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황폐화 되었고 시카고만이 그 전쟁의 화마를 간신히 피했습니다. 그리고 그 도시에서 모여사는 인류는 다섯개의 분파로 나눠져 엄격한 통제 속에서 살고 있는데 그들에게는 '핏줄보다는 분파'가 더 중요했고 한번 선택한 분파에서 다른 곳으로의 이동은 불가능 합니다. 이처럼 매우 폐쇄적이고 규범화 되어있는 사회, 새로운 디스토피아적인 세계관을 갖고 있는 판타지 시리즈물 <다이버전트>가 개봉했습니다. 작년에 개봉했던 <호스트>와 <섀도우 헌터스>는 아쉬움이 있었는데 새로운 판타지 시리즈물의 시작이 될 것 같은 이 작품은 과연..

하나의 사회, 다섯 개로 나눠져 있는 분파, 그리고 '다이버전트'

< ▲ 영화속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다섯 개의 분파 >

이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은 다섯개로 나눠진 분파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을 돕는 것을 최우선의 미덕으로 삼는 '이타심'의 '에브니게이션', 거짓말을 하지 않고 언제나 바른 말만을 해야했던 '정직함'의 '캔더', 포기할 줄 모르는 강인한 정신력과 육체적 능력을 중요시했던 '용감함'의 '돈트리스', 언제나 사람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친절함'의 '에이미티', 그리고 '지성'의 '애러다이트'가 그 다섯개의 분파죠. 그리고 이 분파들은 '정치인', '판사', '군인·경찰', '농부', '학자'와 같은 직업으로도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성장하여 어느 정도의 나이에 이르게 되면 '적성 테스트'를 통해 이 분파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만 합니다. 하지만 그 중에는 이 분파 가운데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는 '복잡한' 이들이 있었으니 그들이 바로 '다이버전트' 입니다. 하지만 '애러다이트'를 주축으로 하는 분파의 지도층들은 이 다이버전트가 사회를 유지하는데 크나큰 위협이 되는 것으로 판단하고 이들을 제거하려고 하죠.

'세뇌'되어 있는 이들과 '깨어있는' 이들의 대결으로도 말할 수 있을 것 같은 이야기

< ▲ 애러다이트의 리더 '지니'는 자기의 뜻대로 사회를 통제하려고 합니다 >

그런데 사람의 본성이란 이렇게 자로 잰듯 구분할 수가 없는 것이죠. 이 다섯 개의 분파가 내세우고 있는 덕목을 모두 가질 수 있고 언제나 스스로의 의지대로 선택을 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인간이니까요. 하지만 자기가 원하는 방식으로 사회를 통제하려는 이들에게 이런 그들은 '뮤턴트'나 다름없었고 그들을 '다이버전트'라는 위험 요소로 인지하게 된 것인데 자기와는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의 모습으로 확대해볼 수 있을 것 같은 이런 이야기는 <엑스맨>과 유사한 분위기를 느끼게 해주고 우리의 현실과도 접목할 수 있는 부분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특히 다섯개의 분파는 현재 우리 사회의 주요 구성 요소와도 흡사하게 느껴지는데, 현실에서도 마찬가지지만 언뜻 보기에는 잘 돌아가고 있는 시스템임에도 불구하고 그 속에는 그 시스템을 본인들의 이익만을 위해 악용하려고 하기도 하는 이들이 있기 마련이며 그렇다보면 '다이버전트'처럼 불합리한 시스템에 반기를 드는 이들이 나올 수 밖에 없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세뇌'되어 있는 이들과 '깨어있는' 이들의 대결으로도 말할 수 있을 것 같은 영화의 이야기는 제법 깊이 있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스스로 운명을 개척하고 성장해가는 주인공 '트리스'

< ▲ 반면 '에브니게이션'이었던 부모님과는 달리 '돈트리스'를 선택한 '트리스' >

이 속에 우리의 주인공 '트리스'가 있습니다. '에브니게이션'이었던 부모님의 뜻과는 달리 '돈트리스'를 선택했었던 그녀는 다이버전트였는데 그저 '에브니게이션'을 선택했으면 그 사실을 숨길 수도 있었지만 '돈트리스'를 선택하면서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해가려고 합니다. 이처럼 이 작품의 주인공은 그동안 봐왔던 작품들과는 조금의 차이가 있습니다. 다른 판타지 시리즈물에 비하면 그래도 현실적이라는 느낌이 많이 들었던 <헝거게임>의 '캣니스'는 뛰어난 활 솜씨라도 갖고 있었지만 트리스의 경우엔 다이버전트라는 것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없었으니까요. 때문에 이야기의 전개를 통해 조금씩 성장해가는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그녀를 응원하게 되는데 이 트리스를 연기한 '쉐일린 우들리'가 새로운 판타지 시리즈물의 히로인이 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하지만 이제 막 시작하는 시리즈이기 때문인지 상당히 서론이 길다는 느낌

< ▲ 러닝타임이 긴 영화, 그만큼 서론도 길게 느껴지는.. >

하지만 영화는 시리즈의 시작이라서 그런지 상당히 서론이 길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습니다. 트리스가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스스로 운명을 개척하며 성장해가는 과정에 상당히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기 때문에 드라마적인 성격이 강하고, 다섯 개의 분파로 나눠져 있지만 거의 돈트리스 위주의 이야기로만 진행이 되며 여기에 에브니게이션과 애러다이트 정도가 개입되기 때문에 이 분파의 구분 역시 유명무실하게 느껴졌었구요. (그래도 이 부분은 이후 이어질 시리즈에서는 나머지 분파들의 이야기도 많이 다뤄지길 기대해봐도 되겠죠 ?) 게다가 역시 이번 작품에서도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러브라인'은 중요한 순간에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면서 조금은 안일한 설정이라는 느낌도 들며 한 눈에 선과 악의 캐릭터를 구분할 수 있었기 때문에 캐릭터에 대한 매력이 떨어지는 편이고 '화려한 액션'과 같은 볼거리 역시 부족한 영화이기도 했습니다. 그나마 '적성 검사'를 위해 들어가는 환각 속 가상현실 정도가 유일한 장점으로 느껴졌었다고나 할까요.

큰 재미를 느끼진 못했지만 흥미롭게 느껴지는 부분은 있기 때문에 후속편도 보게 될듯 !

< ▲ 이들의 러브라인이 앞으로 영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금하다는.. >

이처럼 <헝거게임> 1편을 봤을때와 비교해보면 별다른 재미를 느낄 수 없었던 <다이버전트>, 하지만 그 이야기에서는 아직 충분히 흥미로운 부분이 많고 이제는 좀 더 확장된 세계를 보여줄 것 같은 후속편은 기대가 되긴 합니다. 총 3권으로 이뤄져있는 것 같은 이 시리즈는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이고 주인공 트리스는 새로운 세상을 향해 이제 막 뛰어들었으니까요. 다만 이번 작품에서는 아쉽게 느껴지기도 했었던 이 '러브라인'이 앞으로는 어떤 식으로 다뤄질런지 그 부분은 조금 우려스럽기도 하네요. <트와일라잇>이나 <호스트>처럼 어장관리녀는 되지 말기를..