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 : http://blog.naver.com/rafflesia95/220308949077

요즘 계속해서 반복하며 듣고 있는 (솔직히 말해서는 최근에는 이 앨범만 계속해서 듣고 있다) 서프잔 스티븐슨의 Carrie & Lowell 는 어떤 의미에서는 서프잔 스티븐슨이 들려줄 수 있는 (그리고 그만이 들려줄 수 있는) 음악을 가장 알맞은 방식으로 (듣기 좋은 구성으로 최선을 다해서) 들려주고 있는 앨범이면서 반가움으로 가득한 기분으로 듣게 되는 앨범인 것 같다.

정말 반갑다.

그가 이런 음악을 다시금 들려줄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는 못했으니까.

한동안 그가 들려주었던 알다가도 모를 음악을 생각한다면 그가 다시 돌아왔다는 말을 꺼내게 되는 것 같다.

그저 반갑다는 말만 나오게 된다.

저 사람 왜 저러는 것일까?

저 사람 왜 저래?

라는 말이 우선 꺼내지게 되는, 도대체 들어줄만한 (혹은 볼만한) 구석을 찾아볼 수 없었던 Illinois (더 정확하게는 The Avalanche) 이후의 활동은 좋은 음악을 들려주는 사람이 어떤 식으로 급작스럽게 망가질 수 있는지를 (본인의 목표나 야심이 어땠는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길로 샜을 때 얼마나 엉망인 음악을 들려줄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안타깝지만) 좋은 사례처럼만 (또 다른 브라잇 아이스 bright eyes처럼 느껴졌다) 느껴졌을 뿐이고 (그가 들려주려고 했던 음악이 어떤 의도였든지) 아무래도 점점 더 망가지게 될 뿐일 것 같다는 생각이었는데, (그의 야심이든 뭐든 어쨌든) 그가 새롭게 추구하는 음악이 도통 마음에 들지도 않았고 딱히 그런 음악에서 다시금 이전의 음악으로 돌아올 것 같지도 않았기 때문에 그렇게 잊게 될 것 같았는데, 뜻밖에 이런 식으로 자신의 본모습을 (자신의 음악을) 솔직하게 들려주면서 놀라움을 안겨주게 되는 것 같다.

어머니의 죽음으로 인해서 

어머니의 죽음과 관련한

죽음이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 앨범이라고 알려진 Carrie & Lowell 는 그런 사연 덕분에 무척 일관된 정서와 분위기 속에서 앨범은 이끌어지고 구성되어 있으며, 처량하고 서글픈 분위기 속에서 무언가가 들려지고 있고 있을 뿐이다.

슬픔과 어딘지 모르게 처연한 분위기로 가득하다고 말할 수 있는데, 이런 느낌은 많은 사람들이 동일하게 (이 앨범을 통해서) 느끼고 있는 감수성이기 때문에 아마도 의도한 것처럼 듣는 사람들에게 충분히 그 슬픔들이 전달되고 있는 것 같다.

이전 앨범에서는 간간히 다른 분위기와 감성을 전달하려고 했다면 (좀 튀는 느낌이 들기는 했지만) 이번 앨범에서는 오직 슬픔만을 그리고 그 슬픔에 집중하고 있는 순간들만을 담아내고 있기 때문에 그동안의 앨범들과는 다르게 잠시라도 흐트러짐 없는 일관된 정서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상대적으로는 심심하고 무료한 느낌도 들 수 있겠지만 집중력을 잃지 않고 그 슬픔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무척 인상적인 느낌을 갖게 된다.

아름답기만 하다.

이런 아름다움이 얼마만인가?

사람들에 따라서는 그가 다시금 그의 재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음악으로 돌아온 것이 다행스럽게 느껴질 것이고, 그가 들려주고 있는 슬픔에 공감하고 슬픔을 나누려고 혹은 좀 더 그 슬픔에 다가가려고 노력할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그저 그가 (그가 만들어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식의) 노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방법으로 자신의 슬픔을 그리고 괴로움을 말하고 있고 위로받으려고 하고 있기에 그가 들려주고 있는 슬픔을 함께하는 것에 충분함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어떤 식으로 그 슬픔을 함께 나눌 수 있겠나?

그저 그 괴로움 곁에서 잠시 머물 수 있을 뿐이다.

참고 : 커다란 슬픔은 이렇게 아름다운 무언가를 남기게 되는 것 같다. 하지만 아름다움이 꼭 중요한 것은 아니기에 슬픔 자체에 더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죽음을 통해서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고 해도, 결국 죽음이 중요한 것 아니겠는가? 죽음으로 인해서 이런 아름다움을 얻을 수 있다고 해도, 나로서는 그 죽음을 조금이라도 미루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고 말하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