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세에 영어 선생님이 권해준 책 '오만과 편견'을 읽은 후 엘리자베스 베넷이 되기를 꿈꿔온 작가 멜리자 젠슨의 '제인 오스틴이 블로그를 한다면'은 이름이 같은 현 시대의 16세 소녀와 19세기 시대의 18세 소녀의 풋풋한 사랑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두 소녀의 각자 좋아하는 남자를 향한 두금거림과 그 남자에게 사랑받고 싶다는 열망이 너무 예쁘게 표현이 되어서 나도 다시 한번 그 나이대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돌아간다면.. 니콜라스를 한번 만나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처음엔 나쁜남자 스타일에 그렇게 무뚝뚝한 남자도 없을거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 남자, 뒤로 갈수록 은근 귀엽다!!! 자기 마음은 표현도 안하고 툭툭 내뱉으며 밉살스럽게 굴면서도, 그녀의 주변을 멤돌면서 자꾸 그녀를 보살핀다. 그러더니 아주 기가막힌 타이밍에 여자의 마음을 훔칠줄 아는 이 남자!!! 완전 남자다우면서 사랑스럽다!!! 평소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남자가 아닌데도 왜 이리 끌려?! 니콜라스, 이 남자.. 볼매였던건가!!ㅋㅋ 아.. 옆길로 샜다. 아무튼;; 얼마전 읽은 고전 로맨스 소설 때문에 더더욱 고전과 마음의 거리가 멀어졌던 내게, 고전 로맨스의 매력은 이런거였다는 걸 보여준 소설이었다.
현실의 소녀 캐서린(=캣)은 영국 박물관에서 200년 전의 여인 메리 퍼시빌에 대해 조사를 하게된 엄마를 따라 방학에 영국으로 함께 건너오게 된다. 미국에 남아 친구들과 함께 방학을 보내려고 했던 캣에게는 날벼락 같은 일이었다. 어쩔 수 없이 엄마를 따라가야했던 캣이 친구들과의 소통을 위해 선택한 것은 블로그였다. 함께 놀 친구들도 없고 지루하기만한 영국의 생활. 그런 캣에게 엄마는 메리 퍼시빌의 딸 캐서린이 쓴 일기장의 복사본을 읽어보라며 건넨다. 자신과 같은 이름, 너무 바쁜 아빠와 숨 막히게 하는 엄마, 그리고 비슷한 연령대의 소녀라는 공통점을 발견한 캣은 투덜거리면서도 조금씩 캐서린의 일기를 읽어나간다. 이때부터 캣의 블로그 글과 캐서린의 일기를 번갈아가며 보여주며 두 소녀의 일상과 사랑 이야기를 함께 보여준다. 시대적 변화가 반영되었을 테지만, 너무 발랄하다 못해 약간의 산만함을 보이는 캣의 일기보다 한번씩 당찬면을 보여주지만 그 시대의 숙녀다운 모습을 지녔던 캐서린의 일기가 훨씬 더 재미있었다. 본래도 역사 로맨스물을 현대물보다 더 좋아하긴 했지만, 캐서린의 일기엔 뭔가 더 애틋하고 두근두근 하게 만드는게 있었다.
몇장 읽지 못하고 지루해하던 캣은 엄마와 함께 국립 초상화 미술관에 가서 편지 속에 있던 인물들의 초상화들을 구경하고, 퍼시벌의 후손을 만나기로 한 엄마를 따라 간다. 그리고 그 날, 캣은 182cm의 키에 짙은 파란색 눈을 지닌 후손 윌리엄 퍼시벌에게 한눈에 반하게 된다. 19세기의 캐서린도 짝을 만나기 위한 사교장에서 미남에 매력적이고 신사적인 시인 토마스 베이커를 향한 사랑을 키워가는 중이었다. 자신의 사랑을 만난 두 소녀는 자신의 남자가 자신을 돌아봐주기를 바라며 그 남자에게 다시 만나기를 오매불망 기다린다. 캣은 잠깐의 만남 이후, 다시 만날 수 없을 것 같았던 윌리엄과 뜻하지 않게 만남을 이어가게 되었고, 캐서린은 베이커를 만나기 위해 더 열심히 사교장을 다닌다. 그 시절의 룰에 따라 엄마나 친오빠 찰스, 혹은 오빠의 절친 니콜라스와 함께여야 했지만. 점점 더 흥미진진해 지는 두 소녀의 로맨스!! 두 소녀는 원하는 사랑을 쟁취할 수 있을까?
캣의 이야기보다는 그 시절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캐서린의 이야기가 훨씬 흥미진진하다. 그 시절의 남성들의 모습도 그렇고. 돈과 명예를 굉장히 중시 하면서도 로맨틱한 면을 가진 신사적인 남자들의 모습은 참 매력적이다. 현실의 윌리엄도 나쁘진 않지만, 난 왜 이리 니콜라스가 돋보이지? 10대 시절의 풋풋한 두근거림을 떠올리게 해준 두 소녀의 사랑 이야기로 즐거웠던 시간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