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고양이의 시선으로 바라본 인간들의 세상을 이야기하고 있는 우화소설이다. 가끔 한번씩 10살된 우리집 막둥이 쪼꼬가 말문이 터져 대화 하는 것을 상상해보곤 했었다. 실현되기 힘든 상상이긴 하지만.. 그래도 정말 가끔은 좀 얘기가 통했으면 하기도 한다. 쪼꼬가 아팠을 땐, 어디가 아프다고 말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바깥구경을 하는 듯 보이는 모습을 볼 땐, 쪼꼬가 바라본 세상은 어떤지, 인간들의 모습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쪼꼬의 생각이 참 궁금할 때가 있다. 이 책은 이런 나의 상상을 고스란히 옮겨놓은 것 같았다. 말하는 고양이라니!!! 어쩌다보니 4살된 말하는 고양이 톰과 마흔정도의 인간 남자가 서로 대화를 나누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대화를 나누는 인간과 고양이를 보며.. 은근 부러워했었다. 나도 우리 쪼꼬랑 대화하고 싶으니까ㅋ 말하는 고양이가 있다는 것도, 그 말을 알아듣는 자신도 너무나 신기한 인간 남자와 자신의 말을 알아듣는 인간이 있다는 것이 신기한 고양이 톰. 톰은 그동안 자신이 보아온 인간들의 이야기를 그에게 들려주기 시작한다. 고양이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다보니 문장들은 쉬이 읽혀졌다. 뒤로 갈수록.. 원래 알고 있던 것이 사실과 다를 수 있음을, 이기심과 탐욕으로 똘똘 뭉친 나쁜 인간들이 있으면 반대로 올곧고 착한 인간들이 있기에 세상이 유지되고 있음을 이야기한다.
8년동안 지속된 철국과의 전쟁으로 피폐해질대로 피폐해져 있는 마을에 철국의 병사들이 들이닥친다. 패배를 했다는 왕의 말이 그리 실감나지 않는 마을 사람들. 하지만.. 철국에서 자신들의 왕 칸트를 총으로 쏴 죽이면서 혼란에 휩싸인다. 그들의 지배 하에 들어가게 된 톰의 마을. 위기 속에 마을 사람들은 쿠파의 병사들이 자신들을 구해줄 것이라며 그들의 존재를 떠올린다. 쿠파란 살아있는 삼나무를 말하는데, 여러개의 후보 중 한번에 하나의 쿠파만 생긴다고 한다. 그리고 쿠파에겐 독이 있어서 자칫 잘못했다가는 그 독에 목숨을 빼앗기게 된다. 그래서 마을을 둘러싼 높은 성벽에 쿠파의 독을 발라 나름의 방어를 구축해두기도 했다. 해마다 쿠파가 나올 무렵 마을에서는 쿠파의 병사를 선출하고, 이들은 쿠파로부터 마을을 지키기 위해 떠난다. 병사들이 힘을 합쳐 쿠파를 골짜기에 떨어뜨리면, 산산조각이 나는 쿠파에게서 순식간에 주위를 온통 적실 정도로 물 같은 게 튄다. 그 물에 맞은 인간은 투명해져 마을로 다시 돌아오는 사람은 복안 대장 뿐이었다. 사람들 말로 그는 쿠파의 수분을 맞아도 투명해지기 어려운 체질이라고들 한다. 어쨌든 투명해진 병사들은 그곳에서 살다가 언젠가 마을에 위기가 처했을 때 구하러 와 준다는 전설이 있다.
마을은 그렇게 위기에 빠졌지만, 사실 고양이들의 전쟁은 아니라서 일까?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고양이의 습성이란.. 톰은 쥐의 꼬리만 발견하면 쥐를 잡기 위한 본능적인 자세를 취하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한다. 쥐의 세계에서도 난놈이 있기 마련. 멀리서 커다랗게 생긴 낯선 동물을 타고온 쥐 한 마리가 나타나면서 이들의 일방적인 관계가 조금은 바뀌게 된다. 그 쥐가 톰에게 거래를 요청해왔던 것이다. 톰을 비롯한 다른 고양이들 모두 쥐를 쫓지 않는다면, 고양이들이 원하는 것을 해주겠다는 제안이었다. 서로 이야기가 통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관계에서 이 일을 계기로 대화를 시도하게 된 고양이와 쥐. 우연히 철국의 병사들에게서 마을 고양이들이라도 잡아먹으면 된다는 얘기를 들은 고양이들은 자신들도 마을을 지켜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톰은 쥐들에게 자신들이 들어가지 못하는 좁은 통로를 통해 인간들의 상황이 어떻게 되어가는지를 관찰해 달라고 하며 나름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