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상영당시 인기작이었던 이 영화를 관람했다. 정말 보고 싶었던 영화였는데,
막상 영화를 선택할땐 자꾸 외국영화를 선택하게 되곤 했다. 그래서 미뤄진 영화!!
보면서 정말 감탄. 연기 정말.. 짱!!! 영화 자체도 참 괜찮았더랬다.
최대한 사실에 근접하게 만들었다고 하더니, 가볍지 않지만 볼만한 역사영화였다.
(역사적 사실을 기록한 실록과 혜경궁 홍씨가 기록한 한중록의 내용을 섞어서 만들었다 한다.)
※ 경고! 스포주의! 영화 관람하실 분은 스크롤바 밑으로 금지!!!!!
영화는 사도가 관에서 뛰쳐나와 칼을 들고 영조가 있는 곳으로 향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하지만 이내 그냥 돌아서 나와버린 사도.
이 일은 바로 영조의 귀에 들어갔고, 사도는 영조 앞에 끌려온다. 그리고.. 영조의 명에 의해 뒤주에 갇히게 된다.
아버지를 원망하는 사도, 아들이 매우 못마땅한 영조. 부자지간인 두 사람 사이는 왜 이렇게 되었을까?
사도는 영조가 42세에 얻은 귀한 아들이었다. 사도의 탄생이 너무 기뻤던 영조는 아들을 생후 1년만에 세자로 책봉하며 귀하게 여겼다.
영조의 온갖 관심 속에 자라난 사도는 3살때 왕과 대신들 앞에서 효경을 외우고 글자를 써서 대신들에게 나눠주는 등 천재적인 모습을 보인다.
이에 세자에 대한 영조의 기대는 점점 높아져만 간다.
그랬던 세자였거늘.. 세자빈을 맞이하고 10살 이후가 되면서부턴 점차 글공부를 멀리하고 무예나 무술에 관심을 쏟는 모습을 보이게 된다.
게다가 영조에게 직접적으로 글공부에 별로 흥미가 없다는 말을 하고마는 사도세자.
그런 세자였지만, 영조는 어떻게든 잘 가르쳐보기 위해 직접 세자를 위한 책을 만들어 가르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한번 엇나간 영조의 마음은 도통 돌아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사도세자가 조금만 실수를 해도 크게 호통을 치고 혼을 냈던 것이다.
사실 영조가 이렇게까지 사도세자를 몰아붙이고, 그에게 기대를 했던 것은 그 자신이 왕위계승 정통성 논란에 시달려 학문과 예법에 있어
완벽한 왕이 되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여 왔기 때문이다. 자신의 배다른 형제인 경종을 죽이고 왕이 됐다는 질타와 함께
적장자가 아닌 첩의 자식으로 역대조선왕 중 유일하게 천민출신 왕이였기 때문에 신하들에게 밉보이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해 왔던 영조.
뒤늦게 얻은 귀한 아들 세자만은 모두에게 인정받는 왕이 되길 바랬기에 작은 실수를 거듭 보이는 세자가 못마땅하고 점점 마음에 들지 않는다.
마음에 차지는 않지만 어떻게든 세자를 제대로 가르쳐 보고자 영조는 선위 소동까지 벌인다.
말리는 신하들과 세자 앞에서 결국에는 자신의 뜻을 관철시킨 영조는 대리청정으로 세자의 피를 말리기 시작한다.
(선위란 왕위를 물려준다는 뜻으로 실제로는 왕에서 물러날 생각이 없으면서 신하들을 한번 떠보는 행위이다.
조선은 왕이 죽어야만 세자인 아들이 왕위에 오를 수 있었기 때문에 건강한 왕이 선위 하겠다고 했을 때
이에 대해 찬성한다면 '너 죽어라'라는 말과 같아 '역모의 뜻을 가졌다'라는 말과 다름없었다.
그래서 무조건 말리지 않음 안되었다. 영화 속에서 세자가 선위를 거두어 달라며 엄동설한에 쓰러지기 직전까지 대죄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잘해도 못마땅, 못하면 크게 혼나는 대리청정. 게다가 완벽주의자인 영조 때문에 사도는 하나부터 열까지 그의 기대에 맞춰 완벽해야만 했다.
그랬기에 이 대리청정이 결국 부자지간을 더욱 멀어지게 만든 계기가 되어 버렸다.
계속되는 아버지의 꾸짖음과 호통은 사도세자로 하여금 울화증, 광증, 의대증 등 다양한 정신병을 가지게 만들었다.
사도세자에게서 완전히 마음이 멀어진 영조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손자인 정조였다.
사도세자와는 달리 공부에 매진하고 또 매진하는 모습을 보여 할아버지 영조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이다.
아버지가 죽기까지의 일을 모두 보아온 정조.
정조는 아버지의 일을 가슴 속에 묻어둔다. 그리고 큰 아버지 효장세자의 아들로 입적해 후에 왕이 된 정조는 사도세자는 즉위식에서
"나는 사도세자의 아들이라."라고 당당하게 말한다. 또한 사도세자에 관한 일이 기록되어 있는 승정원일기를 삭제한다.
아버지가 후대에 안 좋은 일로 기억되길 바라지 않았던 정조. 아버지의 묘를 찾아 눈물을 흘리며 그를 추억한다.
영조가 조금만 덜 완벽했더라면, 조금만 덜 노론의 눈치를 봤더라면..
아들 사도세자를 좀 관대하게 대해주지 않았을까?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주지 않았을까?
때론 왕과 세자가 아닌 아버지와 아들 사이가 될 수 있지 않았을까?
천재였다고 알려진 사도세자가 따뜻한 아버지의 관심 속에 왕이 되었다면 어땠을까?
그런데 또 다른 기록에는 사도세자가 사이코패스 살인마였다고 한다.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사람을 패죽이거나 머리를 베어 그 머리를 들고 다녔고,
그 수가.. 100여명이 넘었다고 한다. 이 일 또한 영조의 골머리를 앓게 만드는 일이었다고 한다.
아들 정조도 아버지의 이런 성향을 알고 인정했다고 하던데......
이것은 아버지 영조 때문에 갖게된 정신병 때문 아니었을까?
사실이 어찌되었든 정말 사도세자와 영조의 일은 안타깝기만 하다. 권력이 대체 무엇이길래..
이렇게까지 부자지간을 갈라놓는걸까. 어떻게 아버지가 아들을 죽이게 만드는걸까.. 참 가슴 아픈 역사다.
정말 괜찮았던 영화였다. 아역들의 연기들도 빛났고, 우정출연으로 등장한 소지섭의 모습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무엇보다 송강호, 유아인 두 배우의 연기에 몰입해서 볼 수 있었던 영화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