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깃하고도 치명적인 제안, 그렇지만 관객에겐 치명적이지 않은 <은밀한 유혹>
유명한 추리소설 [지푸라기 여자]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길래 기대가 되었던 임수정, 유연석 주연의 영화 <은밀한 유혹>. 하지만 아쉽게도 이 영화는 어떤 기대를 하더라도 아쉬움에 그칠만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각색을 너무 기대한 탓인지, 생각보다 허술한 계획과 있는 듯 없는 듯 많이 등장하는 주변 캐릭터들은 쉽게 예측할 수 있기도 했고, 어울리지 않는 느낌의 연기도 있었습니다. 대사가 유치해서 그런 것인지, 캐릭터가 맞지 않아서 그런 것인지. 전체적으로 아쉬움의 연속인 영화였습니다. 몰입할 수가 없는 느낌의 영화였다고 해야 할까요.
영화 <은밀한 유혹>의 전체적인 줄거리
마카오의 한 맥줏집에서 서빙을 하며 지내는 지연(임수정)은 믿었던 친구에게 배신당하고 사채업자들에게 쫓기는 신세입니다. 어느 날, 성열(유연석)이 나타나 지연의 인생을 바꿀 거대한 제안을 합니다. 성열은 회장(이경영)의 아들이자 유능한 비서이기도 합니다. 그는 지연에게 회장의 마음을 사로잡아 결혼한 뒤, 재산을 상속받으라는 제안을 합니다. 성공하게끔 도와주는 대신, 그 절반을 성열과 나누는 것을 조건으로 말이죠. 달콤하기도 하고 위험하기도 한 제안이지만, 성열에게 끌림을 느낀 지연은 제안을 수락하고, 회장의 호화 요트에 오르게 됩니다.
원작 추리소설 [지푸라기 여자]가 분명 엄청나다던데.
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기대하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원작 추리소설 '지푸라기 여자'였습니다. 생각보다 짜임새 있고 긴장감 있게 풀어나간 소설이라고 하고, 그 소설을 원작으로 두고 있다는 이야기에 호기심이 갔습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영화는 각색 자체가 참 할 말이 없을 정도로 어색하고 유치하게 느껴졌습니다. 영화의 원작이긴 하지만, 사실 기본적인 모티브만 가져오고 주제나 캐릭터는 전부 다르게 만들어졌다고 하더군요. 영화는 영화로 보이는 것들에 중점을 두어 원작에서 없던 주변 인간관계까지 만들었고, 그렇게 여러 복선을 깔려고 했지만, 결과는 관객들의 평처럼 실패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전체적으로 어울리지 않는 어색한 대사, 그리고 영화와 어울리지 않는 캐릭터들.
그놈의 신데렐라 소리. 영화의 전체적인 이야기가 달콤한 제안, 그리고 신데렐라를 꿈꾸는 여자. 신데렐라가 되어가는 과정을 말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영화에 그렇게 과도한 주입을 해야 했을까요? 누군가가 말하지 않아도 지연은 신데렐라의 과정을 밟아가고 있었고, 작전을 이야기하면서 신데렐라 소리 한 번 안 한다고 작전이 흐트러지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보란 듯이 대사로 신데렐라 타령을 합니다. 배우들, 캐릭터들과 어울렸다면 그것대로 영화의 묘미였겠지만, 아쉽게도 영화 속 캐릭터들에게도 어색한 대사들로 느껴졌습니다.
또한, 영화 초반부터 등장하는 요트 속 캐릭터 중 무언가를 가지고 있을 것 같은 파키스탄인 칸이라든지, 중반에 등장하는 마카오 매니저 혜진(진경)은 생각할 수 있는 범위의 캐릭터였던 것 같이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캐스팅 실수라고 생각되는 유미역의 도희. 아이돌이라서 망쳤다기보다는, 혼자 튀는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응답하라 1994]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지만, 적어도 이 영화에서의 캐릭터와는 어울리지 않았나 생각되었네요. 이외에도 논란이 되었던 에네스 카야의 무편집 등장도 언급되던데, 개인적으로는 알아보지 못해 그렇구나 했습니다.
치밀했다기엔 별다른 계획도 내용도 없었고, 반전이라기엔 약했다.
영화는 은밀하고 치밀했다고 하기에는 별다를 것 없는 계획과 이야기만을 보여줍니다. 세부적인 계획도 없이, 그저 무작정 부딪히는 것이 전부인 계획. 심지어 간호인으로 데려온 것이라고 하지만, 정작 병간호하는 모습도 거의 없는 계획이라고 하기에 너무 애매한 계획. 그런데도 너무 쉽게 진행되던 이야기.
또한, 어마어마한 반전이 있을 것만 같았던 영화. 하지만 영화 속에서 보여주는 지연의 돌파구도 소름이 끼칠 정도는 커녕, 왜지? 라는 생각도 들 정도로 허무했습니다. 또한, 반전이라고 할만한 것도 생각보다 강력하지도 않고, 그저 결말을 보기 위해 달려가는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영화 <은밀한 유혹>은 치밀하고도 은밀한 계획으로 이야기를 진행할 것 같아 보이지만, 허술한 계획과 어색한 대사, 어울리지 못하는 느낌의 캐릭터들은 영화의 재미를 반감시킵니다. 유연석과 임수정이라는 팜프파탈의 느낌으로 기대하였으나, 개인적으로는 내용도, 연기도, 반전도 전부 아쉽기만 한 영화였습니다. 배우의 팬으로서 보기에도 힘들었네요.
'우린 지금 게임을 하고 있는 겁니다. 판돈이 엄청나게 큰 게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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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극장 관람 107번째 영화
2015년 93번째 후기 (#115)
- 영화 보면서 (손목) 시계를 몇 번이나 쳐다본 건지 모르겠다.
- 극장이 한산한 것인지, 이 영화 상영관만 이런 건지.
<은밀한 유혹> ★★ 4점 : 배우들이 안 맞는 옷을 입고 있는 느낌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