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아 칼럼(대중문화) - 여성포털이지데이

★★★

수잔 힐 작가의 공포 소설 '우먼 인 블랙'이 유럽 지역에서 굉장한 열풍을 몰고오며 베스트셀러로 등극된 후, 그 인기에 힘입어 연극으로도 굉장한 흥행을 보여주었던 그 원작을 공포물 전문 제작사인 해머필름에서 제작한 영화 '우먼 인 블랙'을 봤습니다. 영화의 연출은 '이든 레이크'의 제임스 왓킨슨 감독이 맡았고 주인공인 아서 킵스는 '해리포터'로 친숙한 배우 다니엘 래드클리프가 맡았습니다.

변호사인 아서 킵스는 죽은 여인의 유서를 정리하기 위해서 낯선 외곽 마을에 찾아갑니다. 그런데 마을 사람들은 이상하게 그를 계속 경계하고 그런 마을 사람들을 뒤로 한 채 아서는 계획대로 죽은 여인이 살았던 저택으로 향하고 서류들을 찾아봅니다. 그러던 도중 그 저택 근처에서 검은 옷을 입은 여인을 보게 되고 그 사실을 마을 경관에게 알려주러 찾아갔다가 아이가 죽는 것을 보게 되고 곧 마을 사람들은 아서에게 이 마을을 떠나라고 요구하고 무슨 일인지 도통 알지 못하는 아서는 눈앞에 계속 나타나는 검은 옷의 여인에 대해서 알기 위해서 마을의 비밀에 다가가게 된다는 내용의 영화로 꽤 괜찮은 공포 영화였다고 생각합니다.

▲ 죽은 여인의 유서를 정리하기 위해 거대한 저택으로 간 아서 킵스(다니엘 래드클리프)

흔히 공포 영화는 연출을 통해서 무서운 분위기를 잘 형성시키는 것이 어려워 깜짝 놀래키는 영화의 장치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기 때문에 감독의 연출력이 드러나는 장르라고도 합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그런 '장치'들에만 의존하지 않고 영화의 분위기를 굉장히 잘 잡아놓고 극을 이끌어가는 감독의 연출력이 꽤 빛을 발했던 영화였습니다.

고딕 호러의 스산하면서 서늘한 분위기를 잘 형성해서 그대로 잘 가져가는 이 영화는 맨 처음, 세 여자아이가 창문 밖으로 뛰어내리는 시퀀스부터 굉장히 기이하고 섬뜩합니다. 그렇게 만들어지기 시작된 분위기는 안개로 뒤덮여있는 마을하며, 아서를 경계하는 마을 사람들로 시작해 아서가 저택에서 하룻밤을 지내는 장면을 지나 영화의후반부까지 그대로 잘 이어갑니다.

특히 아서가 저택에서 하룻밤을 묶는 시퀀스가 굉장히 무서운데 영화 속 저택이 한동안 사람이 들어가지 않아서 낡고 거미줄이 쳐있을 만큼 헤져있어 그 배경부터가 오싹하고 저택 안에 있는 동물 모양, 광대 모양의 오르골과 흔들의자와 같은 영화의 소품을 굉장히 잘 사용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아서가 초를 들고 침대와 오르골들이 잔뜩 있는 방에 들어갔을 때 오르골에 달려있는 원숭이 모형의 모습을 클로즈업으로 찍어서 원숭이 모형의 눈에 아서가 들고 있는 초의 불빛이 움직이는 것을 잘 보이게 찍어 마치 초를 들고 다니는 아서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 같이 느끼게 한 것이 이 감독이 이런 분위기를 잘 연출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마치 고딕 호러에서 느낄 수 있는 분위기를 제대로 모아둔 것 같습니다.

▲ 원숭이 모형의 오르골에 비치는 아서의 초 불빛

영화의 음악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공포 영화들이 음악을 사용해 관객을 놀래키는 것에 급급했던 경우가 많은데 이 영화는 음향 효과를 공포감을 주기 위해서 제대로 사용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공포 영화에서 흔하게 쓰이는 높은 음의 음산한 음악을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심리적으로 점점 조여들어오는 느낌을 주게 느껴졌다고 할까요.

다니엘 래드클리프의 연기도 꽤 괜찮았습니다. 2001년부터 2011년까지 무려 10년이라는 세월동안 '해리포터' 시리즈의 해리를 연기하면서 아무래도 관객들에게는 그 해리의 잔상이 남아있지 않을까라는 우려가 컸는데 영화 속 다니엘 래드클리프에게서 해리의 모습이 느껴지지 않았던 것이 좋았습니다. 물론 다니엘 래드클리프가 '해리포터' 시리즈에서도 연기를 잘했지만 이제는 해리라는 행운이자 족쇄를 벗어 연기자로서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느낌이 드네요. 그런 느낌을 들게 한 것만으로도 다니엘 래드클리프에게는 좋은 영화였던 것 같습니다.

▲ '해리포터'의 그늘에서 벗어나 아서라는 캐릭터를 잘 연기한 다니엘 래드클리프

다니엘 래드클리프의 연기라던지 영화의 분위기를 잘 살린 연출은 좋았지만 역시 안타까웠던 점들도 보였습니다.

고딕 호러 장르의 영화들이 가지고 있는 진부한 스토리는 감독의 연출력으로 잘 무마시켰던 것 같은데 아무래도 영화에서 가장 아쉬웠던 것은 영화의 결말이었습니다.

이제까지 좋은 연출로 분위기를 잘 이끌어오다가 갑자기 허무하게 끝나버리니 이전까지 극이 이끌어왔던 것을 말그대로 허사로 만들었던 결말이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떤 면으로는 다른 방식의 결말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저는 상당히 안일한 결말이라는 생각이 더 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