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예고편이 다소 특이했다. 약간 판타지적인 요소가 어딘지 보였다. 정작 드라마는 예고편과 상관없었다. 예고편만 따로 찍은 거에 속았다. 모든 드라마가 그렇듯이 초반에는 흡입력이 있었다. 뛰어난 기억력을 갖고 있는 서진우(유승호)는 복사수준으로 자신이 보고 들은 것을 기억한다. 반대로 아버지는 치매증상이 보이며 서서히 하나둘씩 기억을 잃어가고 있었다.
일호그룹 회장 아들인 남규만(남궁민)이 우연히 저지른 살인을 감추기 위해 서진우 아버지가 살해한 것으로 조작한다. 이를 밝히는 과정에서 만난 박동호(박성웅)변호사는 도와주는줄 알았지만 배신을 하고 유일하게 도와주던 이인아(박보영)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그렇게 아버지는 유죄로 판결받고 서진우는 뛰어난 기억력을 갖고 변호사가 되어 남규만의 죄를 하나둘씩 모으며 반전을 준비한다.
드라마는 사실 중간에는 다소 지루했다. 똑같은 내용이 계속 반복된다. 서진우가 어떤 것을 하든 모든 것을 장악하고 있는 남규만에게 계속 당한다. 분노조절장애를 갖고 있는 남규만으로 갈수록 흉폭해지며 마음에 조금이라도 들지 않으면 악행을 저지른다. 이런 내용이 중간에는 계속 반복되니 짜증도 나지만 지루했다.
<리멤버 아들의 전쟁>은 유승호의 실질적인 성인 데뷔작이다. 이전에 성인으로 찍은 작품도 있지만 군대를 갖다 와서 제대로 시청자를 만나는 작품이다. 그것도 단독주연으로. 그만큼 부담감도 컸을텐데 시청률이 20%를 넘겼다고 하니 특별한 일이 없다면 탄탄대로를 걸어갈 듯 하다. 아직까지 아역이미지까지 완전히 지울 수는 없지만 - 너무 어려보이고 피부도 깨끗하고 등등 - 서서히 새로운 연기가 기대되는 배우로 성장할 듯 하다.
박민영이 나온 드라마는 거의 대부분 보게 되었다. 본방으로 본 것도 있고 다시보기로 본 것도 있다. 미모가 워낙 출중해서 연기력이 오히려 손해보는 스타일이다. 내 편견인지 몰라도 하는 작품들이 거의 대부분 법이 연결된 드라마다. 드라마 내용에 로맨스는 분명히 들어가지만 로맨스 드라마가 아닌 작품으로 승부하는 드라마에 늘 출연한다. 애절하거나 로코드라마에 출연할 수 있는데 그런 작품보다는 순수한 내용으로 승부하며 연기로 선보여 차라리 좀 더 스펙트럼을 넗벼 좀 더 다양한 역할을 선 보이면 훌륭한 연기로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하지 않을까 한다.
남궁민은 어느날부터 갑자기 악역을 전문으로 하고 있다. 그 전에도 어느덧 인지도가 있었지만 다소 밋밋했다면 악역을 맡으면서부터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냈다. 이번 작품에는 다소 과잉된 오버액션도 보이긴 했지만 좋았다. 어떤 부분에서는 캐릭터가 아닌 남궁민이 화를 낸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지만 연기하면서 재미있었을 듯 하다. 감정의 소모는 심했겠지만 던지고 때려부시고 때리는 연기는 스트레스 해소도 되었을 듯 하고.
박성웅은 악역이 전문인데 이번에는 어떻게 보면 왔다갔다 하는 캐릭터였다. 초반 임팩트에 비해서 중간부터는 비중이 좀 줄고 임팩트가 사라져서 아쉬웠다. 이번 작품에서는 나쁜 형사역할을 했던 김영웅이 눈에 들어왔다. 늘 작품을 보며 새로운 연기자를 눈여겨 보게 되는데 박영웅은 향후에 좀 더 다양한 작품에 볼 수 있을 듯 하다. 남일호 회장 딸인 남여경역할의 정혜성은 무엇인가 보여줄 듯 하다 분량이 적어 이번에는 유보를 해야 할 듯 하다.
드라마는 사실 개연성이나 논리적인 부분에서 부족한 면이 많았다. 이를테면 당일에 변론하고 판결내리는 등. 중간 중간 치밀하지 못하고 허점이 보이는 면이 꽤 많았는데 그래도 흔히 말하는 마지막에 권선징악적인 해피엔딩을 통해 시청자들이 원하는 부분을 전부 보여주었으니 괜찮게 평을 받을 듯 하다. 서진우가 기억을 잃어간다는 설정은 끝까지 유지되어 마지막 여운도 남기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