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새로운 타우누스 시리즈의 출간을 앞두고 77인의 사전 서평단을 뽑는 이벤트가 있었다. 타우누스 시리즈의 열렬한 팬으로서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소식! 당연히 소식을 듣자마자 달려가서 응모를 했고, 당당하게 77인에 속하게 되었다. 어찌나 기쁘던지!! 누구보다 먼저 만나볼 수 있었던 넬레 노이하우스의 타우누스 시리즈. 기다린 보람이 있었던 작품이다. 역시.. 라는 감탄이 절로 나오게 만드는 탄탄한 스토리와 짜임새는 진짜 대박이다. 중반이 넘어서까지도 범인의 정체에 대해 긴가민가 하게 만드는 치밀함과 후반까지 가야지만, '아 이래서 이런 사건이 벌어졌구나' 하는 전체그림이 팍 하고 그려진다. 피아와 보덴슈타인 반장이 범인을 잡기 위해 발바닥에 불이나도록 긴박하게 이어지는 현장을 나도 함께 뛰는 듯한 기분으로 책을 읽어나갔다. 사건에만 집중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두 사람의 개인사도 사건 중간중간 녹아있다보니 더 두 캐릭터에 몰입하게 되는 것 같다. 다음 시리즈가 벌써 기다려지는데.. 언제쯤 나올까? Orz..
이른 아침, 개를 데리고 산책을 하던 한 노부인이 머리에 총을 맞고 사망한 사건이 일어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아무도 모르게 둘만의 결혼식을 치르고 신혼여행겸 3주간 휴가를 떠날 예정이었던 피아는 잇따른 직원들의 병가와 휴가로 인력부족에 잠깐만 도와달라는 보덴슈타인 반장의 제안을 거절하지 않고 받아들인다. 막상 현장을 보고나니 사건이 계속해서 머릿 속을 떠나지 않았고, 그런 피아의 고민을 읽어낸 크리스토프는 신혼여행은 다음으로 미루어도 된다고 얘기해준다. 다음날, 조금만 더 도와주고 떠나겠다고 생각을 했지만, 곧이어 두 번째 사건이 벌어진다. 역시 첫번째 노부인과 같이 주변 평판이 좋은 착한 노부인이었다. 대체 두 사건은 무슨 연관성이 있는 것일까? 결국 자신의 휴가를 반납하고 사건에 뛰어든 피아와 그런 피아에게 고마움을 느끼며 사건에 집중하던 보덴슈타인 반장은 범인으로부터 날라온 것으로 보이는 부고장을 보고도 이번 사건은 감을 잡기 힘들다. 시간은 흘러가고 사건 진행에는 도무지 진전은 없고. 떠들썩한 매스컴에 경찰의 수사에 관심이 쏠린 상황이라 압박감은 더하다. 하지만 촉각을 곤두세우는 경찰을 비웃듯 연이어 세번째 네번째 피해자가 나타난다. 온갖 압박 속에서도 보덴슈타인과 피아는 죽은 이들의 연관관계와 주변인물 탐색을 통해 조금씩 진실에 접근해 가고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물꼬를 트듯 사건에 크게 다가섰고, 용의자와 다음 피해자를 예측할 수 있게 된다. 범인은 왜 이런 일들을 벌이는 걸까!!! 또 하나의 추악한 진실이 세상에 드러나게 된다.
장기기증과 장기이식을 통해 벌어지는 음모는 현실에서도 충분히 벌어질 법한 일이라는 생각에 소름이 끼쳤다. 뇌사자 판정의 기준은 정말 어디까지일까. 그 판정이 진실일까? 모두가 한패가 되어 서류를 조작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적절한 치료를 받았더라면 살 수 있을지도 모를 환자를 뇌사자로 만들고, 가족을 속여 장기를 기증하게 만든 놈들에게 똑같은 고통을 안겨주기 위한 복수를 하기 위해 그들의 가족을 차례대로 죽이던 범인.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고,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사건이란 이런 사건을 말하는 것 같다. 정말 씁쓸하다. 물론 범인의 입장에서 돈과 권력에 의해 자신의 억울함이 세상에 알려지지 않고 조용히 묻히는 것은 충분히 억울하고 분통터지는 일이다. 거대한 권력과 맞서기엔 개인의 힘은 미약하니 더욱 그러했을 터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살인으로 그 억울함을 정당화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사건은 깔끔하게 정리되긴 했지만, 이 씁쓸함은 책을 덮고도 오래도록 마음 한구석에서 맴돌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