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세바시)는 각 영역의 전문가들이 소통, 혁신, 성장, 인문학, 자기계발 등 우리 사회와 삶의 다양한 주제에 대해 15분 동안 이야기하는 프로그램이라고 한다. 이 책은 그 강연들 중 가장 뜨거운 반응을 얻은 이야기들을 모은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감동과 힘을 전달해준 이야기라니, 궁금했다. 나 역시 하루에도 몇차례씩, 고민하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실 나뿐만이 아니라 누구나 삶에 대한 질문은 수십번 떠올렸고, 지금도 떠올리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중 많은 사람들이 똑같이 떠올렸을 그 질문들에 대한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고 하니 기대가 되었다. 프롤로그에 보면 저자는 세상에 하찮은 질문은 없으며, 질문하는 사람만이 성장한다고 했다. 프롤로그부터 마음에 쏙 드는 문장을 발견하다니. 이 책..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 그리고 곧 책 속에 빠져들었다.
좋아하는 걸 해야 합니다. 또 어떤 일을 하더라도 10년 정도는 지속해야 전문가가 된다고 생각해요. 제가 실제로 일을 해보니까 내 손발을 마음대로 쓸 수 있을 만큼 자연스러워지려면 시간이 꽤 필요하더라고요. 좋아하지 않으면 지속할 수가 없어요. 중간에 그만둘 수밖에 없거든요. (P. 40)
연구를 해보면 수입이 계속 늘어나는 사람은 계속 행복하다고 해요. 작년보다 올해 더 버는 경우 행복한 거죠. 반면 수입이 많더라도 더 이상 늘지 않고 비슷한 수준이면 수입이 많다고 해도 더 행복하지는 않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급여가 계속 늘어난다거나 올해보다 내년이 더 잘살게 될 거라고 예측하는 사람은 행복한데, 올해보다 내년이 좋아질 것 같지 않고 내후년엔 더 나빠질 것 같다고 예상하는 사람은 지금 비록 부자라고 해도 행복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무언가 자기 소유가 늘어나고 있고, 자기가 발전하고 있고, 자기가 점점 커가고 있다는 기대감이 우리에게 행복을 줍니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 많아지고 내가 조절할 수 있는 것이 많다진다는 것, 즉 더 힘이 세지고 있다는 것이 행복에 중요합니다. 지금의 사회에선 그럴 수 있는 힘 중 하나가 돈이죠. 그러니 돈이 많아지는 것은 우리에게 분명 행복을 가져다줍니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 우리 사회의 발전이 정체되어 있다는 거예요. 1970년대하고 지금을 비교하면 지금이 더 좋은 조건에서 더 많은 것을 누리며 살고 있습니다. 그때의 부자보다 지금 중산층의 생활수준이 더 높을 거예요. 그런데 평범한 사람들의 행복감이란 면에서 보면 그때가 훨씬 높았어요. 왜냐하면 그때는 사회가 급속히 발전하면서 우리 모두 앞으로 점점 좋아질 것이라는 생각이 널리 퍼져 있었거든요. 정치적으로는 억압되고 여러 가지 안 좋은 부분이 많았지만 그 당시 아이들을 보면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는 말을 많이 했어요. 요즘 아이들은 별로 어른이 되고 싶어 하지 않죠. 아이들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면 참 충격적인데, 자기가 보기엔 부모들이 별로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는 거예요.
인간은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내가 조절할 수 있는 것이 없다, 내가 상황을 바꿀 수 있는 것이 없다'고 생각하면 불행해집니다. (P. 46~48)
한마디로 뭉뚱그리면 나의 본성을 잘 표현하면서 살아가는 인생, 그것이 좋은 삶입니다. 남이 그것을 어떻게 평가하는가는 상관없어요. (P. 65)
사람이 죽기 전에 돌이켜보면서 '내가 그때 일을 더 많이 했어야 되는데, 내가 돈을 더 벌었어야 되는데' 이런 내용으로 후회하는 사람은 없어요. '내가 그때 더 많이 여행도 하고, 더 즐겁게 살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어야 되는데'라고 후회하잖아요. 아주 간단한 3단계 방법을 알려드릴께요. 1단계, 여행사 사이트에 들어간다. 2단계, 적당한 항공권을 찾는다. 3단계, 결제를 한다. 이게 바로 여행을 떠나는 방법이에요. (P. 125)
남이 나를 인정해준다고 해도 그건 그 사람에게 순간일 수 있습니다. 잘보면 그 사람이 나한테 그렇게 아주 소중한 인물도 아니에요. 나에게 상처를 자꾸 주는 사람은 나에게 소중한 인물도 아닌데 계속 그 사람과 관계에서도 성공하고 싶어 할 필요가 있을까요? 그 관계가 특히 회사에서 만난 관계라면 굳이 거기서 인정받을 필요가 있을까요? 일에서 만난 관계는 일로 끝내고, 나한테 소중한 사람은 다른 곳에서 얼마든지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소중한 사람이 아닌 사람에게까지 내가 사랑받고 인정받으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살펴보세요. 누구를 만나든 인정받기를 열망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세요. (P. 139)
지식을 넓히기 위해 공부한다고 말하지 말고, 그냥 깨닫는 즐거움을 누리기 위해서 공부한다고 생각하면서 책을 읽어보세요. (P. 188)
제가 보기에 우리나라 교육의 가장 심각한 위기는 아이들에게 모티베이션(motivation)이 없다는 거예요. 모티베이션은 자기가 무언가 하고 싶은 마음, 되고 싶은 것, 배우고 싶은 마음을 말합니다. 이런 것들이 거의 다 없어진 상태예요. 실제로 '수학을 좋아하느냐'라고 49개국 학생들에게 질문한 조사가 있는데, 우리나라 학생들이 수학을 좋아한다고 답한 비율이 49개국 중에서 48등이었습니다. 과학은 49등이었고요. 아이들이 철저하게 모티베이션을 잃어버리는 과정을 초등학교 때 겪습니다. 이건 우리나라 교과서나 교육 과정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많은 부분이 사교육 업계의 유혹을 너무 무비판적으로 수용한 엄마들의 책임도 분명히 있다고 봅니다. (P. 271~272)
자기가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과 관련해서 의미 있는 경험을 꾸준히 하다 보면 자기가 하고 싶은 게 생깁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요즘 효자 효녀의 기준은 '하고 싶은 게 있는' 아이들입니다. 그래서 중학교 올라갈 무렵 "나는 이걸 하고 싶어요." "나는 여기에 관심이 있어요." 이렇게 말하는 아이로 만들어내면 초등학교 교육 성공인 겁니다. (P. 275)
부부생활은 짧게 끝나는 단막극이 아니라 지루할 대로 지루한 대하 드라마입니다. (P. 292)
사람은 항상 현재 감정에 몰입하게 되어 있습니다. 화가나서 이 사람과는 끝장이라는 생각이 들면 자기감정에 완전히 함몰된 거예요. 상담사는 평면도를 보는 사람입니다. 평면도는 천장에서 집을 내려다보는 거잖아요. 그렇게 평면도를 보는 것처럼 한 번이라도 자신과 배우자의 관계를 바라본 적이 있다면 그 부부는 앞으로 250년을 같이 살아도 문제가 없을 겁니다. (P. 300)
아.. 정말 좋은 말들이 너무 많다. 눈에 콕콕 박히는 문장이 너무 많았다. 게다가 내가 떠올렸던 질문들도 꽤 많이 발견했다. 그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보니 무언가 깨닫는 듯한 느낌도 들고, 왜 전체적인 그림은 보지 못하고 자꾸 작은 그림만 봤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물론 완벽한 해결책을 제시해주어 그 질문들이 모두 해소가 된 것은 아니지만, 다른 방향으로 다시 생각해보게 만들거나 '아하!' 하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었다. 무엇보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크게 느낀건 나 혼자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나 혼자 이런 고민과 걱정을 해왔던게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은 고민과 걱정을 해왔다는 것을 알게되니 그것만으로도 힘을 얻는 것 같았다.
사실 요즘 이런저런 생각들이 참 많았다. 그래서 이 책을 만난 것이 어쩐지 위로를 받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회사를 그만둔지 어느덧 6개월이 훌쩍 지나 7개월에 접어들었다. 나름의 걱정과 고민, 그리고 계획이 있어서 수많은 생각을 거듭한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그런데 내 계획은 예상보다 좀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했다. 그 때문에 종종 '회사를 좀더 다녔어야 했을까?' 하는 생각이 떠오르곤 한다. 그렇다고 그 생각이 오래가지는 않는다. 분명한건 내게 있어서 회사를 그만둔 것에 대한 장점이 더 크기 때문이다. 회사를 다닐때만해도 한달에 1~3번은 꼭 병원을 찾아가야했고 매번 약을 처방받아 먹어야했을만큼 몸 상태가 점차 최악으로 치닫고 있었지만, 회사를 그만둔 후 단 한번도 같은 증상 혹은 다른 증상으로 병원을 찾은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스트레스성 질환들에서 벗어나 건강을 되찾고 있다는 것을 내 스스로 느끼고 있기 때문에 여전히 회사에 대한 아쉬움은 남아있지만, 결코 후회는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시간이 자꾸 길어지니 안해도 되는 생각들이 자꾸 머릿속을 어지럽히는 것 같다. 이런 시기에 만난 '성장문답'. 조금만 더 힘을 내봐야겠다는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게 만들어준 좋은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다음엔 컨텐츠로 만나봐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