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표지와 함께 어쩐지 마음을 다독여주는 듯한 제목으로 눈길을 사로잡았던 책이다. 그리고.. 여자들을 위한 책이라는 점에서 호기심이 생겼다. 어떤 이야기가 담겨있을까? 책에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담겨있었다. 말 그대롤 정말 여자들만의 이야기들이. 결혼을 한 여자로서, 아이엄마로서, 미혼이기에, 주부이기에 털어놓을 수 있는 이들의 이야기들은 여자라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었다. 이제와서야 가만히 보니 제목이 지금의 나를 향하는 말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보면 나도 얼마전까지 인생의 한 축이 될만한 기로에 서 있었으니 말이다. 결정을 하고나서도 내내 '내가 정말 잘하는 걸까?'라는 생각에 몸도 마음도 얼마나 힘들었는지 모른다. 그래서 앞으로 무엇을 할 건지를 묻는 질문들이 싫었는지도 모르겠다. 내 스스로도 잘하는 일이라는 확신이 덜하고, 원래 그려왔던 미래의 계획을 수정해야 했던 내게 쏟아지던 질문은 한결 같았다. 답변이라고는 궁색하다 싶을만큼 '일단 그냥 쉬려고요.'라는 단 한마디 뿐이었다. 그로부터 10여일이 지난 지금, 사람들의 시선과 질문에서 벗어난 지금은 되려 정말 잘한 일이라는 확신이 들만큼 마음이 가벼워졌다. 어줍잖은 사람들의 관심과 별다른 생각없이 내던지는 질문이 내게 큰 스트레스로 작용했던가보다. 만일 한참 힘들었던 시기에 내가 티아 할머니의 브릿지 타임에 참석을 했더라면 어땠을까..!!! 서로의 이야기와 고민, 생각, 요리를 나누고 듣는 그 자리가 내게도 참 편안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는 주인공 서울이 지금은 파혼을 한 상태지만, 결혼을 앞두고 웨딩드레스를 보려는 친구를 따라 방문했던 샵에서 친구에게 온 티아 할머니의 초대장으로 우연히 브릿지 타임에 참석을 하면서 시작된다. 처음 참석하는 그녀들이 어색하지 않도록 이야기를 건네며 서울이에게 각 모임의 사진을 부탁하는 티아 할머니의 부탁은 따뜻하면서도 격식 있었고, 사람을 편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렇게 서울은 매 모임마다 혹은 모임이 아닌 날에도 사람들을 만나고 어울리며 이야기를 듣는다.
"질문이 없어야 평온할지도 몰라. 지금 신부들을 좀 봐. 아직은 질문보다는 확신에 가깝지. 사랑에 대한 확신으로 반짝이잖아. 사랑받다는다는 확신이 사람을 이렇게 반짝반짝하게 만들잖아. 그래서 모든 신부는 예쁜거야."
"그렇지만 신혼여행에서 돌아오는 순간, 그 반짝임은 절반으로 줄어든다는 사실. 왜냐, 삶에 대한 질문이 막 생기거든. 어떤 여자들은 질문 때문에 반짝임을 잃게 되기도 해." - P. 51
"우리는 다 외로워요. 여기 있는 사람들 모두 다. 자신이 소모적으로 변한다는 생각 때문인 것 같아요. 그러면서 다시 나를 찾고 싶다고 말하지. 뭔가 생산적인 일과 창조적인 일을 하고 싶다고. 그건 우리 호르몬이 살아 있기 때문이야. 그럴 땐 도움을 받아야지. 서로 에너지를 주고받는 거예요. 생각을 주고받고 좋은 아이디어를 모으다 보면 길이 생기기도 하거든. 우리도 늘 유용한 이야기만 하는 건 아니야. 그래도 봐, 나이와 상황에 상관없이 재미있잖아. 재미없는 모임은 오래갈 수 없어." - P. 115
"가끔 꿈속에서 나는 미혼의 어느 밤으로 돌아가 있어요. 나는 내 가족을 사랑하는데, 아이의 살 냄새를 미치게 사랑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딱 어느 하루만 누구의 아내, 누구의 엄마가 아닌 나 자신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잠깐씩 하는 외출은 나에게 그런 자유를 주지는 않아요. 나를 기다리는 엄마라는 이름이 내 순간 나를 잡아끌거든요. 아이는 내 존재의 확장이라고 늘 생각하죠. 하지만 내 존재가 누군가를 위한 껍질이 된다는 걸 받아들여야만 얻을 수 있는 훈장이죠." - P. 237
"평범하다는 것은 쉬운 게 아니에요. 평범함을 유지하게 위해서는 온갖 허드렛일이 필요하답니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예요. 제 몫은 해내야 하잖아요. 그건 너무 서글픈 표현일 수도 있어요. 예전에는 그 표현이 그렇게 싫었어요. 기계의 부속품처럼 똑같은 직장인이 되기 싫다고 소리쳤죠. 그런데 요즘은 또 달라요. 제 몫을 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아간다고 할까. 뭔가 대단한 창조를 하는 사람도 찬사를 받아야 하지만, 제자리를 지키고 누군가 꼭 해야 할 일을 해내는 사람도 존중받아야 한다는 거죠." - P. 286
나는 가능하다면 살아가는 방식을 배우고 싶었다. 우리에게는 그런 기술이 필요하다. 생활의 기술, 삶의 아트, 일상의 디테일, 무엇이라 불러도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그 속에 담긴 철학이고 정신이고 레서피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이 시기를 거쳐 또 다른 시기로 건너가고 있다는 것을 안다. 어쩌면 오늘보다 더 눈부신 젊음은 없을 것이다. 오늘보다 더 가슴 뛰는 사랑도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오늘보다 내일이, 인생이라 부를 수 있는 나의 다음 단계가 가짜가 아니기를 바라본다. 이렇게 햇살 좋은 오후에 티아 할머니는 여전히 여자들을 기다린다. 그저 가만히 않아 있는 나에게는 오지 않을 생의 비밀. 오랜만에 거울을 보고, 잘 다려진 옷을 입고, 신경 써서 고른 구두를 신는다. 오늘, 나는 초대받은 사람이다. - P. 315
나도 그 자리에 있는 것처럼.. 편안하게 읽은 책이다. 여자로서 공감을 하지 않을 수 없었던 이야기들이 많아서 더 잘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지금 나의 이 결정, <잘하고 있어, 지금도!>라며 나를 다독인다. 토닥토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