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까지 보관을 해주는 보관가게. 그런 곳이 있다면 아마도.. 나도 자주 방문했을 것 같다. 버리자니 안될 것 같고, 가지고 있자니 애매한 물건들이 한번씩 잊지 않은가. 그런 물건에 담긴 추억까지 고스란히 보관을 해주는 보관가게. 도오루의 보관가게가 그러했다. 물건을 맡기러 오는 사람들의 마음까지 헤어려주는 성실하고 따뜻한 성품으로 매일 같은 자리에서 손님들을 맞이한다. 에필로그까지 총 6가지의 이야기들은 독특하게도 도오루의 주변에 있는 물건과 고양이의 시점으로 전개된다. 인간의 시점으로 전개되는 이야기가 아님에도 따뜻하고 감성적인 내용이 충분하게 전달되어 온다. 내가 인간이 아닌 다른 무언가가 되어 인간을 관찰하는 듯한 느낌도 들고 꽤 신선하다. 덥고 짜증가득한 날에 미소를 띄우게 만드는 이런 사랑스러운 이야기.. 참 좋다.
주인공 도오루는 할아버지 대부터 이어온 전통과자가게를 물려받았다. 하지만 도오루는 어릴 적 사고로 눈이 보이지 않았고, 어머니와 아버지가 그 즈음 차례로 집을 나가버린 탓에 더는 과자가게를 운영할 수 없었다. 어느날 갑작스럽게 가게 안으로 들어온, 왠지 험악할 것 같은 남자가 대뜸 한 물건을 맡긴 이후 도오루는 가게를 보관가게로 바꿔 운영을 시작했다. 가게에 오는 사람들마다 다양한 사연들을 지니고 그를 찾아왔고, 도오루는 이유를 묻지 않고 원하는 기간만큼 어떠한 물건이라도 맡겨주었다. 하루 100엔씩만 받고! 어땔 때에는 손님들의 이야기를 차분하게 들어주며 사람들의 마음까지 풀어주었다. 단단하게 닫혀있던 마음이 풀린 손님들은 조금 더 차분하게 자신이 왜 물건을 맡기려 했는지 상황을 다시 되돌아보고 생각해본다. 그리고 각자 해결책을 찾아갔다.
그런 보관가게였기에.. 고양이까지 자신의 아이를 맡기러 왔던 것 같다. 어느날 갑자기 나타나 작은 새끼 고양이를 내려놓고 가버린 엄마 고양이. 도오루는 차갑게 식어가는 어린 생명체를 조용히 품었고, 되살아난 고양이는 '사장님'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보관가게에서 지내게 되었다. 다른 사연들보다도 이 사연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고양이의 마음까지 헤아릴 줄 아는 성품의 도오루..!! 마지막 에피소드는 너무너무 안타까웠다. 처음으로 관심이 가는 여인이 나타났는데, 결혼을 앞둔 여인이었다는게 말이다. 몇년 후 보관가게를 다시 찾은 그녀의 모습으로 이야기가 끝이나는데.. 그냥 내 멋대로 결론을 내버려도 되겠지?ㅋㅋ 뒷 이야기의 상상은 독자의 몫이니까! 그때의 교통사고로 결혼식을 제때 올리지 못했고, 결국 그 남자와 헤어진 채 다시 보관가게를 찾아온 걸로 해야겠다. 그리고 도오루는 그제서야 용기를 내어 데이트를 신청하고, 그 인연으로 두 사람이 연인이 되는 걸로!!!ㅋㅋ 예쁜 이야기들이라 한번 읽기 시작하니 금새 후루룩 읽어버린다. 물건에 새긴 소중함.. 세월이 흘렀다고 해서 잊혀질만한 기억이 아님에도 어느덧 잊히고 만다. 그걸 깨우쳐주는 듯한 이야기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