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스티븐 킹이 10대 시절, 리처드 바크만이라는 필명으로 집필한 소설이다. 10대에 이미 이런 이야기를 써내다니. 그는 천상 천재 작가였던거다. 롱 워크를 집필했던 1966년 당시 미국은 베트남전 자원 입대와 반전 시위가 소용돌이 치던 때였고, 스티븐 킹은 당시에 미국 사회를 바라보며 느꼈던 느낌과 생각을 작품 속에 녹아내었다. 군대가 장악한 새로운 디스토피아를 창조해낸 그는 독재정권에 의해 자유의지를 잃고 좌지우지 되는 인간들의 모습을 참 담담하게 표현하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 담담함이 이야기에 은근히 현실감을 부여하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롱 워크란 십대 소년 100여명이 치뤄내는 국가적 스포츠를 말한다. 이 스포츠는 최저 제한 속도(시속 6.5㎞)로 걸어야하고, 어떤 일이 있어도 걸음을 멈춰서는 안된다. 먹고, 자고, 배변을 하는 행위 모두 걸으면서 해결을 해야하는 잔인하고도 독한 스포츠다. 경고가 3번이 누적되면 그 즉시 주변에서 그들의 뒤를 따르는 군인들에 의해 총살형에 처해진다. 그렇게 단 한명이 남을 때까지 경기는 이어지고, 우승자에겐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가질 수 있는 특혜가 주어진다.
죽고 싶어서 참가한 이가 누가 있겠는가. 모두 우승자가 되고자 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참담한 결과가 계속 이어졌다. 도와주지 않는 날씨와 제대로 준비되지 못한 복장, 체력, 정신력 등은 아이들을 하나씩 무너뜨렸고, 급기야 미쳐버리는 아이들도 나타났다. 더 잔인하게 느껴지는 것은 아이들의 죽음이 이어질때마다 울려퍼지는 시민들의 환호성이었다. 최종으로 남을 아이가 누구인지에 내기를 하고, 아이들의 숫자가 줄어들수록 그 열기는 더욱 커져만 갔다. 그 100여명의 아이가 자신의 아이라도 그럴 수 있을까? 하기사. 사람들의 생각까지도 제재를 가하는 독재정권이라고 한다면, 이러한 상황이라한들 그저 체념하고 받아들일 뿐이거겠지. 자유의지를 잃은 그 무력감이 딱히 액션도 스릴도 없는 장면들을 소름끼치고 무섭게 만들었다. 아무런 생각없이 아이를 향해 총을 드는 군인들도, 죽은 아이는 금새 잊고 살아남은 아이들에게 환호를 보내는 사람들도, 그런 상황 자체도.. 끔찍했다. 잔인하다는 말로 부족한 상황들이 연이어 벌어졌지만,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롱 워크에 참가한 아이들만이 죽음을 앞두고 약간의 반항을 해볼 뿐이었다.
스포츠에 참가한 10대 아이들의 심리 상태를 그려낸 것만으로도 이런 공포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이 정말 놀랍다. 마지막 결말이 약간 아쉽기도 했지만, 그의 10대 시절 초기작품인만큼 그 아쉬움은 금새 접어졌다. 읽으면서 자꾸 북한이 떠올랐다. 탈북자들에 의해 알려진 북한의 수용소 상황이 딱 이런 디스토피아 속 세상과 비슷하지 않은가! 사람대접을 받지 못하고 짐승보다 못한 취급을 받으며 구타와 고문, 끊임없는 노동에 시달리다가 결국 죽어서야 나올 수 있다는 수용소. 자유의지라고는 눈씻고 찾아볼 수 없고, 군인들에 의해 통제되고 있는 그곳의 상황이 어쩐지 롱 워크 속 세상과 닮아보였다. 30년이 훌쩍 지났음에도 그의 이야기는 여전히 현실의 모습을 꼬집고 있는 듯 했다. 그래서 더 놀라운 작품인 것 같다. 언제낙 리처드 바크만이라는 필명으로 나온 다른 작품들도 한번 찾아봐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