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로운 상상을 해 본다. 어차피 현실에서 절대로 벌어질 수 없는 일이라는 가정하에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을 자유롭게 오가는 것과 약을 먹고 내 머리가 완전히 활성화되는 것 중에 하나를 택하라면 어떤 것이 더 재미있고 흥미로울까. 이 영화 <리미트리스>를 보면서 뜬금없이 그런 상상이 들었다. 타임머신과 관련된 이야기는 워낙 많은 데 부작용은 과거를 변화시키면 현재에 영향을 미쳐 현재가 어떤 식으로 변화할지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다는 리스크가 있다.

물론, 과거로 돌아가서 현재를 보거나 미래를 미리 가 보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정보를 미리 알 수 있는 것이니 원하는 것을 쉽게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나는 타임머신보다는 약복용을 하겠다. 타임머신에 비해 훨씬 노력을 요한다는 어려움이 있다. <리미트리스>를 보더라도 약 복용하면 세상이 달라보일 뿐 본인이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는데 기회가 오지 않는다. 본인 스스로 무엇보다 공부하고 노력해서 얻은 걸 기반으로 실행을 해야 한다.

아마도 그렇게 되면 모든 책을 1시간이면 독파할 듯 하다. 그 외에도 어려워서 읽어도 모르는 것들은 오로지 한 번만 읽어도 이해가 된다. 영화에서는 외국어도 공부하자마자 습득한다. 무자본으로 할 수 있다. 돈은 다시 마련해야 하지만 머리에 들어간 지식은 사라지지 않는다. 영화에서는 각성되었을 때 들어온 지식이 약물 성능이 떨어지면 사라지는 것처럼 묘사되는데 그건 좀 이상하다. 어미 머리에서 이해하고 쓸 수 있는 기능이 사라질리 없다.

여러모로 따져보니 역시나 타임머신보다는 약물복용이 좋을 듯 하다. 이렇게 쓰고 보니 약물복용하는 사람들의 논리도 이해는 된다. 약물 복용한다고 자신들이 노력을 안 한다는 의미는 분명히 아닐테니. 영화처럼 약이 있다면 고민할 사람은 부지기수다. 그렇다고하여 모두 다 약을 복용하면 변별성이 떨어져 별 차이가 없게 된다. 모두가 다 천재라며 차라리 멍청하게 편하게 사는 것이 더 좋을 수도 있겠다.

우연히 에디 모라(브래들리 쿠퍼)는 전처의 동생인 처남에게 약을 받게 된다. 약을 복용하고 그는 그동안 찌질하게  살면서 연인과도 헤어지고 소설도 제대로 쓰지 못해 힘들어 했던 생활을 청산한다. 소설도 하룻만에 쓴다. 그는 무려 몇 편의 소설을 써서 넘기는데 편집장이 무척이나 흥미롭게 본다. 그는 예전 생활을 청산하고 새롭게 태어났다. 돈이 필요하지만 돈이 없다. 얼마든지 돈을 불릴 방법을 알고 있지만 돈이 돈을 불어나게 해도 돈이 적으니 답답하다.

그는 더 큰 시장에 뛰어들어 큰 돈을 벌고자 한다. 약을 복용할 때는 상관업지만 술을 마시거나 약물효과가 떨어지면 문제가 생긴다. 이 사실을 알고 그는 조심하지만 주변 사람들도 이 약을 알고 노린다. 기업간 합병을 주도하며 큰 돈을 만지려 했지만 약으로 인해 꼬이기 시작한다. 에디는 약에 의지하지 않고 약을 통제하며 먹는다면 큰 문제가 생기지는 않지만 그렇지 않으면 사망하거나 병에 걸린다는 것을 알고 조정하며 살아간다.

<리미트리스>는 상당히 색다른 영화다. 흔히 이런 영화는 권선징악적으로 마지막에 가서 일반적인 행동을 하지 않은 사람은 벌을 받거나 잘못된 행동을 끊으며 끝난다. 에디는 전혀 그렇지 않다. 그가 과거를 반성했다고 볼 수도 없고 벌을 받았다고 볼 수도 없다. 그는 오히려 더 잘살게 되었고 스스로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감당하며 조절하며 살아간다. 심지어 책이 뒤늦게 나와 - 보통 몇 달 걸려 나오니 - 큰 성공을 거둔다. 더구나 정당방위라고 해도 살인까지 저지른다.

이런 면에서 영화는 신선했다. 뻔한 스토리로 전개되지 않고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마지막에도 약물존재를 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게 되지만 별 문제없이 넘어간다. 서로 잘 조절한 인간들은 결국에는 사회의 지도층이 된다는 설정이랄까. 과도한 상상을 하자면 이 사회에 살고 있는 성공한 인간들은 그런 인간이라는 설정이라고 할 수도 있다. 약은 어디까지나 지식을 더 많이 빠르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줄 뿐이고 이를 받아들여 조절하고 능력발휘하는 것은 개인의 몫이다. 자... 나라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