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한 유혹>
이래 가지고 누굴 꼬시겠다고..
★★★
전세계 베스트셀러인 <지푸라기 여자>를 원작으로 한 6월 4일 개봉작 <은밀한 유혹>을 감상하였습니다. 윤재구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배우 임수정, 유연석이 주연을 맡은 작품이죠. 간만에 모습을 드러낸 여배우 임수정과 요즘 대세인 유연석이 만난 멜로라는 점에서 많은 기대를 모은 작품이지만, 그 성적은 박스오피스 TOP10에 간신히 걸친 정도고 평단에서도 혹평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
은밀한제안, 그러나 은밀한 감정은 없다
먼저 깔고 가야할건, 이 영화를 감상함에 있어 적어도 지루함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 영화를 그나마 긍정적으로 볼수있는 이유로는 이점이 유일합니다.
마카오를 배경으로 한 영화 <은밀한 유혹>은 친구의 사기로 인해 빚더미에 앉아 하루하루 돈에 시달리며 살아가는 '지연'에게 젠틀하고 매력적인 남자 '성열'이 은밀한 제안을 하면서 시작됩니다. 천문적인 재산을 소유한 마카오 카지노 그룹 회장의 아들이지만 서자인 탓에 제대로된 후계자대우를 받을수 없는 성열. 그가 한 제안이란, 회장의 환심을사 재산을 상속받고 그 재산을 절반으로 나누자는 것입니다.
이러한 영화는 특수한 목적으로 인해 만난 두 남녀가, 서서히 커져가는 감정으로 인해 그 목적이 허물어져 버리고 감정이 남게되는 그러한 감정선이 돋보여야 합니다. 그러나 <은밀한 유혹>은 지연과 성열의 감정의 깊이에 그리 많은 공을 들이지는 않습니다. 무난하고 순조롭게 진행되고, 이야기의 비중자체도 궁극적인 목적이 되는 회장 석구와의 이야기가 주가 된 탓에 되려 뒷전처럼 밀린 느낌도 듭니다.
|
연극이냐 아니면 영화냐
또한 <은밀한 유혹>의 배우들은 너무 하이톤이거나 너무 낮게 깐 목소리 그리고 좀더 과장된 연기들을 선보입니다. 처음엔 배우들의 연기 문제인줄 알았으나 영화를 계속 감상해보니 이러한 점이 영화 <은밀한 유혹> 지향점 같더군요. 연출을 맡은 윤재구 감독은 영화에 어느정도 '연극적인 색채'를 적용하려 시도한 것 같습니다. 간간히 보이는 대사도 직설적이고 실생활에 쓰인다기 보다는 자신의 옛경험을 주고 받거나 우회적으로 표현됩니다.
그러나 감독의 포부는 포부이고, 영화는 내내 어색하기만 합니다. 인물들의 대사와 연기로 연극적인 분위기를 띄나, 극의 공간감을 부여한다거나 쇼트의 길이를 길게 가져가는등의 작업이 원할하지 못하면서 영화적인 느낌과 그대로 충돌해버리네요.
좋아하는 이성에게 매력을 어필하는 것 만큼 중요한 것은, 그 대상이 어떤 상대에게 매력을 느끼냐는 겁니다. 사람마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많은 관객이 영화 <은밀한 유혹>에 기대하는 포인트란 어떤 특수한 목적을 가지고 만난 두 인물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목적은 허물어지고 이둘의 감정선이 부각되는 것이겠죠.
|
스릴러로 마무리
극의 후반은 완전히 다른 분위기로 전개됩니다. 전혀 예상치 못한 탓에 당황스럽기도 한데. 순조롭기만 했던 이들의 계획이 어떠한 계기를 통해 완전히 흐틀어지면서 영화는 멜로라기보다 범죄 스릴러물의 가까운 분위기를 띄게됩니다. 장소도 배에서 회장의 저택으로 옮겨지고, 목적이 눈앞에 다가왔음에도 눈앞에 거대한 벽이 서있는 것 같은 조바심에 영화는 아주 잠깐 흥미롭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결말을 맞이하면서 이 영화가 준 반전에는 설득력이라는 것이 완전히 실종된듯 보입니다. 극초반의 전개양상이나 캐릭터의 외형묘사로서 관객에게 심어진 이미지를 한순간에 바꿈으로서 상황을 역전시켜버리는데, 그 전환과정에서 전혀 매끄럽지 못합니다. 이러한 것은 그냥 넘어간다 치더라도, 가장 아쉬운 것은 역시나 기대했던 부분을 완전히 벗어난 전개라는 점이겠죠. 결국 기대했던 두배우의 감정선이란 온전히 전해지지 않은채 엔딩크렛이 올라가 버리네요. 제게 있어 이들의 유혹은 전혀 은밀하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