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문학계에서 알려진 류전윈의 장편소설 <만 마디를 대신하는 말 한 마디>를 읽고...
"말 한 마디로 천냥빛을 갚는다."
라는 속담이 있다. 이처럼 옛부터 말 한 마디 한 마디에는 형용할 수 없는 큰 힘이 담겨있다고 믿었다. 실제로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말을 할 때 얼마나 조심해야 하는지 실감하게 되는것 같다. 중국 최고의 사실주의 작가라서 불리우는 \'류전윈\'의 신작. 얼마전에 출간 되었던, <말 한 마디 때문에> 의 속편인가? 그 작품은 아직 읽어보지 않아서 정확히는 모르겠다. 하지만 부제로 쓰여진것이 \'옌진을 떠나는 이야기\' 에서 이번에는 \'옌진으로 돌아오는 이야기\'라고 되어 있어서 뭔가 연관은 있어보인다. 아무래도 이어지는 내용같아서 정보를 찾아보니 역시나 2부작이 맞다. 하지만, 이번 <만 마디를 대신하는 말 한 마디>는 2부이자 스핀오프격의 내용이라서 단독으로 읽어도 큰 무리는 없을 것 같다.
소설은 정작 하고 싶은 말 한마디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현대인의 고독과 소외감을 표현하고 있다.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면서 살아가는게 얼마나 힘든 일일까? 주변 눈치를 보지않고 생각하는 대로 다 말하는게 솔직하고 좋아보이겠지만 실제 사회생활에선 눈치없는 사람으로 보일 뿐이다. 게다가 그렇게 쏟아낸 말들이 언젠가는 독이되어 다시 되돌아 오는 경우가 다반사다.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에겐 확실한 계층이 나뉘어져 있는 듯 하다. 중국 공산당의 이념에 반하는 사람들, 그 안에서 정치적 경제적 권력을 쥐려는 사람들... 다양한 암투가 그려지는 세상이 있다면, 이 소설의 주인공들은 그저 변방의 농촌 사람들... 이념이라는 것에는 무관심한 아주 평범한 보통 사람들이다.
“너를 만나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알고서야 이렇게 많은 얘기들이 생각난 것과 마찬가지지.”
마지막 시외버스가 떠나려고 하자 차오칭어는 그제야 차에 올랐다. 차에 올라 차창 밖을 내다보니 텅 빈 정거장에 엄마 혼지만 남아 지팡이를 짚은 채 입을 벌리고 있었다. 차오칭어의 눈에서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렸다.
라오차오의 아내는 죽기 한 달 전에 다리에 부종이 생겨 침대에서 내려오지 못했다. 차오칭어는 엄마를 모시면서 한 달을 머물렀다. 라오차오의 아내는 침대에 누워 있고 차오칭어는 침대 곁에 앉은 채 두 사람이 한 달 동안 나눈 이야기는 보통 사람들이 평생 나누는 이야기와 맞먹었다. 라오차오의 아내가 죽기 하루 전에도 두 사람은 여전히 얘기를 나누었다. 얘기를 나누다가 라오차오의 아내가 혼수상태에 빠지자 차오칭어가 소리를 질렀다.
“엄마, 돌아와요. 전 아직 엄마한테 할 얘기가 많단 말이에요.”
-p.226~227
중국의 근현대사를 자연스럽게 다루면서도 그 안에 철학적인 메시지도 담고 있다. 말 한마디 때문에 옌진을 떠나고, 또 다시 말 한 마디로 옌진으로 돌아오는 이야기. 류전윈의 섬세한 필력과 그가 전하는 문학의 정의를 생각하게 만드는 좋은 작품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