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부터 심상치 않은 여행 에세이를 만났다. 대학 대신 세계일주를 떠났다?! 미래를 위해, 취업을 위해 대학 졸업장은 필수가 되어있는 시대에 수능대신 세계일주라니. 멋있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부모님은 그의 이런 결정을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수만번은 들었을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책 속에 있었다. 그는 자신은 금수저도 아니고 공부를 그리 잘하는 편도 아니었다고 말한다. 다만, 영어와 수학은 곧잘 하는 편이었고, 영화 평론가가 되고 싶은 꿈을 가지고 있었다. 글을 써서 먹고 살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고, 부모님은 외동아들인 그의 생각을 지지해주시는 편이었기에 그의 세계일주는 가능했다. <곰스크로 가는 기차>라는 독일 작가 프리츠 오르트만의 단편집을 읽은 후 평소 꿈꾸었던 세계일주를 실천하고자 마음 먹었다는 작가. 글고보니 나의 곰스크도 세계일주인데, 나는 이를 위해 얼마나 노력을 했던가. 나이 어린 그의 실천력에 부끄러움을 느낀다.
그는 남미가 가장 그립다고 했다. 일본이나 동남아처럼 가까이 있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쉽게 여행을 하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는 곳이라는 지극히 현실적인 이유로 남미에서 가장 오래 머물었던 그의 남미 이야기는 꽤 인상적이었다. 나도 남미 여행은 꼭 해보고 싶은 여행이라 그의 이야기가 더 눈에 들어왔는지도 모른다. 반면 모로코의 이야기에선 모로코 여행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만들었다. 여행책에서 본 모로코는 그저 멋있고 인상깊은 나라였지만, 그의 이야기 속 모로코는 현실적인 모습이 드러난 나라였다. 여행자들이 여행을 하기엔 결코 좋은 곳은 아니었던 것. 치안이라던지 그들의 관광객을 대하는 태도라던지.. 그럼에도 한번은 실제로 꼭 보고 싶은 곳이긴 하지만 오래 머물고 싶은 여행지는 아니었다. 다합이라는 곳은 처음 알았다. 이곳은 스쿠버 다이빙 자격증을 전 세계에서 가장 저렴하게 취득할 수 있는 곳이란다.
스쿠버 다이빙을 처음 해본 이후 세부에서 자격증을 취득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있긴 했었더랬다. 그런데.. 내가 생각보다 물을 무서워했다. 거대한 물 속 세상에 두려움을 느꼈다고 할까? 신기하고 놀라운 모습에 감탄을 하면서도 깊이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두려움도 커져갔다. 그래서인지 자격증에 대한 생각도 점차 가라앉았다. 신기하게 작가도 나와 같은 감정을 느꼈다. 물이 무섭다는 이야기에 다이빙 경력 23년 차인 할아버지가 물이 아니라 물에 빠져 죽는 일을 두려워하고 있는 거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대목에서 내가 두려워하는 건 물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맞다. 나는 죽음이 두려운 거였다. 물에 대한 공포가 아니었다. 생각을 달리 하니 다시 한번 스쿠버 다이빙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암튼, 저렴한 가격에 자격증 취득이 가능한 곳으로 알려진 세부보다도 200달러 더 싼 가격에 자격증 취득이 가능한 곳이라니 스쿠버 다이빙 자격증을 따려는 이들에겐 좋은 정보인 듯 하다. 아, 그곳까지 가는 여행 경비도 따져봐야겠지만.
20살에 무작정 호주로 떠나 일을 하며 자금을 모은 후, 702일간 세계를 여행하고 돌아오니 22살. 이야기를 읽는 내내 어린 나이에 홀로 세계일주를 하고 돌아온 그의 결단력과 강단에 놀라고 또 놀랐다. 사기를 당하기도 하고, 도난을 당하기도 하며 다양한 경험을 하고 돌아온 그는 또래 아이들에 비해 부쩍 자라있었다. 넓은 세계를 경험한다는 것은 이런 것인가..? 그의 이야기는 학력 위주로 돌아가는 사회와 하고싶은 일보다 취직이 우선인 현실에 지쳐있는 이들에게 용기와 위안이 될 것 같다. 아니, 벌써 많은 이들이 그의 이야기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그의 이야기에 나도 다시 한번 꿈을 꾸어본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신랑과 함께하는 세계일주를 꿈꾸는 중이다. 지금 당장은 불가능 하지만.. 너무 늦지 않은 시기에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 내가 지금부터라도 해야하는 일은!? 언어공부겠지..;; ^^;; 그의 이야기를 통해 다시 한번 꿈을 꾸는 이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