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2월 27일과 28일 오페라 북콘서트 라트라비아타 때문에

사서 읽었던 책을 이제야 다시 잡고 리뷰를 쓴다.

공연 한참 전에 읽은 것이라 가물가물, A4에 써놓은 간단한

메모를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당시에 가슴 벅차게 적어 놓은

글들을 떠올릴 수가 없다. 아휴, 속상해.

 

뭐 그래도 한참 지나서 리뷰를 쓰면 좋은 점이 있긴 하다.

여러 번 읽는 그 누구들과 달리 난 딱 한번 정독하는 편인데

(물론 여러 번 읽어야 할 책은 반드시 그렇게 한다)

메모해둔 종이를 보면서 다시 한 번 정리하면 두 번 읽는 것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

책을 읽고 리뷰를 반드시 남겨야 하는 이상한(?) 습관이 생긴 지금

어쩌면 난 이제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정리하는

정리병 상태까지 가버린지도 모르겠다.

 

마리 뒤플레시스 라는 실제 인물을 토대로 한 소설 [춘희].

​

​

 

 

 

실제로 이렇게 생겼다는데 언젠가 본 마리 앙투아네트의 그림과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의 신비로운 아름다움은 보는 사람을

불안하게 만들 정도였다고 하는데, 리스트와 마리는 허물없는

정신적 친구로서 서로를 소중히 여겼단다. 리스트는 똑똑하구나,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을 갖기보다 정신적 교류자로 영원히 사랑하는

게 훨씬 덜 힘든 일이라는 것을 아는 남자라니.

 

[춘희]의 화자인 알렉상드르 뒤마 피스는 자신의 애인이 주인공인

이야기를, 흔하지 않던 직업을 갖고 있던 그녀와 복잡하게 얽힌

인간관계의 심리를 구체적으로 그리고 객관적으로 풀어놓았다.

 

마르그리트 고튀에, 마리 뒤플레스의 소설 속 이름.

 

20쪽.

 

마르그리트는 첫 공연 때면 언제나 참석했고 극장이나 무도회장에서

밤을 지새웠다. 새로운 연극이 상연될 때는 반드시 모습을 드러냈으며

그때마다 물건 세 가지를 1층 특별석이 있는 자신 앞에 놓아두었다.

오페라글라스와 봉봉 주머니 그리고 동백 꽃다발이다.

 

한 달 가운데 25일은 하얀 동백, 남은 5일은 붉은 동백이다.

어째서 꽃 색깔을 바꾸는지는 아무도 몰랐으며 실은 나조차도 그

이유를 설명할 수가 없다. 그러나 그에 대해서는 나뿐만이 아니라

그녀가 자주 가는 극장의 단골 손님이나 그녀의 애인들도 모두

눈치 채고 있었다. 마르그리트가 동백 말고 다른 꽃을 들고 다니는

것을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그런 이유로 그녀가 자주 가는

꽃집인 바르종 부인의 가게에서는 급기야 ‘동백아가씨’라 불리게

되었고 그것은 그대로 그녀의 별명이 되었다.

 

그녀는 남자들이 차려주는 살림으로 생활하는 화류계 여인이었다.

‘고급 창녀’라고도 말해지는 그녀들의 직업이 당시에는 어떻게

받아들여졌는지 반드시 알고 넘어가야 한다.

 

28쪽.

 

가여운 여인들! 만약 그녀들에게 호의를 베푸는 것이 잘못이라면

적어도 동정만은 베풀어야 한다. 사람들은 햇빛을 본 적이 없는 장님,

자연의 화음을 들은 적이 없는 귀머거리, 마음의 생각을 소리 높여

말할 수 없는 벙어리는 동정하면서도 수치라는 잘못된 핑계로

마음의 장님, 혼의 귀머거리, 양심의 벙어리를 동정하지는 않는다.

그녀들은 불행에 괴로워하다가 어딘가가 망가지는 바람에 자신의

뜻에 반하여 선한 것을 보거나, 신의 소리를 듣거나, 사랑과 신앙이

담긴 순수한 말을 할 수 없게 되었을 뿐이다.

 

위고는 [마리옹 들로름]을 썼다.

1831년에 초연, 빅토르 위고가 쓴 5막 운문 희곡이며 17세기 유명한

창녀였다는 여주인공의 이름이며, 디디에라는 남자가 마리옹 들로름

이라는 창녀를 사랑하게 되고 그 여자를 위해 결투하다 끝내 사형에

처해진다는 이야기로, 작가는 이 이야기를 통해 창녀라도 사랑의

순정으로 영혼의 순결함에 눈 뜰 수 있다고 말한다.

 

뮈세는 [베르네르트]를 썼다.

뮈세의 중편 소설 [프레데릭과 베르네르트]의 여주인공.

침모인 베르네르트는 이제 막 변호사가 된 청년 프레데릭과 사랑에

빠졌다가 프레데릭의 아버지에게 프레데릭과 헤어져달라는 부탁을

받게 된다. 결국 프레데릭과 헤어진 베르네르트가 다른 남자에게

몸을 맡긴 뒤 자살한다는 슬픈 결말로 끝난다.

조금 [춘희]와 닮은 이야기.

 

알렉상드르 뒤마는 [페르낭드]를 썼다.

귀족 출신의 고아지만 파리에서 고급 창녀가 된 페르낭드가 몸까지

바쳐가며 연인 모리스에 대한 순애를 끝까지 지켜나간다는 이야기.

뒤마는 [춘희]를 쓴 뒤마 피스의 아버지다.

 

어떠한 시대에서건 사상가나 시인들은 고급 창녀들에게 저마다

자비에 찬 선물을 바쳐왔고, 때로는 위인들마저도 자신의 애정과

명성으로 그녀들의 명예를 회복시켜 주었다. 내가 이만큼 이 점을

강조하는 것은 이 책을 읽으려고 하는 분들 속에는 아무래도 악덕과

매춘에 대한 변명만 하는 것은 아닌지 염려되어 이쯤에서 덮어버리려는

사람들이 있지 않을까 해서이다. 23세인 필자의 나이 또한 그런 걱정을

강하게 만드는 이유가 될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한다. 그리고 단지 그런 이유로 책을 덮으려는 분은

부디 염려 마시고 이대로 계속해서 읽어주셨으면 한다.

 

29쪽.

 

삶의 입구에는 ‘선의 길’과 ‘악의 길’이라고 쓰인 두 기둥이

서 있는데 그곳에 나타난 사람에게 그저 “고르라”고만 해서는

안 된다. 그리스도께서 ‘선의 길’로 돌아오는 길을 가르쳐주어야만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 길의 시작이 너무나도 괴롭지 않아야

하며 발을 내딛기가 어려워 보이지 않아야 한다.

 

그리스도는 우리에게 관용과 용서를 권하기 위해 훌륭하게도

탕자의 비유를 드셨다. 예수께서는 인간의 정욕 때문에 상처 입은

혼에게 아낌없는 사랑을 나누어주셨으며 상처를 치료할 수 있는

향유를 부어 그녀의 상처를 치유해주셨다. 그는 막달라 마리아에게

“그의 많은 죄가 사하여졌도다. 이는 그의 사랑함이 많음이라”

말씀하셨다. 이러한 숭고한 용서가 숭고한 신앙을 눈뜨게 하는 것이다.

 

 

다행히 편견이 없는 나는 이 작품을 기꺼이 시작해서 꼬깝고 읽어내기

어려운 [마농레스코]까지 열심히 잘 읽어냈다.

아베 프레보는 뒤마 피스에게 감사의 절을 해야 한다.

그가 아니었으면 [춘희]의 발끝에도 이르지 못 할 [마농레스코]를

반도 읽지 않고 집어 던졌을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마농레스코]가 [춘희]와 함께 한 책으로 엮인 걸까?

 

소설 속에서 마르그리트 고티에는 [마농레스코]란 책을 즐겨 읽는다.

그녀는 어쩌면 마농이 자신의 분신 정도는 된다고 생각한 듯싶다.

그녀가 사랑한 [마농레스코] 책을 그녀의 사후 빚잔치 경매에서 사들인

화자에게 아르망 뒤발이 찾아온다. 그녀에게 [마농레스코]를 선물한

사람이 바로 그녀의 애인 아르망 뒤발이었던 것.

 

참 재밌는 설정이다.

실제 애인이었던 화자는 소설 속 경매에서,

알지도 못하는 여자가 평생 지니고 다니며 즐겨 읽었을 [마농레스코]를

사들인다. 그는 그 책의 경로를 묻고 또 물어 죽은 고티에의 애인인

아르망 뒤발을 만나게 된다.

그것도 아주 동요된 마음과 모습의 뒤발을.

사실의 애인이 소설 속 애인을 만들어 함께 만나는 참 재밌는 설정.

그녀는 마리 뒤플레시스거나 마르그리트 고티에겠지.

 

[춘희] 와 [라트라비아타]

 

[춘희] 는 [라트라비아타]에서 다루지 않은 여주인공의 죽음 후에

비중을 둔다. 알프레도와 비올레타가 처음 만나는 파티를 첫 장면으로

시작하는 [라트라비아타]와 달리 [춘희]의 첫 장면은 여주인공이

죽은 후 그녀의 빚을 청산하기 위한 고티에의 물품 경매 내용이다.

온갖 고급스러운 물건으로 가득한 그녀의 집은 그녀에 대한 어떤

애정도 관심도 품고 있지 않은 채 그저 값비싼 물건으로만 비춰진다.

 

또한 그런 여자의 사후 물품 경매에 오는 이들은 그녀와 같은 일을

하며 이름을 날린 여자들이 대부분이다. 그런 그녀들을 이런 자리가

아니면 보기 어려움을 아는 많은 이들은 이번을 기회로 그녀들을

보려고 모르는 척 연기와 함께 그 자리에 들어차 있다.

화자의 의견에 따르면 ‘이 귀부인들은 경매를 핑계로 다시 한 번

그녀들을 가까이에서 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찾아온 것이다. 이 기회를

놓치면 이제 만날 기회도 없을 테고, 게다가 속으로는 자유롭게

쾌락을 만끽하는 이런 여자들을 부러워했을 것이다’라고!!!

 

그녀 사후 만난 뒤발과 고티에의 이야기를 주로 뒤발의 입을 통해

들은 화자의 이야기. 말발 좋은 애인 덕에(그 말발이 뒤발이건 뒤마

피스이건 간에) 사후에까지 사랑스러움을 남길 수 있던 그녀는

[라트라비아타]에서 정말 아름답고 매력적인 ‘비올레타’로 남았다.

그런데 난 ‘비올레타’보다 [마농레스코]를 손에서 놓지 않고 살았던

정신적 여인 ‘고티에’양에게 더 애정이 간다.

 

[라트라비아타]의 시작은 다음과 같은 소설을 기반으로 했다.

뮤지컬이나 영화, 오페라의 원작을 보면 볼수록 그 무엇도 원작의

정신을 따라갈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화류계 여자’와 사랑에 빠지는 뒤발 같은 남자의 심리에 대해

조금은 알 수 있을 것도 같은 이야기로 시작되는 이 부분.

그들에게 그녀들의 육체와 정신은 어느 정도의 비율로 전체의

사랑이라는 단어를 이루었던 걸까?

 

몸이 쉬운 그녀들과 몸 한 번 얻기 어려운 그냥 민간 여자들.

그들은 이 두 그녀를 어떻게 다르게 생각했던 걸까?

 

내게 그들은 믿지도 못할 비싼 존재를 ‘사랑’이라는 허울 좋은

껍데기에 싸서 ‘허영’이라는 진실을 알지도 못한 채 허덕이는

한심한 놈들로만 보이는데 말이지. 물론 이런 놈들이 없었다면

우리 ‘화류계 언니들’의 벌이에 큰 지장이 왔었겠지만.

 

‘이 여자가 날 속이고 있구나’가 반복되는 뒤발의 이야기는

사랑으로 치닫기에 부족함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사랑’과

‘불신’은 함께할 수 없는 단어라 여기기에 그렇다.

특히나 그를 택한 이유가 다음과 같은 여자를 한번 버렸으니 더욱.

 

137쪽.

 

그때 나는 당신을 만났어요. 당신은 젊고 열정이 있으며 행복해

보였죠. 그래서 이런 거친 세상에서 나 홀로 죽을 힘을 다해

부르고 원했던 남자가 바로 당신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나는 당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한 것이 아니라, 내가 바라는

사람이었으면 해서 사랑한 거죠. 하지만 당신은 그 역할이

자기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며 뿌리쳐버렸죠. 그리고 어디에나

있는 흔한 남자들처럼 되었어요. 그렇다면 다른 남자들처럼 하면

되잖아요. 내게 돈을 지불하세요. 그리고 이런 이야기는 이제

관두기로 해요.

 

58쪽.

 

나는 이 이야기를 떠올리고 있었습니다. 마르그리트를 위해서라면

어떠한 괴로움도 기꺼이 받아들이겠다는 생각까지 하고 있던 나는

그녀가 아무렇지 않게 나를 받아들여, 기나긴 시간을 인내하거나

커다란 희생을 치러야만 손에 넣으리라 생각했던 사랑을 쉽게

주어버리지는 않을까 두려워졌습니다.

우리 남자란 그런 존재죠. 상상력이 우리의 관능에 시적 정취를

남기고, 육체의 욕망이 영혼의 몽상에 자리를 내준다니, 정말이지

행복하기 그지없다는 말밖에 할 수 없군요.

 

(중략)

 

그녀는 봉봉을 받으면서 나를 쳐다보았습니다. 얼굴이 달아올라

나는 눈을 내리떴습니다. 그녀는 몸을 굽히더니 옆에 있는 여자

귓가에 낮은 목소리로 무어라 속삭였습니다. 그리고 둘이서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그녀들이 나 때문에 웃는다는 것은 누가 봐도

뻔했기에 나는 점점 더 당혹스러워졌습니다. 그때 나는 다정하면서도

감상적인 면이 있던 중산층 아가씨와 사귀고 있었습니다. 실은

그 아가씨가 쓴 감상적이고 우수 어린 편지를 읽으면서 가끔 웃음을

터트리기도 했죠. 그러나 내가 이렇게 쓴맛을 보고 나니 그 아가씨도

아마 많이 괴로웠으리라는 짐작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한 번도

여성을 사랑해본 적이 없었던 것처럼 그 아가씨를 5분쯤은 사랑스럽다고

느꼈습니다. 그때 마르그리트는 나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건포도를

먹고 있었습니다. (중략)

 

마르그리트와 같은 부류의 여자들을 조금이라도 겪어본 적이 있다면

그녀들에게 처음 보는 남자들을 살살 약 올리면서 즐거워하는 성향이

있다는 것을 알 겁니다. 아마 날마다 만나는 남자들에게서 가끔씩

받아야만 하는 굴욕에 대한 복수일 테지요.

이에 잘 대응하려면 그녀들만의 특별한 세계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습니다만 나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부인, 나를 그런 식으로 생각하셨다면 다시는 이러한 모습을 보이지

않겠다고 약속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나의 무례를 용서해주시길 바라며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문이 닫힐락 말락 할 즈음 세 번째로 크게 웃어대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정말이지 누군가 나를 팔꿈치로 찍어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들더군요.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다들 네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냐고

말하더라니까.”

 

“내가 나가니까 마르그리트는 뭐라고 말했어?”

 

“웃으면서 너같이 희한한 남자는 본 적이 없다고 말했어. 하지만

실수했다고 자책할 필요는 없어. 다만 그런 여자들이 하는 말을

예의 차리면서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말라고. 품위라든가 예절이라는

걸 모르니까 말이야. 아무리 향수를 뿌려줘도 그 향이 싫어서 일부러

진흙탕에 뒹굴러가는 개와 똑같다니까.”

 

“이제 나와는 상관없어.”나는 아무렇지 않은 듯이 말하려 애썼습니다.

 

“두 번 다시 그 여자와 만나지 않겠어. 예전에는 분명 호감을 갖고

있었지만, 소개 받고 나니 마음이 달라졌어.”

 

“말도 안 돼! 언젠가 그녀의 특별석에서 널 보게 되거나, 그녀 때문에

빈털터리가 되었다는 소식을 들어도 난 놀라지 않을 거야. 물론 네

말이 맞기는 맞아. 막돼먹은 여자거든. 하지만 애인 삼기에는 딱 좋아.”

 

다행히 막이 올라 그도 입을 다물었습니다. 그날 극장에서 무슨 연극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말씀드리려야 드릴 수가 없네요. 내게 남아 있는

기억이라고는 그렇게 박차고 나와버린 특별석을 흘끔흘끔 보니 그때마다

다른 남자들이 연신 드나들고 있었다는 것뿐이니까요.

 

그렇다고는 해도 마르그리트에 대한 생각을 멈출 수는 없었습니다.

오히려 또 다른 감정에 사로잡히게 되었죠.

그런 모욕을 받고 비웃음거리로 전락한 내 모습을 그녀의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고 말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마음속으로

다짐했습니다. 모든 재산을 들이붓는 한이 있어도 그 여자를 내 것으로

만들어, 도망치듯 뛰쳐나왔던 그곳에 대한 정당한 권리를 손에

넣겠다고요.

 

평생 그녀를 지켜내지 못한 뒤마 피스.

그는 그녀가 잠든 몽마르트르 묘지에서 5분쯤 떨어진 제21구역에

매우 훌륭한 조각상으로 장식된 무덤에 묻혀 있다고 한다.

러시아 귀족 출신으로 두 아이를 남기고 겨우 반년 전에 죽은

아내가 아니라, 반세기 전에 죽은 옛 애인인 고급 창녀 곁에서

영원히 잠들기를 바랐던 것인데, 이는 마리 뒤플레시스와 서로

사랑했던 짧고도 괴로운 추억이 뒤마 피스의 인생에 얼마나 깊은

흔적을 남겼는지 알 만하다.

 

라고 해설 부분에 나와 있는데, 아니 잠시 만난 고급 창녀의

무덤 근처에 묻을 수밖에 없던 자식들의 마음을 어땠을까?

 

몽마르트르 묘지는 작가 스탕달과 비니, 배우 루이 주베, 무용수

니진스키, 음악가 오펜바흐, 화가 귀스타프 모로, 영화 감독

프랑수아 트뤼포 등 수많은 저명인사들이 잠들어 있는 파리의

명소라고 한다. 그중 묘지 정문을 지나 왼쪽에 보이는 제15구역에

위치한 ‘춘희’의 무덤엔 조그만 그녀의 초상이 있는데 묘석

주위에는 언제나 관광객들이 바치는 싱싱한 꽃다발과 카드가 있단다.

 

237쪽부터 시작되는 [마농레스코]에 대한 구체적인 리뷰는 작성하지

않겠다. 이 작품에 대한 기대를 너무 했던 걸까?

지루하고 남는 것이 조금도 없는 이 [마농레스코].

만일 이것을 먼저 읽고 [춘희]를 읽었다면 조금 달라졌을까?

 

[춘희]와 구성이 비슷한데 아마도 당대의 소설 쓰기 형식이

그랬지 않았나 싶다. 고급스러운 [춘희]와 달리 글을 따라가기 어려운

[마농레스코]의 글은 도덕에 대한 논문이라는 프레보의 머리글로

시작한다. [마농레스코]를 손에서 놓지 않았던 것은 고티에 양의

‘도덕적 고뇌’를 위해 반드시 필요했던 것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논문은 그냥 참고 자료로만 만족하면 되는 것처럼 그녀가 지니고 다닌

[마농레스코]는 그저 그녀와 닮았지만 조금 더 사기스런 기질이 있는

화류계 여인의 이야기로구나 하면 될 듯하다.

​

 

[춘희] 오탈자

 

47쪽 밑에서 7줄 : 서두르면서 까지 -> 서두르면서까지

 

64쪽 7줄 : 정도로 밖에 -> 정도로밖에

 

228쪽 5줄 : 깨끗하지 -> 깨끗하게

​

 

[마농레스코] 오탈자

 

268쪽 3줄 : 승리에도 취한 -> 승리에 도취한

 

287쪽 밑에서 11줄 : 이래 뵈도 -> 이래봬도

 

355쪽 밑에서 5줄 : 따를 밖에 -> 따를밖에

 

386쪽 밑에서 2줄 : 초죽음 -> 초주검

 

387쪽 11줄 : 현간 -> 현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