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독재자>

★★★☆

어쩌면 <빅피쉬>가 될수도 있었던 영화..

설경구 박해일 주연의 영화 <나의 독재자>를 감상하였습니다. 개봉한지 꽤 되었지만, 워낙에 소재가 특이하고 재밌어 보여서 감상하였습니다. 연출을 맡은 '이해준감독'은 <김씨 표류기>, <천하장사 마돈나>와 같이 사회성 짙은 굵직굵직한 작품을 만들어온 감독이죠. 이번 영화인 <나의독재자>도 이야기 자체가 사회성을 띄지는 않지만, 소재자체가 이 사회성에서 자유롭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주연은 고사고 번번한 역할 조차 맡지 못해 포스터나 붙이러 나니는 연극배우 성근. 그런 그에게 정말 우연찮게 연극의 주연을 맡는 기회가 찾아오지만, 어린 아들 태식이 보는 앞에서 보기좋게 망신만 당합니다. 또다시 기회가 오지 않을거라 절망하던차, 남북정상회담 리허설을 위해 김일성 역이 되달라는 제안을 받게되고 성근은 혼신의 힘을 다해 준비합니다. 

그러나 자신도 모르는 새 김일성으로 완벽히 빠져들때즈음, 아쉽게도 정상회담이 무산되고. 연극리허설도 없던일이 되어버리죠. 하지만 정상회담이 무산되었음에도 성근은 김일성으로부터 빠져나오지 못한채. 자신이 김일성이라고 믿어버린채 여생을 보내게 되죠.

설경구의 완벽한 메소드 연기!

영화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인물은 단연 설경구님이 연기한 성근입니다. <나의 독재자>에서 배우 설경구는 성근과 성근이 연기한 김일성까지 사실상 1인 2역을 소화해내죠. 어렵게 주연을 맡아 무대에서지만 연습한 기량을 제대로 보여주지도 못하는 초짜 풋내기 연기와 서서히 김일성이 되는 각기 다른 시점 다른 성격을 묘사해내는 세밀함은 단연 압권입니다.

이런 설경구의 스크린 장악력은 대단했습니다. 김일성의 목소리, 제스쳐, 표정하나까지 묘사해내는 설경구의 표현력과 어느것하나 놓치지 않고 잡아내는 연출력은 환상적인 콜라보를 연출합니다. 아들을 위해 그리고 자신을 위해 20년동안 준비한 그 연기를 분출해내는 장면은 이러한 설경구의 메소드연기의 정점이었죠.

흥미로운 소재의 또다른 이면, 어쩌면 <빅피쉬>가 될수도 있었다.

개인의 차이겠지만, 저는 영화의 완성도를 떠나서 <빅피쉬>가 가장많이 생각이 났습니다. 또 그만큼 아쉽기도 했습니다. 이 영화와 <빅피쉬>의 공톰점이라 하면 아들을 대상으로한 아버지의 떳떳하고 싶은 마음과 사랑이 비상식 적인 행동으로 이어지게 되고, 그 행동을 아들이 이해하게 되면서 영화의 교훈이 도출된다는 점입니다.

반면 가장 큰 차이점은 <빅피쉬>와 달리 <나의 독재자>는 그 비상식적인 행동 자체에 관객은 사회성짙은 교훈을 요구할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겪고 있는 분단의 현실과 김일성이라는 소재가 가지고 있는 거부감은 어쩌면 영화가 지향하는 궁극적인 주제인 '아버지의 비상식 적인 사랑과 그것을 이해해가는 아들'을 전달해내는데 커다란 장애물이 될수도 있다는 겁니다.

조명받지못한 아들, 도퇴되가는 주제의식.

영화내적으로도 아쉬움은 있습니다. 아버지에 너무 초점이 맞춰진 나머지, 아들이 아버지를 이해하는 과정은 제대로 그려내지 못해 영화가 내린 결론에 제대로된 몰입을 방해했습니다. 너무나 뚜렷하게 자신의 존재를 부각시키는 설경구와 달리 박해일의 캐릭터는 잘 조명받지 못한탓이었죠. 어쩌면 성근의 알수없는 행동의 원동력임에도 사건에서 한발떨어져 계속 겉도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었습니다. 제 아무리 박해일이라 한들 연출력의 제대로 된 지원사격을 받지못하고서야, 그 존재감을 나타내기란 쉽지않았습니다. 더구나 상대가 설경구라면 더더욱 그렇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