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영화인가?
영화 <써드 퍼슨>(원제 : Third Person, 2013)은 불완전한 캐릭터들의 등장과 색의 상징적인 황홀함을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또한 처음 시작은 흩어져있는 파편들이지만 영화가 진행이 될수록 하나씩 그 파편들이 제자리로 돌아가 환상적인 무언가를 만들어내지요. 다소 스포가 있습니다. 영화를 보신 후 읽으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불안정한 캐릭터들
<써드 퍼슨>의 캐릭터들은 대부분 불안정합니다. 어딘가에 하자가 있고 문제가 있지요. 이들의 공통점이 무엇인가?에 대한 답변은 단 하나 ‘아이’와 관련이 있습니다. 아이와 관련되어있는 어른들의 이야기라는 것이죠. 가장 중심이 되는 캐릭터는 바로 마이클(리암 니슨, Liam Neeson)입니다. 그는 소설가입니다. 창작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이야기를 극대화시켜서 표현을 하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듯 영화 속의 캐릭터들은 각자 비슷한 상황에 있고 방향을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하지요. 그러나 그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영화적으로 잘 나타나있기 때문에 불편한 부분은 없습니다.
물의 의미
영화에서 물은 처음 등장부터 나옵니다. 마이클이 동전을 물속에 집어넣은 것이 본격적인 영화의 시작이라는 것을 알리는 첫 행동입니다. 이후 마이클의 부인은 물을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핸드폰을 물에 빠트려 아이의 사진을 전부 날리기도 합니다. 이 물이라는 것은 한순간의 실수를 의미합니다. 한순간의 실수로 인해 모든 것이 망가지고 엉키는 것을 의미하지요. 마이클의 부인은 그 실수를 아직 용서하지 못한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직 물(수영장)에 들어가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아직까지 그 실수에 사로잡혀 있는 그녀의 모습을 볼 수 있지요.
색의 황홀함
영화에서 흰색과 빨간색이 등장합니다. 흰색은 마이클이 말하듯 믿음의 색이라고 하는데, 그 믿음의 색은 쉽게 다른 색으로 변질이 가능합니다. 순백색은 어떤 색과도 조화가 이루어질 수 있고 쉽게 변하는 색이니까요. 그 흰색을 거부하는 사람은 바로 줄리아(밀라 쿠니스, Mila Kunis)입니다. 그 흰색이 순백색 (혹은 믿음)의 색이 아니라 거짓의 색이라는 것을 흰 꽃을 다 엎음으로써 직접적으로 표현합니다. 또 다른 색으로는 빨간색이 있습니다. 마이클의 애인인 안나(올리비아 와일드, Olivia Wilde)가 입고 등장한 옷인데, 빨간색은 강렬함을 의미합니다. 소설가인 마이클은 강렬함을 독자들에게 주어야 하죠. 그 강렬함을 안나에게서 찾으려는 모습을 취하고 있습니다. 또한 안나와의 대화에서 다른 여성들도 만난다는 것으로 보아 현재 마이클에게 있어서 강렬한 무언가가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사실 마이클은 소설이 안 써지는 권태기에 있었기 때문에 끊임없는 강렬함을 바라고 있었던 것이죠. 처음 소설과는 너무나 다른 그의 현재에 다소 회의감도 있었던 것이죠. 그 강렬함을 안나가 빨간색 옷을 입고 마이클과 있으면서 해소가 됩니다.
시간에 얽매이다
<써드 퍼슨>에서 보면 시간에 얽매이는 캐릭터들을 볼 수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전부 다 시간에 얽매이며 과거를 잊지 못하고 과거에 사로잡힌 마이클도 문제지만 줄리아의 경우 시간에 관하여 문제가 많습니다. 처음 그녀의 집에 소파를 보러 왔다는 사람에게는 한 시간이나 늦었다고 짜증을 내면서 본인은 시간을 지키는 경우가 없습니다. 그 부분에 있어서 줄리아의 전남편 릭(제임스 프랭코, James Franco)은 줄리아의 시간 개념과 과거 아이에게 한 행동에 대해 불만을 가지게 되지요. 그 불만이 서서히 증오로 바뀌는 것도 있습니다. 그러나 아이는 이런 아버지를 아버지 페인트에 파란색 물감(=물)으로 자국을 남기며 거부합니다.
진실을 모른다
<써드 퍼슨>에서 진실을 아주 애매하게 보여줍니다. 아니 진실을 관객들이 알 수 없게 계속 모호하게 보여주며 진실을 찾게끔 하지요. 모니카(모란 아티아스, Moran Atias)는 딸이 납치되어 있다고 합니다. 바에서 스콧(애드리언 브로디, Adrien Brody)을 만났을 때 역시 그녀는 (강렬함의) 빨간 옷을 입고 있지요. 그렇기 때문에 스콧은 모니카에게 빨려 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미 빨려 들어간 스콧은 그녀의 말이 진실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고 오로지 그녀만을 보게 됩니다. 그 후 그는 진실의 여부가 궁금해지지요. 줄리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녀의 행동이 어떤지 관객들은 알지 못 합니다. 그저 그랬더라 하는 이야기로 그녀가 아들을 보지 못한다는 것을 알뿐이죠. 영화는 다소 불친절하게 진실을 말해주지 않습니다.
엔딩은 무엇인가?
엔딩에 대해 여러 의견이 나올법한 영화입니다. 그러나 마이클이 글을 쓰고 있었고 영화에서 나온 모든 인물들을 합치면 마이클이 완성이 됩니다. 소설 속 인물을 가장한 마이클의 다중인격적인 모습으로 볼 것인지 마이클이 소설 속에 갇혀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인지는 관객들의 판단에 맡기는 것이죠. 그가 계속 헤매면서 보는 각 캐릭터들은 이미 마이클을 사로잡았다는 것입니다. 마이클은 이 캐릭터들과 함께 공존을 하게 되는 것이지요. 이들을 받아들임으로 인해 과거를 잊고 현재를 살아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주는 것이지요. 그가 봐야 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요? 영화의 질문입니다.
-날 봐요 watch me
-문 열고 운전하는 게 그리 좋나?
-나에게 자막의 힘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