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 썩어빠진 도시는 모두를 오염 시켜 "

지금으로부터 9년전인 지난 2005년, '비쥬얼 쇼크'라는 말까지 나왔을만큼 매우 인상적인 화면으로 무장한 영화가 한편 개봉했었으니 그 작품은 바로 로버트 로드리게즈와 프랭크 밀러 감독 연출의 <씬 시티>입니다. 이 작품은 프랭크 밀러의 동명 그래픽 노블을 영화로 옮긴 것으로 원작의 느낌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일부러 '흑백'의 화면을 사용했는데 이것은 고전 영화에서 보게 되는 그런 흑백의 화면과는 차이가 있는 것이죠. 하지만 화려한 색채를 스스로 포기했음에도 이 흑백의 색채 때문에 영화의 폭력성은 더욱 강조되었고 원색을 사용했다면 그저 고어스러운 느낌으로만 느낄 수 있는 장면들이 하나의 아름다운 예술 작품으로까지 느껴지기도 했었는데 여기에 빨간색 피와 초록색 눈동자 등등 원색으로 표현되어있는 몇몇 '포인트'를 통해 영화는 더더욱 강렬한 느낌까지 가지게 됐었습니다. <씬 시티 : 다크히어로의 부활>은 그 강렬했던 영화 <씬 시티>의 후속편이구요.

무질서와 혼돈, 범죄가 일상이 되어 있는 '씬 시티'

새로운 캐릭터, 다른 배우로 바뀐 몇몇 캐릭터들, 그리고 뒤섞여 있는 듯한 시간의 흐름

< ▲ 이번 2편에 새롭게 등장하는 인물 '조니'(조셉 고든-레빗)

그런데 극중에서 그리 큰 존재감을 보여주진 못했습니다 >

<씬 시티 : 다크히어로의 부활>의 배경이 되는 '씬 시티'는 전편과 마찬가지로 무질서와 혼돈, 범죄가 일상이 되어 있는 곳으로 경찰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올드 타운의 존재를 비롯하여 등장하는 인물들 역시 도박꾼 '조니'(조셉 고든-레빗)와 악녀 '아바'(에바 그린)을 제외하면 전편과 동일합니다. 다만 '드와이트'를 연기한 배우가 '클라이브 오웬'에서 '조쉬 '브롤린'으로, '마누트'는 '마이클 클락 던칸'에서 '데니스 헤이스버트'로, '미호'는 '드본 아오키'에서 '제이미 정'으로 바뀌는 등 그 캐릭터들을 연기한 배우의 면면은 조금 달라졌습니다. 그리고 시간의 흐름 역시 뒤섞여 있는 것으로도 느껴지더군요. 전편의 '마누트'는 분명 한쪽 눈을 잃은 상태였지만 이번 2편의 마누트의 두 눈은 '마브'가 어루만져주기 전까진 온전했고 전편에서 분명 목숨을 잃었던 '마브'가 다시 멀쩡하게 등장하는데 원작 역시 이런 것인지 궁금해지는군요. 마브는 불사의 몸인 것인지? 이처럼 <씬 시티 : 다크히어로의 부활>은 다소 의아스러운 부분이 있긴 했지만 그 캐릭터들과 이야기에서는 전편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목숨을 걸고라도 얻을만한 여자', 치명적인 악녀 '아바'

그 악녀를 연기한 '에바 그린'은 역시나 이 작품에서도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 ▲ 이번 '씬 시티 : 다크히어로의 부활'에서 가장 인상적인 캐릭터 '아바'

그나저나 에바 그린 영화에서 자꾸 이렇게 노출하는데.. 감사합니다 >

그런데 이번 2편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뭐니뭐니해도 '에바 그린'이 연기하는 '아바'입니다. 이번에 새롭게 등장하는 아바는 '드와이트'의 전 아내인데, 그녀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자기가 가진 모든 것을 이용하여 남자를 유혹하고 끝내 파멸시키는 악녀입니다. 그 탄탄하고 완벽한 몸매로 시선을 사로잡고 남자의 심금을 울리는 화려한 언변(이라 적고 거짓말이라 읽는)으로 마음을 얻어내며 끈적끈적한 목소리와 매혹적인 분위기로 중독시켜버리는 '아바'는 마치 수많은 남자들을 죽음으로 몰고 갔던 '메두사'와 같은 치명적인 모습이었는데 그녀의 유혹에 빠진 남자들은 '메두사'를 바라보고 돌처럼 굳어버린채 죽음을 기다리던 이들처럼 현실감을 잃고 그녀에게 맹목적으로 집착할 수 밖에 없었고 조금씩 스스로를 벼랑 끝으로 몰고갑니다. 이처럼 씬시티의 그 어떤 악인들보다도 위험했던 그녀, 때문에 영화의 원제가 'A dame to kill for', 즉 '목숨을 걸고라도 얻을만한 여자'인 것이었을텐데 그와는 많이 다른 느낌의 부제를 달고 있는 우리 제목 <씬 시티 : 다크히어로의 부활>은 조금 쌩뚱맞게 느껴지기도 하더라구요. 아무튼 '에바 그린'은 이토록 인상적이었던 캐릭터 '아바'를 상당히 훌륭하게 표현해 냈습니다.

전편과 마찬가지로 철저히 '복수' 코드가 기본 바탕이 되는 영화

하지만 전편의 복수극에 비하면 밍밍하고 단순하며 짜임새도 부족합니다

< ▲ '썩어빠진 도시' 씬 시티에서 유일하게 천사처럼 착한 여자였던 '낸시'

하지만 그녀 역시 조금씩 변해가기 시작하고, '하티건'(브루스 윌리스)의 복수를 꿈꿉니다 >

앞에서 <씬 시티 : 다크히어로의 부활>이라는 우리 제목이 쌩뚱맞게 느껴졌다고 말했던 이유는 이 작품엔 '다크히어로'라고 부를 수 있을만한 캐릭터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굳이 꼽아본다면 '해결사 마브' 정도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 역시 '다크히어로'라는 수식어가 그다지 어울리진 않습니다. 당연히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이 작품은 고담을 수호하는 배트맨처럼 씬 시티를 수호하는 히어로의 이야기가 아니니까요. <씬 시티>는 1편에서도부터 그랬듯이 철저히 '복수'라는 코드가 기본 바탕으로 깔리는 영화인 것인데 전편에 비하면 이 복수극의 짜임새가 부족하게 느껴집니다. 전편에서는 하티건과 로아크 주니어, 처음으로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해준 골디의 복수를 하려는 마브, 올드 타운의 게일 & 드와이트와 재키 보이 등의 세 그룹으로 나눌 수 있는 이들의 이야기가 상당히 흥미롭게 그려지던 것에 비해 이번 작품속 '드와이트 & 게일과 아바, 조니와 로어크, 낸시와 로어크로 나뉠 수 있는 이 복수극이 전편에 비하면 그저 밍밍하고 단순하게만 느껴지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특히 원작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도박꾼 '조니'(조셉 고든-레빗)란 인물을 창조했지만 그의 존재감은 그다지 크게 느껴지지 않았고 그저 복수의 대상이 되는 인물중에는 '아바', 복수극을 벌이는 인물중에는 '마브' 정도만 돋보이는 영화였기 때문이죠.

<씬 시티> 특유의 '비쥬얼' 역시 전편만큼 강렬하게 와닿지는 않았던..

하지만 이번 <씬 시티 : 다크히어로의 부활> 역시 재밌게 볼 수 있었습니다

< ▲ 그리고 여전히 강력한 '마브', 이 분만 있으면 그냥 게임 끝 >

게다가 <씬 시티>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비쥬얼' 역시 전편만큼 강렬하게 와닿지가 않기도 했습니다. 이번 후속편에서도 그 강렬한 흑백 화면과 원색의 포인트는 인상적이긴 하지만 역시 처음 봤을때만큼의 그 '충격'까지는 느낄 수가 없었던 것인데 이것은 <300>의 속편을 보고 느꼈던 그 느낌과 비슷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약간의 아쉬움이 있긴 했어도 재밌게 봤었던 <씬 시티>의 분위기가 이번 후속편으로도 이어지고 있었고 로버트 로드리게즈 감독 작품 특유의 강렬한 액션과 엉뚱한 유머가 재밌었던지라 <씬 시티 : 다크히어로의 부활> 역시 나쁘지 않게 볼 수 있기도 했습니다. 특히 오랜만에 스크린에서 봤던 '제시카 알바'의 그 고혹적인 댄스 역시 무척 인상적이기도 했구요. 다만 2편이 나오기까지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린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었던 작품 <씬 시티 : 다크히어로의 부활>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