이 불지언정 겉으론 내색하려 하지 않는다. 혜윤은 아빠의 서재로 불려가 따로 얘기를 했고, 엄마는 아빠가 잘 해결할거라 믿고 출근을 한다. 이런 가족의 모습이 우습기만 한 혜란. 그녀에게 이렇게 또 재미난 일이 있을 수 없었다. 그 동안 온갖 고상한 척을 다 하던 언니 혜윤의 섹스 동영상 파문이라니. 혜란은 언니의 일을 좀더 자세히 알아본 후, 그것을 빌미로 자신의 계획을 앞당겨보기로 마음 먹는다.
이야기는 이처럼 마구 막장으로 시작해서 막장으로 달리고 또 달린다. 가족에게 닥친 최대의 위기. 그런데 알고보니 이 위기는.. 계획된 일이었다. 사건을 따라가다보니 막장 속에 감춰졌던 진실은 진짜 대화를 원했던 소망이 담겨있을 뿐이었다. 말도 안되는 이야기 같은데, 이상하게 한편으론 이해가 가기도 했다. 대화가 단절된 가족이 이 가족뿐이겠는가! IT 기기들의 발달은 대화의 단절을 점점 더 부추기고 있는 상황이다. 직접 만나서 대화를 하기보다 인터넷을 통해 안부를 묻고 대화를 나누고, 얼굴을 모르는 사람들과의 소통을 더 많이 하는 사회의 현상을 향해 이 책은 진짜 '대화'가 얼마나 필요한지, 얼마나 중요한지를 묻고 말하고 있다. 대화의 부족은 여러 사회적 문제점을 낫고 있기도 하다. 범죄, 죽음, 방치, 학대, 왕따.. 세상은 결코 혼자 살아갈 수 없다.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세상에 '대화'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일이다. 코믹하면서도 유쾌하게 그려낸 이야기 속엔 이렇듯 깊이 생각할만한 메세지가 담겨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