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를 극복하고 하버드, MIT를 졸업하고 20년간 월가에서 일해온 신순규씨의 에세이를 보게 되었다.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얼마나 두려운 일인지를 체험해봤던 내게 그의 이야기는 정말 위대하고 존경스러웠다. (라섹수술로 각막을 살짝 잘라내었을때, 정말 무섭고 두려웠었다. 그렇게 시커먼 세상은 내 생애 그때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머리카락 한 올이라도 움직이게되면 그 순간부터 그 시커먼 세상 속에 그대로 남겨지게 될 것 같아 그야말로 얼음이 된채 수술을 받았다. 그때 처음, 시각장애인들의 어려움을 짧은 시간이었지만 몸소 체험했더랬다.) 잇다른 운도 있었지만, 고민하고 준비하고 노력해왔기에 그 운들이 절로 따라와준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기회는 준비된 자가 잡는거라지 않는가. 딱 그가 그러했다. 장애를 단점이라 여기지 않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노력하고 또 노력했다. 이 책에서 그는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본다는 것, 꿈, 가족, 일, 나눔"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평범한 이들보다 더 힘들게 얻어야 했던 노력의 모든 순간들은 그를 배신하지 않았다.
그는 9살에 시력을 완전히 잃은 후, 16살이 되던 해에 피아노를 통해 유학을 가게 된다. 하지만 막사 도착한 그곳에서의 공부는 만족스럽지 않았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던지, 후원자를 찾아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서 공부를 이어가던지 해야했다. 그런 그의 고민을 들은 지금의 양부모가 된 오메셔 부부가 흔쾌히 그를 자신들의 가정으로 받아들인다. 이후 법적절차를 따로 밟은 것은 아니지만, 그는 오메셔 가족을 미국의 가족으로 여기며 살아가고 있다. 피아노를 통해 유학을 갔지만, 그는 자신이 음악적 재능이 부족함을 알았고, 이에 의사가 되기 위해 진로를 변경했다. 하지만.. 법이 바뀌는 바람에 그가 의사가 되는 길이 막혀버렸고, 때문에 그는 다시 한번 진로를 변경하게 된다. 고비와 좌절이 시시때때로 그를 찾아왔지만, 결코 그는 포기하지 않았고 묵묵히 앞으로 나아갔다. 그랬기에 지금의 그가 있을 수 있었다.
아무생각없이 책을 펼쳤다가 어느새 빠져서 그의 이야기를 읽고 있었다. 그의 노력을 보고 있자니 그가 누리지 못한 것들을 평범하게 누려온 내가 너무 노력하지 않은 삶을 살아온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를 보면서 정말 노력해서 되지 않는 일은 없다는 것, 무엇이 되었든 안된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건 이미 안되는 일이라는 것, 그리고 눈앞에 벽을 만나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돌아갈 수 있는 길을 찾아 묵묵히 앞으로 나아간다면 다시 길이 열린다는 것을 느꼈다.
이 이야기에서 장애를 빼고 생각해 보자. 가족, 친구, 동료, 이웃 등에 대한 우리의 이해는 겉으로 보이는 것 때문에 진실에서 멀어질 수 있다. 겉으로는 걱정거리가 없어 보이는 사람에게도 알고 보면 말할 수 없는 가슴앓이가 있듯이, 항상 어려움에 시달리는사람에게도 행복과 만족이 있을 수 있다. 몇 평짜리 집에서 사는지, 무슨 차를 타고 다니는지, 그리고 어떤 옷과 액세서리로 몸을 감싸고 있는지, 이러한 겉 포장지에만 주목하면 내면의 진실을 보기가 힘들다. 이런 것들을 뚫고 알맹이와도 같은, 그 사람의 생각이나 염려, 희망이나 두려움 등을 꿰뚫어보는 '엑스레이 비전'을 가지려고 노력한다면, 타인에 대한 오해를 줄이고 이해를 더할 수 있지 않을까. - P. 29
사람들은 흔히 이런 말을 한다. 세상에는 내가 노력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아무리 노력해도 할 수 없는 일이 있다고. 그런데 이 두 가지를 가르고 구분하는 기준은 대부분 사람이 저마다 갖고 있는 생각이다. 그러므로 이 차이는 영원히 정해져 있지는 않다고 본다. 생각에 따라 충분히 변할 수 있다고, 즉 할 수 없는 일이 할 수 있는 일로 바뀔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나의 미국 맘은 나에게 이른 말을 해 준 적이 있다. 세상이 바뀌기를 기대하기보다는 나를 먼저 바꾸기가 더 쉽다고. 그리고 바뀐 나를 보면서 세상이 바뀔 가능성은 커질 거라고. - P. 45
길을 가다보면 돌아가야 하는 때도 있고, 방향을 다시 잡아야 하는 때도 있다. 아예 목적지를 바꾸어 가야 할 때도 있다. 중요한 것은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 가는 것이다. 끊임없는 커브길, 오르내림이 심한 언덕길, 그리고 장애물이 수두룩한 위험한 길이 우리 앞에 나타날 거라고 당연하게 받아들인다면 험난한 길 위에서도 자신감과 희망을 잃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 P. 75
이런 긴 편지들에 대해서 떠올리다 보니, 문자 메세지, 카톡, 페이스북, 트위터 등으로 연락을 자주, 그러나 짧게만 하는 이 시대에 사는 우리가 불쌍하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마음에 있는 것을 나누려면 긴 편지가 필요한 법인데, 요즘은 이런 편지를 쓰는 경우가 드문듯했다. 혹시 짧은 글만을 교환하면서도 서로에 대해서 잘 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가. 만일 그렇다면 우리가 자주 주고받는 140자 이내의 메세지 때문에, 여유로운 시간을 갖고 대화하는 것마저 기억 속으로 사라져 가고 있지는 않은지 우려스럽다. 그리고 식사를 같이 하더라도, 텔레비전을 틀어 놓거나 스마트폰을 옆에 놓고 식탁에 같이 앉는 가족들이 많아진 것 같아서 안타깝다. 그럴수록 서로를 정말로 아는 데 꼭 필요한 대화, 즉 마음을 나눌 기회는 줄어들 수밖에 없으니까. - P. 102
인간 사이에 장벽이 될 수 있는 것은 장애뿐만이 아니다. 우리의 정치적이거나 종교적인 생각, 사회, 경제적인 지위, 태어난 곳이나 문화의 차이, 외모나 성격 차이 등등 '우리'라는 범위 안으로 다른 이들을 받아들이지 않는 이유는 많다. 우리와 같이 '우리'가 될 수 없는 이들을 같은 인간으로 받아 주고, 그들의 생각과 소망을 인정해 주는 것이야말로 성장하는 사람의 모습이 아닐까. 이런 성장을 추구하는 것이 더 많은, 더 큰 장벽을 만들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꼭 필요한 노력이 아닐까 싶다. - P. 18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